2009년, 나를 살게 해 준 음악들.
2010. 1. 7. 00:45ㆍ흔드는 바람/듣고
새해가 시작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작년 말에 '나의 2009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 아쉽다가도 이 심플한 인생에 뭐 딱히 짚고 넘어갈 게 있을까 싶어 머쓱해지곤 한다. 하지만!! 딴 건 몰라도 이건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바로 2009년에 나를 살게 해 준 음악들. 내가 구질구질하게나마 2009년에도 겨우겨우 연명할 수 있게 도와준 '뮤지션들'이 적지 않았으니. 삶이 너무 보람없을 때 나를 붙잡아주고 괴로움을 잊게 해 주고 에너지를 주었던 그 음악들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피폐해졌을까.
누군가는 '인디 부흥의 해'였던 2008년에 비해 초라한 해였다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아이돌 음악 외의 음악을 찾아볼 수 없는 한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래 기다렸던 뮤지션들의 앨범이 끊임없이 발매되었고, 대부분 기대만큼 훌륭하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신나거나 멋졌다. CD를 사면 하나를 거의 열흘 정도 계속 듣고 듣고 또 듣는 나로서는(꽂힌 경우엔 한달간 거의 그것만 듣기도 한다-_-) 들을 음악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ㅎㅎ 한번에 몇 개를 사 놓고 뭘 먼저 들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고.
그래서, 2009년에 발표된 곡들 중 나를 살게 해 준 음악들은, 이만큼이나 많다. 고맙게도.
- 비와 당신/ So/ Flow - 유앤미블루
존재만으로도 고마운데 결과물이 너무나 폼나서 마구마구 자랑스러운 세 트랙. 하나를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 2010년도 부탁해요.
- It - 스왈로우
스왈로우의 모든 노래들 중 가장 밝은 목소리로 희망을 말하는 노래가 아닐까.
기용님의 나지막히 읊조리는 보컬과 서정적인 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투명해지는 것 같다.
- 깊은 밤 안개 속 - 3호선 버터플라이
역시 남상아, 정말 남상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노래. 2009년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 확신한다.
-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 오지은
잊었지 뭐야, 인생론, 두려워도 좋지만 사랑의 절정에도 순간을 끊임없이 회의하는 오지은의 목소리를 골라본다.
순진한 영원에의 맹세보다 백만배는 절절한 진짜 사랑노래.
- 연인 - 한음파
'잠시 쉬어가는 트랙'일 수도 있는 노래를 이렇게 진지하게 만들어내다니. 한 곡도 쉽게 가지 않은 한음파에게 박수를.
공연에서 한 번 들어보고 싶다. 내지르지 않는 이정훈씨도 충분히 매력적일 듯!
- 서로 다른 - 서울전자음악단
가사도 아름답지만(생각해 보면 윤철님은 가사를 은근히 엄청 잘 쓴다), 윤철님의 기타 솔로는 정말, 감동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부족할 정도다. 듣는 이를 지금 이 곳이 아닌 세계에 옮겨놓는 연주.
- 다시 살아나 - 황보령=Smacksoft
한없이 너그러운 큰언니가 그보다 더 너그러운 표정으로 웃어주면서 괜찮다고 꼭 끌어안아주는 듯한 느낌에
듣다 보면 고마운 마음이 마구마구 피어오르는 노래. 살아야겠다, 싶어지는.
- 록큰롤 야만인 - 문샤이너스
문샤이너스/ 차승우의 정체성을 뚜렷하고 솔직하고 경쾌하게 선언하는 노래. '나도!!!!'라고 따라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ㅎ
엽전들의 행성으로나 눈치도 없이도 좋지만 역시 록큰롤 야만인!
- Global Citizen - 흐른
이런 노래도 있어주셔야지.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면서도 메세지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더 좋았다.
내 일상과 너무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I think It's gonna be alright...Really?
- 영원 속에 - 윤 상
여전한 박창학의 가사와 윤상의 멜로디. 멍하니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기억을 더듬어보고 순간, 멈칫, 하게 만들어주는 노래.
이런 게 '좋은 가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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