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4. 21:00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 여전히 바쁘다. 포스팅을 할 때는 마음에 여유가 좀 있을 때인데, 계속 별 여유가 없다. 그래도 직장 생활이 1, 2년 더해질수록 가끔 생기는 여가를 나름대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긴 하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땐 피곤해서 잠만 잤는데 요즘엔 '꼭 잠을 자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외의 방법으로 채울 수 있는 필요휴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래도 자는 게 우선이지만. 음.
2. 최근 3개월간 읽은 책의 목록을 올리지 못했다. 책을 읽은 후 목록을 올리는 건 개인적인 정리의 의미가 크다. 도대체 내가 뭘 읽었나, 읽은 후 내게 뭐가 남았나 돌이켜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달 꾸준히 올릴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이놈의 천성적인 귀차니즘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그리고 벌써 세 달 이상이 흘렀다. 그러고 나니 닥치는 대로 읽어치운 책들이 생각보다 많아 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아.
그래도 나중에 정리를 하긴 하겠지만, 3개월 동안 읽은 책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책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였다. 이덴슬리벨 출판사의 번역엔 아쉬움이 많지만(특히 간접인용 부분은 항상 틀리더라) 이 책은 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이런 상상력, 참 좋다. 그 외 재미있었던 건 제 5도살장,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속죄, 크로이체르 소나타, 파일로 밴스의 정의,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벨벳 애무하기, 네 가족을 믿지 말라. 리뷰를 올렸던 <여주인공들>과 <무더운 여름>도 좋았다. 하나하나 제목을 불러놓고 나니 역시나 제멋대로인 취향 같지만, 결국 내 선택의 중심은 재미인 것이다.
지금은 위 화의 <인생>과 염승숙의 <채플린, 채플린>을 읽고 있다. 모두 다 동네 도서관과 직장 도서실에서 빌린 책들이다. 몇 년 전부터 '구입한 책'을 바로바로 읽지 않게 되었다. '이건 언제라도 읽을 수 있으니까...' 하는 생각 때문인지, 나중에 읽으려고 미루는 버릇이 생겼다. 엄청 오래도록 아껴읽고 있는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배수아의 <북쪽 거실>, 사놓고 차례만 들여다본 한 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는 왠지 올해 상반기 내내 읽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으음.
3. 프런코 시즌2의 파이널리스트 세 명이 선발되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정고운, 정미영, 최형욱이 올라갔다. 아마도 프런코 시즌2를 초반부터 쭉 봐왔던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같은 사람을 꼽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미션을 치뤄냈던 5명이 파이널리스트 세 명+김지혜, 윤춘호였는데, 다들 좋아했던 디자이너들이라 10회를 보면서 괜히 내가 다 아쉬웠다. 다섯 명이 올라가면 안 되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고 허허허허.
서울패션위크에서 열린 파이널컬렉션 사진을 봤는데 체크 무늬는 최형욱의 작품 같고, 검정 계열은 정미영의 작품 같고, 나머지가 정고운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직 우승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만 정고운 아니면 막판 컨디션이 좋았던 정미영이 아닐까 싶다. 나는 최형욱이 좋지만ㅠ
다음 주에는 파이널리스트가 아닌 12명의 뒷담화 자리가 방송되고, 그 다음주에 우승자가 발표되면서 시즌2가 끝날 듯 싶다. 올해 유일하게 꼬박꼬박 챙겨보며 열심히 봤던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끝난다니 왜이리 아쉬운지. 이래서 리얼리티서바이벌은 정을 붙이면 안 된다. 끝날 때 너무 아쉽단 말이다. 평소에 별 관심도 없는 패션 프로그램이었는데도 이러니 원-_-
그래도 뭐 오늘 도전슈퍼모델 시즌14 첫회도 봤으니 프런코2 끝나면 한동안 이거 보고 지내야지. 도슈 시즌14가 끝나면 별순검 시즌3이 시작하려나. 아님 슈퍼스타K 시즌2가 시작하려나. 나의 TV 프로그램 감상 생활은 이렇게 순 케이블을 중심으로 흘러가는구나. 하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
4. 내 생각엔 괜찮은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은 사이트 두 개가 있다. 둘다 문학과 관련된 사이트인데, 첫째는 KBS 라디오의 <라디오 독서실>. 매주 일요일 8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이다. 예전에는 김갑수 씨가 진행을 했고, 지금은 김경란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청준의 <눈길>이나 김유정의 <봄 봄>, '한국단편명작소설' 따위의 책에 반드시 실려 있는 <감자>, <오발탄>, <사하촌>, <수난이대> 뿐 아니라 <구운몽>, <만복사저포기> 등의 고전 소설과 현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소설들까지 다시듣기로 감상할 수 있다. KBS 아이디만 있으면 된다. 본문을 읽어준 후에는 문학평론가나 문학 교수님들이 나와 작품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 주기도 하는데, 그건 아는 사람이 나왔을 때만 듣는다ㅎㅎ
둘째는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문장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문학사이트이다. 내가 가장 즐겨찾는 메뉴는 '문학집배원'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시인 문태준이 선택한 시와 소설가 은희경이 선택한 소설의 일부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과 성석제, 김연수가 선택한 시와 소설을 받아볼 수 있었다. EBS로도 방송된다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뭐 그렇다.
지금은 쉬고 있는 상태이지만, '문장의 소리'라는 이름의 라디오 방송도 있었다.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디제이와 게스트가 되어 한 시간 분량의 라디오 방송을 만들었다. 나는 한 강이 진행할 때 몇 번 들었고, 중간에 잠시 쉬다가 김애란이 진행할 때와 김중혁이 진행할 때 몇 번 또 들었다. 솔직히 제시간에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방송을 다 들어보지도 못했다. 조금이라도 아는 작가가 출연했을 때와 잘 알지 못하는 작가가 출연했을 때 각각의 방송에 대한 관심의 편차가 굉장히 커지는 터라. 흠. 그래도 '혼자 몰래'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방송이었다. 4월 19일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때부터는 열심히 좀 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5. 최근에 몇 뮤지션의 글을 읽다가 100퍼센트 공감했던 부분 둘. 우선 시와에 대한 어떤 평론을 접한 후 오지은이 쓴 3월 29일 일기의 일부. 원문을 링크해보려 했는데 오지은이 일기를 쓸수록 글이 뒤로 밀려 할 수가 없구나. 오지은의 홈페이지는 여기.
나는 시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시와는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여.
내가 내 왼손모가지를 걸고 말하는데 당신들은 틀렸소. 그리고 그 사실이 참 마음이 아프오.
(중략) 그분들도 더 잘쓰고 싶고 더 꿰뚫어보는 눈을 갖고 싶겠지. 노력하고 계시겠지.
하지만 어떤 노래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왜 받는지,
안 받는다면 왜 안 받는지를 전하는게 그분들의 역할이 아닐까.
다른 분야처럼 말야. 미술, 영화 등등
하긴, 내 1집도 누군가는 '마케팅덕'에 팔렸다고 말했으니까.
1집이 대체 무슨 마케팅을 했는지. 무마케팅도 마케팅이군.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히 지갑을 열지 않는다. 특히 지금의 음반 시장에서는 더더욱.
아주 단순하다. 좋게 들렸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mp3로만 안듣고 씨디를 사고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좋게 작용했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찝어주는 평론이 읽고 싶다.
음악소비자와 음악평론 사이에 어마어마한 간극이 생긴데는 여기에 있다.
아 마지막으로 스스로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
평론을 쓰는 사람들의 성별, 나이 등을 조사하면
굉장히 한 성별과 특정 나이대에 집중분포되어 있다는
몹시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과연 이건 평론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분명히 어떤 종류의 가치는 필요 이상 숭상되고 있을테고
어떤 종류의 가치는 평가절하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 피해는 주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입는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남성의 판타지라는 건 분명 존재하니까.
여성의 판타지라는 것이 존재하듯이.
그다음엔 허클의 드러머 김박사님의 글. ㅇㅅㅁ에 대한 개인적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인정. 원문은 여기.
공연하면서 자신의 음악에 호응하라는 식의 멘트를 하는 자들이 있다.
음악이 좋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관객은 저절로 반응한다.
관객이, 특히 내가 반응하지 않는 음악은 더 이상 쾌락이 아니다.
경제용어로 더 이상 내게는 효용가치가 없다.
그런 음악을, 공연을 보느니 맛있는 과자를 사 먹겠다.
그 쪽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6. 뒷북인지는 모르겠으나-_- 한 커뮤니티에서 '두 명의 이름을 넣으면 그 사이에서 탄생하는 몬스터의 이름을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고 하여 장난으로 들어가 보았다. 두 명의 이름을 넣으라니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름을 넣어 보았더니............
헉-_- 그럼 이게 나라는 건가-_-
헉. 꽃의 요정이라니. 역시 이오퐈들은...;;;;;;;;;;
헉. 이게 무슨 몬스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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