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01, 이즈음에.
2010. 6. 1. 23:03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 파란의 5월말이었다. 직장은 난리였고 상사님들은 나를 너무 괴롭게 하였다(그리고 여전히 괴롭게 한다). 이직을 고민해야 하는 것인가. 머리아프다. 그와중에 자주 가는 사이트는 운영자 비리로 뒤집어졌고, 구글 서비스에서는 텍스트큐브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큐는 여전히 답이 없다. 미쳤나보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 티스토리 올인. 너무한다 텍큐. 개실망.
2. 예전에 한번 포스팅했던 문학라디오 '문장의 소리'가 4월 26일부터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DJ가 바뀌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김중혁씨가 최초로 연임에 성공하여 205회까지 잘 진행 중이다. 괜찮은 방송이다.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잘 됐으면 좋겠다. 물론 유명해지는 것만이 잘 되는 건 아니겠지만, 방송에 피드백이 없거나 적다면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힘빠지지 않을까 싶다. 이 방송이 빨리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므로,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음 한다.
3. 핸드밀을 드디어-_- 샀다. 한달쯤 됐다. 세상에 이걸 왜 이제야 샀을까 후회를 거듭하고 있다. 하리오 세라믹 슬림과 아키라 미니밀 중 고민하다가 아키라 미니밀을 샀는데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칼리타 이름 붙은 걸로 사야되나 1초쯤 생각했으나 어차피 그놈이나 이놈이나 똑같은 놈인데 이름이 무엇이든 뭔상관이리.
배경이 정신없어 핸드밀이 빛나질 않는다-_- 흑
이 핸드밀로 요즘 갈아마시고 있는 것은 카뮤의 과테말라. 바디감도 있으면서 신맛이 진해 이런 맛에 환장하는 내게는 아주아주 탁월한 선택.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겠다고 결심한 내게 '공정무역 커피가 아닌 커피'는 guilty pleasure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름다운커피와 전광수 페어트레이드 페루, 자연드림 동티모르를 번갈아 마시고 있었는데, 전광수 페어트레이드 페루와 자연드림 동티모르는 좀 부드러운 편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산미가 과테말라만큼 강하지도 않았던 터라 마시면서도 아쉬웠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것을 다 마시고 나면 '비교적 신선한' 킬리만자로의 선물로 돌아가겠지. 아름다운커피 중에선 킬리만자로의 선물이 그래도 내 입맛엔 제일 잘 맞는 듯.
곧 프렌치프레스를 지르게 될 듯 하다. 훌륭한 드립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면 수많은 훈련과 좋은 장비와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프레스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데엔 그런 훈련과 장비와 노력을 덜 들여도 된다는 것이 프레스에 관심을 심히 갖게 된 주 원인. 지금은 보덤의 500ml와 1000ml를 두고 고민 중이다. 가격은 몇 천원 차이인데 용량은 두 배 차이라 뭘 사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이보다 저렴한 이케아의 프레스를 살까 싶기도 하고 예전에 MUJI 매장에서 프레스 봤을 때 사놓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의외로 던킨 프레스가 저렴하면서도 많이 허접하지 않아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암튼간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눈팅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휙휙 잘도 지나간다. 지갑은 얇고 눈은 높아지고 죽것다 진짜.
4. 드디어 내일이 6월 2일이다. 뒤돌아보면 참 암울한 선거기간이었다. 심언니 사퇴 발표를 보고는 어찌나 우울하고 속상하고 짜증나던지 투표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6월 2일 내내 잠이나 퍼자고 싶었다. 그러다가 기자회견문을 보고 갈등의 늪에 빠졌고, 지금은 '내팔자에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라고 입술을 꽉 깨물며 내일 투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찍을 후보를 진심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지난 대선 투표 때와 약간 비슷한 심정이지만 사실은 그 때보다 더 가슴이 찢어진다. 그 때 찍은 후보보다 날이 밝은 후 찍게 될 후보에 대한 아, 내가 살면서 '이 자'를 찍게 되는 날이 오다니.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온갖 책임론에 시달리며 고달픈 길을 걷게 될 심언니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이럴 수 밖에 없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기권하지 않기로 결정-아주 힘들게-하였다.
그러고 보면 한 번도 지방선거 때 즐거웠던 적이 없다. 첫 번째 지방선거는 내 생애 최고로 슬픈 선거였다. 진중권과 강준만의 퐈이트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어렸던 내가 뽑은 후보는 이문옥, 뽑힌 후보는...하아-_- 나. 내가 뽑은 후보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었지만 결과는 너무나 끔찍했고 한동안 참으로 우울했다. 두 번째 지방선거 때는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도저히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 처음으로 투표권을 포기했다(이 나이 먹도록 투표권을 포기한 때는 그 때가 유일하다). 그 때 서울시민이었다면 아무 고민 없이 강언니를 뽑았을 거고, 열심히 밀었을 텐데.
그리고 맞는 세 번째 지방선거. 선거 기간 내내 자주 마음이 아팠고 자주 미안했고 자주 속상했고 자주 상처받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날은 밝겠지. 단 한 표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원하는 표는 하나도 주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대패를, 침몰을, 절망을 진심으로 바라.
날이 날인 만큼, 트위터에 심보선씨가 쓴 글을 옮겨놓는다. 이싸람은 어째 쓰는 글마다 멋지냐. 다 줄그어놓고 싶어!!
- 투표가 개인의 의사표현이라 생각할 때 정치는 소멸한다. 이때 유력후보에 찍는 건 내표가 승리의 계산에 들어가기를, 가능성없는 후보에 찍는 건 내표가 유일무이한 한 표가 되기를 원함이다. 나는 투표를 모르는 타인들과의 연대라 생각하겠다. 표현이 아니라.
5. 그저께 저녁 나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조계사에 걸려 있다는 그분의 유서 플래카드 사진을 올려본다. 이 역시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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