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11, 이즈음에.
2010. 7. 11. 10:44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 지금 현재 시각 일요일 오전 열시. 작년까지만 해도 일요일엔 당연히 정오 가까이 되어야 겨우 일어났던 것 같은데 요즘엔 아홉시 전에 눈을 뜬다. 오늘은 세상에나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6시 50분에 기상, 샤워하고 커피도 내려마시고 예배까지 보고 왔다. 책도 읽었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켰다. 트위터를 훓고 우쿨렐레 피크닉의 음악을 듣고 있다. 근데도 아직 열 시다. 세상에나.
그러고보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으니 바꿀 수 없어효'라던 말들 다 사기다. 나는 정말 늦게 자고 아침 늦게까지 졸던 인간이었던 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말할 것도 없고(새벽만 되면 총기가 살아났달까 ㅋㅋㅋ) 아침잠이 너무 많아 1교시엔 거의 졸고 잤는데. 대학생 때는 그놈의 아침잠 때문에 1교시를 하나도 듣지 않으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으나 자주 실패해 정문부터 위당관/ 외솔관/ 빌링슬리관/ 연희관까지 10분 내로 뛰어가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이를 먹어서 이러나. 아니면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게 '일찍 일어나야 함'이 더욱 절실한 건가. 낮잠을 조금씩이라도 꼬박꼬박 자두게 되면서 아침에 덜 자게 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결국은 롤러코스터의 그 노래가 진리인 거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2. 벼르고벼르던 프렌치프레스를 구입했다. 한달쯤 됐다. 보덤에서 나온 케냐프레스(가장 저렴한 라인!!).
튼튼하게 생겼다. 지금까지는 잘 쓰고 있다.
좋은 드립포트를 사서 어려운 드립을 좀더 치열하게 연습해볼 것인가 아니면 프렌치프레스로 눈을 돌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프렌치프레스를 선택. 신기하게도 온라인보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보다 투썸플레이스에서의 가격이 저렴하여 투썸플레이스에서 구입했다. 1리터 짜리는 선물했고 500리터 짜리는 내가 쓰고 있다. 만족한다. 드립보다 편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종이필터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참 좋다. 플라스틱이 아닌 것도 좋고. 다 좋다 다 좋아ㅎㅎ 튼튼하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
3. 마스터키튼, 두사람이다, 별빛속에 전권 소장 완료. 야와라는 어쩔까. 해피보단 야와라지. 빌리뱃은 왜 안나오나. 아참 김진규 새책 나왔던데 관심이 간다. <이슬람과 페미니즘>이라는 책도 재미있겠더라.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은 빌려 읽어야겠다. 참 1Q84 3권 사야 하는데. 그나저나 우쿨렐레 피크닉 앨범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듯 한데 평은 왜이리 나쁠까. 그래도 어쨌든 계피씨의 목소리는 청량하고만. 키스해링전은 가고 싶기도 하고 갔다가 실망할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닥치고 지산에나 가야지 허허허.
4. 자꾸 소비 얘기만 해놓으니 좀 찔려서 이 얘기도 써야겠다-_- 노회찬과 홍세화, 변영주, 진중권, 홍기빈, 김어준, 한윤형, 김정진이 나눈 대담을 묶어 만든 책, <진보의 재탄생>을 일주일 정도 읽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건만. 특히 '인물이 없어' 따위의 소리를 남발하거나 '나는 진보적인 사람이니까 유**을 지지해야지'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명령(권유 아니고 명령)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다. 물론 노회찬이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래도 가장 지지할 수 있는 인물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 사람을 지지한다고 할 때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으니까.
인상깊은 구절이 많은데 그 중 노회찬이 과소비에 대해 얘기하는 구절은 나 자신을 참 많이 반성하게 해 준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저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게 과소비라고 생각합니다. 계층불문하고 과소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지나친 소비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잘못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거죠. 여의도 같은 데서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몇 천원 짜리 커피 들고 막 다녀요. 마치 패션처럼.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들, 특히 먹는 거라든가 술, 이런 데 과도하게 생활수준에 맞지 않게 쓰고 있지요. (중략) 18년산 위스키인가, 21년산 위스키 이런 거 있죠, 30년산은 둘째 치고. 다른 나라에선 한 병 있으면 사람들 불러다 파티 열 정도로 인생에 몇 번 못 먹는 술이랍니다. 우리나라는 폭탄 만들어서 돌리고.
작년 이맘때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 초청강연 갔는데 직책이 없는 현지 일반 사람 만나게 해 줄 수 없느냐, 해서 박노자 씨가 할머니 두 분을 만나게 해 줬는데, (중략) 제가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물으니까 가게 영수증들을 보여줬어요. 그 영수증들엔 물건 산 게 쭉 있고 세금이 적힌 게 있었어요. 보니까 세율이 물건마다 다 다른 거예요. 어떤 건 낮고, 어떤 건 높고. 이 세금이 왜 높은 줄 아냐고 저한테 묻더라고요. 물건 값은 아주 싼데 세금은 굉장히 비싸게 매긴. 그게 뭔데요 하니까 쇼핑봉투라는 거예요. 왜 그러냐 했더니 이게 핀란드 사회를 설명하는 거라는 거예요. 인간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세금도 거의 없다시피 공급해야 된다, 대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 개인 기호를 위한 것들, 술, 담배, 봉투도 마찬가지다, 봉투 같은 경우 개인이 얼마든지 준비해오면 되는데 준비 안 하지 않았느냐, 자원 낭비다, 따라서 이런 건 세금을 몹시 높게 매기는 거죠. 높아 봤자 봉투지만, 여기는 철학이 확고하게 있는 거예요.
물론 '할머니'라는 호칭을 쓴 것이나 하필 많고 많은 예 중 '커피'를 든 것은 좀 걸리지만-_- 그래서 누군가는 또 저 부분을 '스타벍스에 미친 여자들'이라며 욕하는 데 갖다 쓸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의 초점은 '계층불문하고 잘못된 소비를 한다'는 것, '소비를 할 때도 나름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튼간 요즘 계산할 일이 생길 때마다 저 말이 떠올라 이게 정말 잘하는 소비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보곤 한다. 일회용품 쓰지 말아야겠다고 한번 더 다짐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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