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3월, 읽은 책들.
2010. 5. 3. 08:50ㆍ흔드는 바람/읽고
총 43권이다. 그 중 온다 리쿠의 책이 네 권. 온다 리쿠의 책은 그냥 읽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냐고 물으면 글쎄다...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다. 읽고 나서 와 역시! 하고 감탄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그보다는 어이쿠 이런-_- 할 때가 더 많다) 이번엔 어떤 얘길 썼나 한번 볼까? 하는 정도의 호기심을 늘 갖게 해 주는 작가랄까. 이렇게 말하면 온다 리쿠 팬들은 외람되다 하겠지만 불량식품 먹는 기분으로 읽는 듯 하다ㅎ
요시모토 바나나도 좀 비슷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는 온다 리쿠보다 책의 기복이 덜한 것 같다. 온다 리쿠 책의 기복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어떨 땐 진짜 막 책을 던져버리고 싶어져ㅋㅋㅋㅋㅋ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세 가지는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의 재기발랄한 상상력, <죽은 왕녀를한 파반느>가 가진 열린 텍스트로서의 성격(뭐 그게 열린 거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제 5 도살장>의 아이러니함과 블랙유머.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세 권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제 5 도살장>이었다. 평론가들은 박민규의 이 책을 싫어하겠지만 나는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박민규의 '수상작'보다 이 책이 더 좋다. 보네거트는 <고양이 요람> 빼고 다 좋다. <고양이 요람>은 이상하게 못읽겠더라. 번역의 문제인가(라고 하기엔 <제 5 도살장>과 번역자/ 출판사가 같은데!!) 나의 문제인가.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흑흑. 그나저나 이덴슬리벨은 제발 오탈자를 성실하게 봐주었으면 좋겠다ㅠ
<네 가족을 믿지 말라>와 <벨벳 애무하기>,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은 꽤 유쾌했다. 한 직장 동료분이 김진규의 전작인 <달을 먹다>를 읽으시고 나서 "뭐 이렇게 인물이 많고 복잡해? 다신 이작가 책 안읽어!!"라 하셨었는데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생각을 바꾸시길 권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을 먹다>도 나쁘지 않았지만 인물들이 약간은 덜 입체적이라고 느껴졌는데(이해는 되지만 크게 공감이 되진 않는다, 는 감상이랄까)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은 훨씬 생동감있어졌다는 느낌이다. 매우 즐겁게 읽었다. <네 가족을 믿지 말라>는 엄청 가벼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가볍지 않아 좋았고, <벨벳 애무하기>는 엄청 무거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무겁지 않아 좋았다. 둘 다 두꺼운 책인데 참 술술 잘 읽혔다.
<파일로 밴스의 정의>, <흐르는 강물처럼>,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예상보다 좋았다! 예전에 밴 다인의 책과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꽤 지루하게 읽었던 적이 있어 앞의 두 권 다 '뭐 재미있음 좋고 재미없음 말고' 하는 기분으로 집어들었는데 이전의 독서보다 이번의 독서가 훨씬 만족스러웠다. 북스피어의 밴 다인 시리즈는 구입할 생각이다(<흐르는 강물처럼>은 예전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선물로 받았다. 내가 가진, 유일한 코엘료의 책이다ㅋㅋ).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 중 읽지 못한 것들을 그래도 죽기 전에 읽어둬야 하지 않겠냐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괜찮았다. 다음에는 <부활>과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 중. 아니다, <전쟁과 평화>를 그 전에 먼저 읽어봐야 되나?;
<당당한 아름다움>은 아쉬웠다. 더 재미있게 다채롭게 구성했더라면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권해줄 수 있을만한 책이 되었을텐데. <의뢰인은 죽었다>도 아쉬웠다. <네 탓이야>보다 재미있었으면 했는데 덜 재미있었다. <노서아 가비>는 너무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생각하니 화나네.
뭐 그래도 1-3월의 독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대대대대히트작인 <엄마를 부탁해>와 <도가니>도 드디어 읽었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었고 있었던 <속죄>와 <더 리더>와 브라운 신부 전집도 읽기 시작했고 리뷰도 세상에나 세 편이나 썼고. 최근 몇 년간 3월에 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올해는 3월에도 다른 달과 비슷한 정도로 책을 읽었다는 게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이럴 수 있겠지 흐흣. 남은 2010년에는 더 즐거운 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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