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127, 이즈음에.
2006. 11. 27. 21:56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 지지난주, 감기에 걸렸다. 주말까지 앓았고, 덕분에 일요일과 월요일 수업 직전까지 미친듯이 보고서'들'을 써야 했다. 그러고 나니 감기가 재발했다. 이를 갈며 약을 챙겨먹고 살펴보니 컴퓨터도 주인 몸 꼴처럼 고장나 있었다. 이번달 초부터 블루스크린이 가끔 뜨길래 '또 왜이지랄?'하고 말았는데 결국 탈이 난 것이다.
금요일 내내 "컴퓨터에 치명적인 damage가 발생해서 강제종료하겠으니 어쩌구저쩌구..."하는 메시지와 함께 블루스크린이 10분마다 떴다. 버럭버럭 빌게이츠 욕을 하며 결국 XP를 덮어깔았는데 윈도우 설치 중 컴퓨터가 계속 다운되었다. 27분, 17분이 고비였다. 어떻게 운좋게 13분까지 갔는데 MSDLL.DLL 파일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또다시 다운되었다. 또다시 MS를 저주하며 재시도하기를 수십차례, 시간은 어느새 새벽 두 시 반.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를 째려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야,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말을 시작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푸념을 해댔다.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 무리가 가는 3D 게임을 돌린 적도 없고 악성코드 안깔리게 얼마나 조심했는데. 내가 쓰는 프로그램 다 합쳐봤자 이십개도 안되지 않느냐. 소닉스테이지를 종종 돌린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MD때문에 어쩔수가 없었다. 제발 부탁이니 정신좀 차려서 이번엔 다운되지 말아라!! 그렇게 주절주절 떠들고 있으려니 옆방에서 자던 동생이 미간에 내천자를 그리며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언니 미쳤어?"
나는 미쳤을지 몰라도, 컴퓨터는 희한하게 윈도우 덮어깔기에 성공했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인간이 말을 걸어주면 좋아한다던데, 기계도 그러는 걸까. 신기한 일이다. 아아, 감격스러워라, 장하다 장해, 네가 다운의 유혹을 이겨내고 덮어깔기에 성공했구나!! 눈물이 찔끔 날지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컴퓨터를 다시 켰다. 오오. 부팅이 된다. 드디어 바탕화면이 다시 보인다. 그런데 3분쯤 지났을까, 다시 그놈의 블루스크린이 뜨고 말았다. "컴퓨터에 치명적인 damage가 어쩌구저쩌구..." 이런 제기랄.
인제 과제도 다시 폭풍처럼 밀려오고 마무리해야 할 글도 있는데 자꾸 블루스크린이 예고도 없이 퍽퍽 뜨면 어쩌자는 건가. 그저께 아버지 컴퓨터 고장나서 AS가 한차례 왔다간지라 또 부르기도 민망한 지경인데. 요즘 고진샤 SA를 지를까말까 완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데스크탑이 말썽을 부른다는 건 SA를 지르라는 계시인 건가. 아, 머리아파.
암튼간 컴퓨터씨, 말좀 들어. 어서. 그리고 윈도우 이 ㅆㅂㄻ, 온 마음을 다해 저주하겠다.
2. 얼마 전 스노우캣,
2. 얼마 전 스노우캣,
마지막 '웬 나무?'에서 개폭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공감;;;;;;;;;;)
3. 작년 11월에는 정말 마음이 복잡했었다. 아꼈던 사람 하나를 잃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공감;;;;;;;;;;)
3. 작년 11월에는 정말 마음이 복잡했었다. 아꼈던 사람 하나를 잃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계속 그 사람에 대해 생각했었다. 왜 그랬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잊었던 일도 다시 떠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를 떠올리는 순간, 너무 많은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마음이 먹먹해지고 갑갑해졌으니까. 그리고 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참고 보려면 볼 수도 있겠지만, 안 보는 게 나에게 백번천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이젠 속상하지도, 슬프지도, 미안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가끔 생각날 땐 그냥 웃는다. 그땐, 그렇게, 싫었는데, 하고, 웃어 버린다. 언니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편안해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젠 이해가 된다.
어쨌든 잃은 건 잃은 것이다. 다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되돌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들과 표출해버린 감정을 지금 내 마음이 편해졌다고 부정하거나 부인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나보다, 그녀가, 더 안됐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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