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 23:09ㆍ🌸/꿈속에 있네
그러니까 오늘은 8월 1일. 블로그에 공연 후기 쓰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내가 쓰는데 내가 어색하넼ㅋㅋㅋㅋ 요즘 매우 빠른 속도로 애정이 커져가고 있는 밴드가 있는데, 7월에 그 밴드의 공연을 보고 온 후기를 써볼 생각이다. 글쓰기는 문제 해결 과정이므로 후기를 써내려가다보면 엉켜있는 감정의 다발들이 좀 정리되지 않을까 하고…허허헛.
그 밴드는 바로 ☆줄☆리☆아☆드☆림☆. 아니 어쩜 이름도 이렇게 맘에 든담. 올해 4월 28일(절대 잊히지 않을 것임ㅋㅋㅋㅋㅋㅋ) 첫 정규앨범을 낸 밴드인데, 활동한지는 몇년 되었지만 그 몇년간 나는 음악도 지지리 안들었고(승열오라버니 빼고는 진짜로 들은 게 없다…) '문화생활=사치'인 삶을 버텨갔던 터라, 올해 정규앨범 나오기 전까지는 뉘신지 몰랐다. 그러다가 지난 5월에 우연히 정규앨범을 듣게 됐는데, 아 뭐야 이거 너무 좋은 거시다!!!!!
당시 흥분 상태에서 쓴 트윗↓ '씨디'도 오타나고 엉망진창ㅋㅋㅋㅋㅋ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역시 줄리아드림 앨범을 들으며 세월호를 떠올렸는데, 그것 말고도 이 앨범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그 달에 나는 희곡 '만선'과 관련된 작업을 하게 되어 예전엔 대충 읽어치웠던 '만선'을 일생 중 최고로 진지하게 읽었다. 그리고는 이 희곡이 하나의 목표에 눈이 멀어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진창으로 몰아넣는 한심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이래서 글은 자고로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예전엔 곰치를 자기 욕망 때문에 남들을 파멸시키고도 집착 쩌는 사이코 아저씨 정도로 생각했고 구포댁은 그 아저씨 때문에 새끼들을 잃고 미쳐버린 불쌍한 아줌마 정도로 생각했었다. 얕기 짝이 없는 이해였던 것. 다시 읽은 '만선'은 인간에게 운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나에게 주었다. 자신에게 비극적인 삶이 예정되어 있을 때, 인간은 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파멸밖에 없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삶마저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가…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다 보니 구포댁과 곰치를 놓고 선악을 논하거나 뻔한 교훈을 떠드는 게 의미 없어 보였다. 대신 인간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요인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자각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일 수 있는가, 삶이 비극인데도 그 삶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같은 이야기를 해 보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거다. 물론 그 때 내가 처해 있던 개인적 상황이 저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 같고. (그래봤자 다른 사람들은 '나쁜 아저씨/미친 아줌마'로 읽는 걸 더 재미있어 한 것도 같지만)
그러던 때 불안의 세계를 접했다. 앗 만선이라는 노래가 있잖아??? 하면서 첫곡인 망자의 바다부터 플레이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꽤 짧은 노래인데 가사가 너무 뇌리에 박혀서 계속 생각이 났다. 곰치의 노래 같았고 내 아버지의 노래 같았고 결국은 나의 노래 같았다. 탄탄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사이키델릭하면서도 holy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데 거기에 폐부를 찢는 것 같은 가사까지 더해지니까 충격에 충격이 계속 더해졌을 수밖에.
바라보라 저 새벽의 밝은 거짓을. 내게 오라 나를 삼킬 생의 배반아.
열심히 5월 내내 노래를 듣다가, 6월 되어 아버지 보내드리고 정신을 추스리던 중, 다시 줄리아드림을 듣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나를 삼킬 생의 배반이라는 구절 보면서 승열오라버니 노래 가사들도 여럿 생각났었다. 언젠가 꼭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7월 ebs space 공감에 7월의 헬로루키로 줄리아드림이 나온다네?? 게다가 공연 날짜는 내 생일날 다음날인 7월 4일이네???? 오오 이거 됐으면 좋겠다…하면서 신청했는데 어머 뽑혔네???????
공감 프로그램의 줄리아드림 설명글. '모든 면에서 출중하다'라니 엄청나지 말이다.
이날 내 자리는 박보컬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ㅋㅋㅋ 치우친 자리였다만 그래도 너어어므 좋았다ㅠㅠㅠㅠㅠ
열심히 일하고-_- 비도 오는 궂은 날씨에 매봉역까지 찾아갔다. 꽤 오랜만인 것 같다고 느꼈지만 사실 약 1년 만. 작년에 승열오라버니 공감 공연 본 후 못 왔던 거였다. 그날 생각을 하다보니 신동훈 반바지 생각도 나고 그러다보니 신동훈 생각이 나고 신드럼이 보고싶어져 마음이 아프고ㅠㅠㅠㅠㅠ 잘지내나요 신드럼 보고싶어요ㅠㅠㅠㅠ 그러다가 공연장 입장. 안다영밴드 공연이 먼저 시작됐다. 안다영밴드에 대해선 진짜 1도 몰랐지만 즐겁게 봤다. 한창 때 요나언니(from 네스티요나)를 보는 기분도 잠시잠깐 들었고…잘지내시나요 요나언니. 제가 언니 좀 좋아했었는데 흑흑. 그러는 와중에 줄리아드림 시작.
안다영밴드의 주인 안다영씨. 사진 출처는 당연히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
첫곡은 앨범과 똑같이 생의 배반+만선이었는데…아니 이건 뭐…그래 그러니까 좋아야 맞겠지만……이정도로 좋은 건 반칙인데………?????? 솔직히 계속 넋이 나가 있었어서 박보컬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 안난다. 이날 공연이 방송으로 나갔을 때 앞부분에서 김학선씨가 '처음 드럼 소리를 듣고 이 팀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는데 100퍼센트 200퍼센트 동의한다. 나도 진짜 그랬다ㅠㅠ 보컬 목소리는 고사하고 숨소리도 안들렸는데 그냥 노래 시작하자마자 숨이 탁 막혔다.
역시 ebs space 공감 웹사이트에서 업어온 사진. 보컬&기타 박준형씨.
이날 ebs에서 올려준 사진이 박기타님밖에 없닼ㅋㅋㅋㅋ 너무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연을 먼저 보고 음원/CD를 나중에 사면 실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공연 때 진짜 좋았던 팀의 음원/CD만 사니까 당연하짘ㅋㅋㅋㅋ 그래서 그런 팀의 공연 소식을 들으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반대로 음악이 너무 좋아서 '와 이거 내인생의 BGM'하며 미친 듯이 듣다가 나중에 라이브를 보면 '음, 굳이 공연을 챙겨보진 않아도 되겠군' 하면서 집에 돌아갈 때가 많다. 마음 속에 저절로 '공연 보고 싶게 만드는 밴드' '음악 챙겨듣는 것으로 충분한 밴드' '음악이 들리면 듣지 굳이 챙겨서까지 들을 건 없는 밴드' 등등의 경계가 그어지는 거다.
줄리아드림은 음원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라이브는 그정도까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매봉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계속 '기대보다 별로여도 너무 실망하지 말잨ㅋㅋ 뭐 실망하는 거 한두번이냨ㅋㅋㅋ'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음악만 들을 뿐 음악 만드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아보지 않는 편이라 줄리아드림 멤버들 개인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냥 음악만 줄창 듣다 간 거다. 그래서 처음에 무대에 오르는 멤버들 보고는 '어 애기들인데????'라고 생각했는데…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끝나버렸다. 제가 항복하겠습니다. 불경한 생각을 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엉엉엉. (공연 끝난 후 집에 가서 폭풍검색하니 '애기들'도 아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안이셔서 오해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날 내 자리가 매우 박보컬 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손베이스님의 존재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껴야 했던 건 아쉬웠지만 그거 말고는 모든 게 좋았다. 묵직한 베이스도 화려한 기타도 압도적인 드럼도. 약 먹은 기분이었다. 엄청 아픈 거 한방에 나으려고 되게 센 약 먹고는 약기운에 홀려 있을 때 같은 기분. 염드럼님이 곡 시작하기 전에 원, 투, 하는 것조차도 짜릿짜릿했다. 박보컬님은 인상도 앳되고 말할 때도 소년같은데 노래 시작하면 막 다 잡아먹을 듯이 그러더라, 어휴. 그러고 보니 승열오라버니 아닌 뮤지션의 공연을 보며 이렇게까지 집중한 것도 참 드문 일이다. 사실 이 날이 승열오라버니 아닌 뮤지션의 공연을 굉장히 오랜만에 본 것이기도 한데…거참. 쓰면 쓸수록 이래저래 줄리아드림을 좋아하게 된 데는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점도 크네.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지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존재인 나는;; 너무 몸둘 바를 모를 것 같아가지고 CD만 사서 급히 귀가했다. 현금이 없어서 CD를 한 장밖에 못 샀는데 죄 짓는 기분이 들더라. 이런 공연 보고 나면 CD를 다섯 장은 사야 할 것 같은데 싶고. 집에 가는 내내도 취해 있는 기분이었고 집에 오자마자 단공 검색해서 예매해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만은 너무 좋아가지고요 어휴.
자켓 속 장면이 줄리아드림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느껴지는 기분과 비슷하다. 피할 수 없는 화염을 뒤집어쓰는 것 같은 느낌.
헬로루키 방송은 28일 밤에 방영됐는데, 달랑 두 곡만 전파를 타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복습했다. 단공 전까지도 봤고 단공 끝난 후 오늘도 또 봤다ㅋㅋㅋ 보다 보니 후기를 쓰고 싶어져서 쓰긴 썼는데 쓰고 나니 좋다는 말밖에 없네 어히고. 아까우니까(?????) 공감 보며 캡쳐한 거라도 올려야겠다. 줄리아드림 흥해라 아니지 흥하세요 엉엉. 오래오래 음악 해주세요 엉엉. 이번 달에 또 공연 보러 가야지 엉엉엉. 그전에 시간 나면 단공 후기도 좀 써보고ㅋ
7월의 헬로루키가 줄리아드림 덕분에 흥한 느낌…!!!!!!!!!!
스토리텔링이 대세라는 걸 아시는 박보컬님.
Julia Dream!!
하 만선…여러분 만선 들으세요 열번씩 들으세요 원래 이런 노래는 백번 듣는 거지만ㅠㅠㅠㅠ
손베이스님 포스ㄷㄷㄷㄷㄷ 무게감ㄷㄷㄷㄷㄷㄷ 카리스마ㄷㄷㄷㄷㄷㄷㄷㄷ
저렇게 받쳐주는 베이스 위에서 기타가 뛰어놀 수 있는 거다.
7월의 헬로루키 첫 번째는 줄리아드림입니다!!
당연히 좋은 무대였겠지 무슨 말씀을…
염드럼님의 손목에 있는 노란팔찌는 나의 노란팔찌 같은 것인가. 보면서 되게 궁금했다.
박보컬님은 멘트를 할때마다 굉장히 팬들을 생각하는 느낌. 뭔가 부럽다???????
저 말이 내 말ㅠㅠ 됐구나! 이 팀은 됐어!! 내가 졌다!!!!
아 뭔가 허무하다 싶었는데
이유가 좋아서 납득하기로 합니다.
아니 다시 봐도 애기들인데…셋 다 왜이렇게 동안이냐고.
연습량이 많다고 해서 어느 정도인가 했는데,
(염드럼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똑똑한 다람쥐처럼 귀엽다ㅠㅠㅠ)
하루에 6시간이래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셋 다 느낌이 다른데 같이 보면 잘어울린다. 하 신기해.
2015년 3월 미국 서부투어ㄷㄷㄷㄷㄷㄷ
저런 얘기들을 뻔한 '한탄'이나 '세상탓' 대신 상징적으로 대신 치열하게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ㅠㅠ
이미 주셨어요. 오래오래 음악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줄리아드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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