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 22:00ㆍ🌸/꿈속에 있네
그러니까 어제 공감 후기에 썼던 것처럼 7월의 헬로루키 ☆줄리아드림☆ 공연을 보고 난 후 집에 온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단독공연을 검색했고 하나투어티켓 사이트에 회원가입까지 해가며 바로 예매해버렸고 트위터에서 줄리아드림을 검색해 라이브 영상을 찾아봤고 그런 와중에 네이버 뮤직의 2016년 상반기 필청 앨범 리스트에 줄리아드림이 올라가 있는 걸 보며 뿌듯해했고(내가 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 발매된 싱글 신이 내게 말하네를 한참 듣다가 보니 7월 31일이 되어 줄리아드림 단독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전에 줄리아드림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런 공연 안내글이 올라왔는데. 저 '소문이' 부분이 너무 귀여운 거다. 특히 4의 '원래 잘하던 거' '맨날 보던 멋있는 연주'라는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잔망스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악은 엄청 진지한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 보면 참 다정다감한 느낌이다.
일요일이다보니 가야 할 데가 많아 장항동→장충동→고양동→서교동이라는 엄청난 동선을 그리며 교통비를 길에 마구 뿌리고 조금 일찍 홍대에 도착. 에반스라운지는 예에에에에전에 승열오라버니 공연을 본 적이 있던 곳이라(그날 딴세상 갔다왔었지 음…) 익숙하게 잘 찾아갔다하하하. 근데 너무 부지런히 찾아간 탓에 너어무 일찍 도착해가지고;; 문을 슬쩍 열어보니 박리더님이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는 거다???? 저렇게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빈손이라니 이건 아니다 싶어 간단히 케익 하나 사러 갔다 왔는데도 여전히 리허설 중.
날도 너무 덥고 해서 그냥 리허설 계속 들었는데 리허설도 너무 좋아서 계속 으아! 으억!! 아이고!!!! 하고 거듭 감탄하며 들었다. 중간에 멤버들이 잠깐 쉬면서 왔다갔다해서 잠시 몸둘 바를 모르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만 아는 뮤지션'과 우연히 마주쳐도 되게 자연스럽게 잘대하던데(막 사인받고 셀카찍고) 나는 그렇게 마주치는 게 너무너무너무 어색하다 으어어어. 어릴 때도 그랬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하네 으어어어어어.
여튼간 열심히 티켓팅을 기다렸는데 리허설을 끝낸 멤버들이 공연장 정리를 하고 줄리아드림 굿즈도 정리하고 해서 좀 놀랐다. 문틈으로 염드럼님이 의자 옮기고 굿즈 꺼내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니 귀한 뮤지션들이 이런 걸 하면 안되지 않아요?????? 싶어 화들짝 놀람. 저러다 손이라도 다치면 안될텐데 하는 (쓰잘데없는) 걱정도 하고. 그동안 내가 그래도 편한 공연 보고 다녔구나 싶어가지고 혼자 막 애틋했다 흑흑. 줄리아드림 더 많이많이 흥하세요 흑흑흑.
희망의세계 포스터. 힘주어 깍지를 낀 손때문에 희망의세계라는 말 자체가 반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공감 때는 관객석에서 볼 때 왼쪽부터 손베이스-염드럼-박기타 순서로 섰었는데 이번엔 손베이스-박기타-염드럼 순서였다. 나는 12번으로 입장해서 어쩌다보니 손베이스님 바로 앞에 앉았는데 너무 가까워서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나름 애썼다. 베이스님 어색해하실까봐ㅋ 세분 다 상하의 블랙으로 쫙 맞추고 무대에 올라왔는데 박기타님은 말하고 웃을 때 귀엽고 염드럼님은 존재가 귀엽고 손베이스님은 손동작이나 고갯짓(이라고 쓰니 뭔 어린이집 아이 같지만 그 말 말고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이 진짜 엄청 귀여워서 결국 셋 다 귀여운 걸로 결론. 줄리아드림 음악만 들을 땐 느낄 수 없었던 귀여움이 공연을 보니까 느껴지지 말이다하하.
사진은 하나도 안찍었다. 영상도 마찬가지. 아침에 집 나올 때부터 오늘 공연장에서 사진 찍을 여유 따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보고 듣기도 바쁠텐데 사진은 무슨…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손베이스님과의 자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감히 사진 같은 걸 찍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연하는 데 방해라도 될까봐 흑흑. 그래도 공감 때보다는 좀더 몸에 힘을 빼고 볼 수 있었다. 더 몰입하고 더 즐긴 느낌. 그래도 매우 집중했기 때문에 공연 시작하기 전엔 셋리스트를 좀 적어둘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막상 공연 시작하니까 메모할 틈도 없어서 그냥 보기만 했다. 그래서 아래 쓴 셋리스트는 좀 틀릴 수도 있다…는 무슨, 백퍼 틀렸다고 확신함ㅋㅋㅋㅋㅋ
SET LIST | ||
Julia Dream - Pink Floyd Cover 망자의 바다 Casus Belli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 Smith Cover I talk to the wind - King Crimson Cover Minor Extacy Blues Ver. 꿈 속에 있네 신이 내게 말하네 |
JAM 생의 배반+만선 My Queen 바람몰이 굿 Dance Music 유난히 무겁게 짓누르던 날 River of Dark 가위 |
Minor Extacy Original Ver. Casus Belli 어떤 전쟁 |
줄리아드림 포함해 커버곡이 세 곡 있었는데 핑크플로이드와 스미스와 킹크림슨. 그동안 기사 찾아 읽어보고 해서 줄리아드림 멤버들이 킹크림슨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던 터라 저 곡들도 그냥 쉬운 거 고른 게 아니겠구나 싶었다. 첫곡이 줄리아드림인 것부터 인상적이었고. 줄리아드림이라는 밴드가 태어날 수 있게 했던 노래를 공연 첫곡으로 관객들한테 불러준다는 게 뭔가 되게 따뜻하고 뭉클했다. 뭐 내가 초반부터 감성폭발한 걸 수도 있곸ㅋㅋㅋ 원곡도 좋았지만 커버도 참 좋았다.
1부는 주로 어쿠스틱 세트로 진행되어, 박기타님이 중간에 공감 공연을 언급하면서 '이럴 줄 모르고 오신 분들은 무슨 김광석 쇼냐 하실 텐데 그래서 하모니카도 가져왔다ㅋㅋㅋ'며 하모니카를 꺼내셔서ㅋㅋㅋㅋㅋ 재미있었다ㅋㅋㅋㅋ 처음 불어보는 하모니카라고 하셨는데 믿을 수 없이 능숙하게 잘 연주하심. 다른 곡들도 신선했지만 Casus Belli의 어쿠스틱 버전이 제일 의외여서(아니 이노래를 이렇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2부는 뭐…첫곡 시작하자마자 또 항복해버렸다. 만선도 좋고 My Queen도 너무 좋고ㅠㅠ 바람몰이굿이나 댄스뮤직이나 유난히 무겁게 짓누르던 날은 불안의 세계 앨범에 안 들어있어서 모르는 곡이었는데도(줄드의 오랜 팬들에겐 익숙한 곡이었겠지만!) 좋았다. 특히 댄스뮤직이 좋았다. 신곡이라는 River of Dark도 엄청 맘에 들었는데 연주 끝난 다음에 박리더님이 곡 제목 다시 말씀하시면서 '리버 오브 다크크크…'라고 하셔서 풋 웃었다ㅋㅋㅋ 불안의 세계에 들어가지 않은 곡 말고 신곡을 모아서 올해 안에 EP를 한장 더 내시겠다는데 참 부지런도 하다. 이번엔 바다가 아니라 강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설마;
중간에 애장품 나눠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손베이스님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며(역시 취미도 귀여움) 세상에나 포켓몬공을 가져오셨다. 피카츄가 들어있는 포켓몬공이라는데 피카츄 한번 보고 싶었지 말입니다. 염드럼님은 줄리아드림의 첫 정규 앨범 발매일인 4월 28일과 가장 생일이 가까우신 관객분에게 본인이 공연 때 자주 입었다는 Kiss 티셔츠를 증정. 박리더님은 가장 멀리에서 오신 분에게 하모니카를 드리겠다고 하여 일본에서 오신 분이 받아가셨다. Love me do 중간에 나오는 하모니카와 같은 브랜드의 하모니카라고 하셔서 오랜만에 존님도 떠올려 보고.
검색하니까 이런 이미지 나오네…맞나?;;;
공감 공연때는 준형님 쪽에 치우쳐 앉아 있었어서 덜 느꼈는데, 손베이스님 앞에 앉아있으니 베이스가 엄청! 무게감!! 있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왔다. 줄리아드림 노래들 중 베이스가 비슷한 라인을 반복하는 곡들이 있어서 저럴 땐 연주하기 좀 재미없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는데 이날 보니 그런 느낌이 안 들었다. 기본적으로 기타 대신 베이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무대의 센터가 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자신에게 관객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거나 튀는 연주를 앞장서서 하는 것보다는 한발짝 물러서서 밴드를 받쳐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닐까. 서전음 공연 자주 보던 때 정욱님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병규님 보고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근데 뭐 셋 다 워낙 존잘님들이셔섴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든든한 베이스가 잘 받쳐주니까 화려한 기타와 드럼이 있을 수 있는 거겠지.
염드럼님은 세상에 그 마른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파워드럼ㄷㄷㄷㄷㄷ 금발도 어찌나 잘어울리는지 검은 머리가 상상이 안된다(물론 난 본 적이 없으니깤ㅋㅋㅋ). 염드럼님 덕분에 1집 발매일 절대 안 잊을 거임. 연주 안 할 때는 그냥 귀엽기만 한데 원! 투!! 하고 시작만 하면 괴력이ㄷㄷㄷㄷㄷ 근데 괴력으로 말하자면 박기타님도 마찬가지. 그냥 말할 떄 목소리만 들으면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단 말이지. 보컬도 맘에 들지만 기타리스트로서도 완전 좋다. 그렇다고 베이스가 빠지지도 않고. 그냥 셋 다 존잘이라니까. 서로 계속 의사소통하면서 연주를 해내가는데 셋이 착착착 합도 잘맞아들어가서 평소에 연습 많이 하는 티가 확실히 나더라.
박기타님이 멘트할 때 계속 자기 말 못한다고 했는뎈ㅋㅋㅋ 워낙 '물흐르듯 말하는' 뮤지션 공연에 자주 안가서ㅋㅋㅋㅋㅋㅋ 그런 느낌 전혀 안들던데요???? 말을 할 때마다 팬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뚝뚝 떨어져서 좀 놀라기도 했다. 제일 오래 기억나는 말은 불안의 세계 앨범에 대해 얘기하며 분노보다는 연민에 대한 앨범이라고 한 것. 연민을 동정과 유사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민이라는 건 감정의 주체가 대상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보는 데서 비롯하는 것 아닐까.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 자신과 다른 상황/처지에 놓여 있을 때,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느끼는 지극히 겸손한 감정. 그래서 연민은 타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삶의 사명인 인간이 잃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인간이 다른 인간/생명에 대한 연민을 가진다면 그 수많은 죽임과 혐오와 차별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지.
불안의 세계는 이런 불안을 배태한 세계를 다 부숴버리겠다(!!!)는 메시지 대신, 그 세계를 만든 이들 역시 연민으로 바라봐야 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앨범 아닐까.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세계/그 세계를 만든 이들을 적으로 상정하고 그들에 대한 공격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결국 나를 선으로. 상대를 악으로 전제하는 이분법으로부터 나오는 것일텐데, 사실 그 어떤 인간도 완전한 선이고 완전한 악일 수는 없는 것. 그렇다면 무엇이 누군가를 상대적 선의 위치에, 상대적 악의 위치에 놓고 그들끼리 서로를 잡아먹겠다며 공복으로 핏발선 눈을 뜨게 하는 건지를 살펴야 할 테고, 그러려면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가져야겠지.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게 이 앨범이라면, 나는 이 앨범이 (원래도 좋았지만) 더욱 좋다. 이런 앨범을 만들어주고 라이브를 들려주어서 너무 고맙다. 또 보러 갈게요. 감사합니다 줄리아드림.
티켓 대신 줄리아드림 도장. 좋은 공연엔 구매로 화답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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