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5. 23:39ㆍ🌲/비둘기호를 타고
생일이라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게 된 지 꽤 오래됐다. 나따위 뭐 대단한 생명이라고 엄청난 축하를 받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랄까. 올해는 꽤 여러 번 큰 선물을 받았다. 직장에서 평생 받아본 것 중 가장 큰 서프라이즈-라기엔 너무 예상 가능했지만ㅋㅋ 그래도 고마운 파티와 선물을 받았고, 승열오라버니의 새 앨범을 받았고(물론 이것을 내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직 나뿐이닼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생각의여름의 단독공연을 받았다. 물론222 박종현씨는 당신의 단독공연을 자신의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하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는 작년 이후로 생각의여름에 대한 애정이 매우 크게 생겨서+_+ 생각의여름 공연이 있으면 최대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더랬다. 하지만 생각의여름 공연은 워낙 귀하고ㅠㅠ 그렇다고 공식 계정이나 SNS가 활발히 운영되어서 생각의여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ㅠㅠㅠㅠ ('생각의여름' 검색하면 박종현씨와 전혀 상관 없는 글들이 43148716078개 나옴…으어엉엉) 그래서 슬퍼하던 6월초, 붕가붕가의 트위터에 올라온 단독공연 공지와 포스터!!!!!
이거시 포스터. 나무의관점 너무 소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멜론티켓에 뜬(단독예매!!!!) 공연정보.
이거슨 멜론 티켓 사이트에 올라온 단독공연 웹자보 :)
안그래도 벨로주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의여름이라니요 아이고…게다가 7월 2, 3일이라니요ㅠㅠ 이거슨 생일선물이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마음 같아선 이틀 다 가고 싶었으나 그래도 3일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아 2일만 예매했다. 벨로주가 망원역 근처로 장소를 옮긴다고 하여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 생각했었는데 생각의여름 덕분에 가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From a tree perspective도 라이브로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아주 두근두근했다. 그래서 올해 생일선물은 요새드림요새와 생각의여름 단공과 요새드림요새 발매공연 세 가지가 되었닼ㅋㅋㅋㅋㅋㅋ (아티스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맘대로 다 생일선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매를 마치고 망원역에서 벨로주로 가는 길을 검색해보았는데,
20번이니까ㅠㅠ 빨리 예매하지는 못한 것임ㅠㅠㅠㅠㅠㅠ
보기에는 쉬워보였다. 그냥 쭉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면 되겠군!
보기에는 쉬워보였다. 그냥 쭉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면 되겠군! 크게 어렵지 않겠어 +_+ 싶었다. 6시 공연이었고 나는 예매번호 20번이었기에(일찍 하지 못했음ㅠㅠ) 운좋게 앞번호 분이 늦게 오시면 조금 더 앞쪽에 앉을 수도 있겠지? 일찌감치 도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 보기 전후에는 뭔가 먹을 수도 없을 것 같아 고로케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벨로주로 출발.
태극당의 고로케 :)
그리고 망원역에 도착해서 한참 가고 있는데 뭔가 예상했던 것과 거리의 풍경이 달랐다. 예전 벨로주 있던 곳과 비슷한 분위기를 상상했었는데 무슨 아파트도 나오고 상가들이 쭉 늘어서있고…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다시 검색해보고서야 깨달았다. TV에서만 봤던 망원시장 입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새 벨로주가 위치해있다는 걸.
저 '망원수제고로케'가 망원시장 입구 같은 가게였고, 벨로주 가는 길은 '보통의 동네 시장가는 길' 느낌이었던 것.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건물에는 학원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고.
아 물론 교회 간판도 걸려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데로 온 것 같다는 느낌에 불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드디어 벨로주 간판을 찾았다. 학원이 3층이니까 벨로주가 학원 위에 있는 것.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았고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일요일 오후였지만 학원 불은 환하게 밝혀 있어 약간 슬픈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빡세게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겠군…하며 4층에 도착.
바로 이 간판!!!!! 옆에는 공연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3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니아 벨로주 맞구나-싶은 광경이 드디어 보였다.
안쪽에서는 박종현씨가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박종현씨 목소리를 들으니까 뭔가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마냥 좋았다. 생각의여름 공연을 보기 전에는, 생각의여름 음악을 들으면 긴장하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의 목소리와 가사에 매우 집중해야만 할 것 같은, 팽팽한 느낌. 그래서 다른 걸 같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작년에 생각의여름 공연을 본 이후로 좀 달라졌다. 빵에서였는지 공감에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마음 어딘가에 채워져 있던 자물쇠가 탁 하고 열렸다. 그의 음악이 좀더 마음 가까이 내려와 앉은 듯한 느낌. 여전히 집중하지만, 긴장하지 않게 됐고, 더 편해졌지만, 훨씬 더 좋아졌다. 어떤 곡을 불러줄 때는 자꾸 눈물이 났다. 노래도 짧은데 노래가 끝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아 참 난감하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노래가 길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 따위 하지 않는다. 짧고 간결한, 그런데 굉장히 깊고 쨍한, 그 느낌이 너무 좋으니까.
공연 시작 전의 무대. 첫 번째 벨로주 생각도 나고+_+ 나는 좋았다.
첫날의 게스트인 혹시몰라의 공연이 앞에 진행된 후 박종현씨가 나왔다. 박종현씨 볼때마다 느껴지는 청량한 느낌, 쨍한 느낌. 사실 내게 여름의 이미지는 끈적함, 후끈거림 등의 촉감에 가까운데, 박종현씨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바람 한 줄기 없이 완벽하게 더운 여름날 직선으로 내리쬐는 태양빛의 쨍함. 그 빛을 잔뜩 받아 검도록 짙어진 초록의 청량함. 나에게 박종현씨는 그런 이미지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이날도 박종현씨는 여름이건 말건 긴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오셨고, 흐린 여름날에도 잘 어울리는 그의 노래들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어쿠스틱 공연에서는 사진 찍기가 많이 꺼려져서 이날도 나는 카메라를 안 가져갔고ㅠ 나중에 검색으로 이 아래 사진을 보았다. 인디밴드 팬분께서 인스타에 올려주신 사진. 이 사진까지 없었다면 이날 박종현씨 모습을 영영 잊어버릴 뻔했네. 감사합니다.
출처: www.instagram.com/thorn_apple_/ 사진 감사합니다ㅠㅠ
모든 노래들이 좋았다. From a tree perspective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다. 다시 숲속으로 앨범의 노래들도 당연히 좋은데-내가 생각의여름 공연을 가야겠다고, 이 노래는 직접 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앨범이었으니까-이날은 곶 앨범의 노래들이 참 좋았다.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생각하면 가장 조용히 지나간 앨범일지도 모르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앨범이다. 하지만 아래의 음원은 다섯 여름이 지나고 :) 이 노래를 들을 떄마다 다섯 여름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더라, 다섯 여름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존재하지 않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작년 공연 이후로 확실히 생각의여름 음악을 들을 때의 '내 상태'가 달라지긴 했다. 아무 생각도 못 하게 하던 노래였는데, 이제는 나를 더 많은 생각의 숲으로 데려다주는 노래가 됐다. 역시나 감사한 일이다.
다섯 여름까지 갈 것도 없이ㅠㅠ 다음 여름이 오기 전까지 생각의여름 공연을 또 보고 싶다. 1, 2집 때 공연을 하나도 못 본 게 너무 아까워서 앞으로는 많이 보고 싶다. 최대한 놓치지 않고 싶은데, 박종현씨는 SNS도 없고 생각의여름의 스케줄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페이지도 특별히 없어 아쉬울 뿐이다(이런 걸 보면 ㅍㄹㅅㅅ만 욕할 일이 아니긴 하다ㅠㅠㅠㅠㅠ). 이날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참 가벼웠던, 그의 공연을 봤다는 게 너무 기뻤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과연 올해 안에 또 볼 수 있으려나…에휴. 박종현씨 공연 꼭 해주세요. 붕가붕가 놀지 말고 생각의여름 공연 잡아주세요. 공지도 빨리빨리 해주시고ㅠㅠㅠㅠㅠ
'네 잘못은 아냐'라는 문장이 너무 좋다. 이 노래를 우리말 가사로 언젠가 불러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자꾸 생긴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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