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2. 01:52ㆍ🌲/비둘기호를 타고
7월 8일의 빵 공연(나에게만 2년 연속 생일선물ㅋㅋㅋㅋ)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 여름인데 생각의여름 공연 자주 보고 싶다 하고 있던 중 한잔의룰루랄라 트위터에서 이 아래 트윗을 보았고,
자칭 타칭 ‘밥 딜런 덕후’ 음악가들과 그저 그를 존경할 뿐이라는 한 음악가가 모여 덕질 공연을 엽니다. #먼데이서울 호외
— 한잔의 룰루랄라 (@ruloorala) 2018년 7월 16일
밥 딜런 커버 공연 <I’m not there>
생각의 여름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이혜지
한강의 기적
7/23(월) 8시 한잔의 룰루랄라
현매 10,000원(룰랄 생맥주 1잔 포함) pic.twitter.com/6vylFXRCAU
으헝헝 이거 가야겠네ㅠㅠ 하고 결심. 7월 23일 월요일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최선을 다해 빠른 퇴근을 하려 노력했으나 이놈의 직장은 나에게 그런 호사를 허락지 않고…이러다 늦는 거 아냐???? 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쯤 겨우 직장을 빠져나와 경의선을 타고 홍대로 ㄱㄱ. 가는 길에 마음이 불안하여 룰루랄라에 전화도 했는데(8시 전 도착은 틀린 듯해섴ㅋㅋㅋ 생각의여름 몇번째에 나오나요???????라고 여쭤보려 했음) 몇 번을 해도 안 받으셔서ㅠㅠ 엄청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룰루랄라 인스타와 트위터를 둘러보며 엉엉 제발 박종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주먹울음.
출처: 한잔의룰루랄라 트위터계정. 좌로부터 이혜지님, 한강의기적, 박종현씨였다하하하하하.
혼신의 힘을 다해 홍대입구역 7번출구에 도착하니 일곱시 오십이분.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가!!!! 하며 룰루랄라까지 뛰어갔다. 제발 박종현 놓치지 않게 해주세요 엉엉엉 하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저멀리 보이는 박종현씨가 첫 번째로 공연하겠다는 분위기를 온몸에서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거시다???? 아오 십분만 늦었어도 큰일날뻔했네 하며 입장료를 계산하려는데 아니 이번에는 만원짜리가 없네요…거스름돈도 없으시다네요……나 망하는 건가봐………하고 있었는데…………계좌이체를 하라고 안내해주셔서!!!! 다행히!!!!!! 만원을 계산하고 탄산음료를 교환한 후 입to the장. 공연장 자리를 찾아 앉으니 곧 공연 시작.
사실 이날 내 상태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봐라 아주 끝을 보자-였다. 이유를…글쎄 써야 할까, 여기에, 굳이…가는 내내 늦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과 가서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섞여 있었다. 아티스트들도 좀 가라앉아 있진 않을까 싶었는데 음. 전혀 아니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종현님이 이날 KTX 승무원 분들의 복직이나 MB 때의 시위와 관련된 멘트를 하셨던 데도 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이 일곱 번째로 보는 종현님 공연이었는데 그런 말씀 하시는 거 처음 봤음. 하긴 내가 본 종현님 공연은 다 3집 발매 전 공연이고; 1, 2집때는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는지도 모르지 으으음…어쨌든간 앉아 있는 내 상태가 그랬기 때문도 분명 있겠지만, 이날 종현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슬픈 느낌이었다.
날도 더운데 데쎄랄 들고 가지 말자 싶어 미러리스 들고 간 김에, 이날은 영상을 좀 찍었다. 생각의여름 공연 보면서 영상 찍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날 공연은 음-다시는 못 들을 것 같아서 그냥 좀 찍고 싶었다. 노래를 들을 때는 그런 생각까지 못했는데, 지금은 혹시 이날의 선곡도 종현님 나름의 추모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날은 Farewell의 날이었고, A Hard Rain이라도 맞고 싶은 날이었고,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가 잘 어울리는 날이었으니까. 찍어온 영상으로 종현님의 노래를 다시 듣는데, A Hard Rain's A Gonna Fall의 the depth of the deepest black forest가 언제나 늘 바로 지금 여기 같아 서글퍼졌다. Where the people are many and their hands are all empty, Where the pellets of poison are flooding their waters, Where the home in the valley meets the damp dirty prison, Where the executioner's face is always well hidden, Where hunger is ugly, Where souls are forgotten, Where black is the color, Where none is the number…
[생각의여름] A Hard Rain's A Gonna Fall (@한잔의룰루랄라, 2018. 7. 23.)
[생각의여름]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한잔의룰루랄라, 2018. 7. 23.)
KTX 승무원 분들께서 강제해고 당하셨을 때 자신은 빵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며 이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많이 뭉클했다. KTX 노조 웹사이트에서 본 글이 있었다며. 갑자기 생각났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날이라서 생각나셨던 거겠지. 듣는 내내 마음이…아팠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뭐라고 해야 하나. 누군가의 큰 손으로 막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생각의여름 (@한잔의룰루랄라, 2018. 7. 23.)
흔들리는 객실 안에서 아무렇지 않던 우리가 꿈쩍 않는 세상 앞에서 멀미를 하네
그대와 내가 함께 달리는 그날까지 그대와 내가 같이 달리는 그날까지
흔들리는 객실 안에서 아무렇지 않던 우리가 꿈쩍 않는 세상 앞에서 멀미를 하네
그대와 내가 함께 달리는 그날까지 그대와 내가 같이 달리는 그날까지
MB 때를 언급하시면서,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그(들)'에게 귀를 달아주겠다는 내용의 노래를 만든 적도 있다며 또 잠깐 불러주셨다. '어서 달아드리세 어서 달아드리세 귀를 달아드리세'라는 부분을 부르시고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셔서 제목도 뭔지 잘 모르겠지만, 문득 아 역시 포크는 저항이야 하는 생각이 갑자기 올라와서 스스로 당황하고 빨리 그 생각을 쫓아내버림 하하하;; 하 진짜 나도 뜬금없이 이런 옛날사람같은 생각을;; 자꾸;;;;
생각의여름 (@한잔의룰루랄라, 2018. 7. 23.)
Farewell은 정말 좋았다. 가장 좋았다. 이날처럼 종현님 목소리가 슬픈데도 꼿꼿하게 들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중간의 기타 연주 덕분에 크게 숨을 몰아쉴 수 있었던 것 같다.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라는 가사를 곱씹으며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까, 눈물이 날 것 같네. 이날 정말 많이 울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종현님 목소리 덕분에 울지 않고도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잔뜩 울화가 치밀어올라 신경질적으로 굴려고 했었는데, 덕분에 애도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건 음악의 힘일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의여름의 힘일 것 같기도 하다. 뭐든 무슨 상관이야. 감사했어요 박종현님. 또 공연 해주세요. 인스타 없애지 말아주세요 제발.
[생각의여름] Farewell (@한잔의룰루랄라, 2018. 7. 23.)
Oh it's fare thee well my darlin' true,
I'm leavin' in the first hour of the morn.
I'm bound off for the bay of Mexico
Or maybe the coast of Californ.
So it's fare thee well my own true love,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
It ain't the leavin'
That's a-grievin' me
But my true love who's bound to stay behind.
Oh the weather is against me and the wind blows hard
And the rain she's a-turnin' into hail.
I still might strike it lucky on a highway goin' west,
Though I'm travelin' on a path beaten trail.
So it's fare thee well my own true love,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
It ain't the leavin'
That's a-grievin' me
But my true love who's bound to stay behind.
I will write you a letter from time to time,
As I'm ramblin' you can travel with me too.
With my head, my heart and my hands, my love,
I will send what I learn back home to you.
So it's fare thee well my own true love,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
It ain't the leavin'
That's a-grievin' me
But my true love who's bound to stay behind.
I will tell you of the laughter and of troubles,
Be them somebody else's or my own.
With my hands in my pockets and my coat collar high,
I will travel unnoticed and unknown.
So it's fare thee well my own true love,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
It ain't the leavin'
That's a-grievin' me
But my true love who's bound to stay behind.
I've heard tell of a town where I might as well be bound,
It's down around the old Mexican plains.
They say that the people are all friendly there
And all they ask of you is your name.
So it's fare thee well my own true love,
We'll meet another day, another time.
It ain't the leavin'
That's a-grievin' me
But my true love who's bound to stay behind.
이날 찍은, 유일한 종현님 사진.
이건 룰랄 사장님께서 트위터에 올려주신 사진. 감사합니다(__) 종현님 또 불러주세요ㅠㅠ
'🌲 > 비둘기호를 타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23 생각의여름 - 포구를 떠날 때 @위트앤시니컬+사가독서 (0) | 2020.10.27 |
---|---|
200116 생각의여름 - 골목바람 @gaga77page (0) | 2020.01.19 |
190720 생각의여름 - 파랑새극장 기획공연 [2] (0) | 2019.07.27 |
190720 생각의여름 - 파랑새극장 기획공연 [1] (0) | 2019.07.21 |
190706 생각의여름 단독공연 'Songs about Tree' @재미공작소 (0) | 2019.07.20 |
190706 생각의여름 - 숲 (시인과촌장 Cover) (0) | 2019.07.16 |
170702 생각의여름 단독공연 '여름이 오면' @벨로주 망원 (0) | 2017.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