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05, 정말이지 뭘해도이모양이예요.

2017. 12. 5. 18:04흐르는 강/이즈음에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지멋대로인지, 겨우 3일 전 장면인데 둘 중 무엇이 진짜였는지 잘 모르겠다.

위의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 아래 순간이었던 것도 같고.


시간의 정체는 의뭉스런 소설가, 기억들을 고치고,

그래서 내 기억은 1초만 지나도 내 머릿속에서 내마음대로 고쳐지고 지워진다.

이렇게 겨우 조명 색깔 하나 다른 것뿐인데도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조작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니

이날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도 어쩌면 현실이 아니라 자의적인 조작의 결과일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도대체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과연 실재인가, 그저 허상 아닐까,

그냥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하는 그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고 믿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결국 나는 나라는 인간의 껍질에서 조금도 나올 수 없는, 그저 고체의 덩어리에 불과한 것 같아 매우 고통스러워지는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간 내가 느꼈던 행복감과 충만함 자체는 진실이기에,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하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한 것이 절대로 아니기에,

이렇게 불완전한 기억일지라도 이것이 내가 버티고 살아가게 도와주는 것임을 잘 알기에,

저 순간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래, 올해도 오빠 덕분에 잘 살았다.

춘천도 가고, 매봉도 가고, 영암도 가고, 송도도 가고, 한강도 가고, 창동도 갔다.

남은 12월의 20여일도 잘 버텨야지.

승열오라버니, 감사해요.

And Thank Ado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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