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265일, 안녕.

2019. 9. 23. 23:14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지난번 이 카테고리에 포스팅한 글이 '2019년의 반, 안녕.'이었는데 오늘은 '2019년의 265일, 안녕.'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 쓰면서도 참 한심하긴 한데.

 

매년 12월 31일로부터 100일을 남겨두게 되는 날이 9월 23일이라는 걸 오늘 우연히 알게 됐다. 즉 오늘은 2019년이 100일 남은 날. 세상에 생각도 못했네 이런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직장 가면 동료들에게 꼭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포스팅해본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한 날이라서 체력이 좀 남아 있다. 요즘 계속 주중 10시 퇴근 후 주말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삶을 반복하는 중이라…… ;ㅅ; 10월초가 되면 좀 나아지려나. 휴가 끝난 이후 한달 정도를 거의 일주일에 4일 이상은 10시에 퇴근하고 있는 것 같다. 10시 이전에 퇴근했던 날들도 대부분 일을 집에 싸안고 돌아왔던 때라 주중에 쉬는 것처럼 쉰 날이 거의 없다. 휴 인생…올해도 나는 왜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100일 남은 2019년을 돌아보면(좀 이른 감이 있다만)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기 때문에 올해도 마찬가지인데 언제부턴가는 이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항상 미래가 없고 장기적인 계획 따위 없다. 그냥 그날이, 내일이, 일주일이, 눈앞에 다가오는 그 시간들이 내 얼굴을 치기 전에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치며 겨우겨우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온 올해의 265일 중 사진으로 남겨둔 어떤 시간들에 대해 짤막히 덧붙여볼 생각이다. 이렇게라도 하면, 265일 중 몇몇 날의 시간들은 좀더 의미 있는 것처럼 저장되겠지.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3월에 도서관 오랜만에 갔다가. 이 시 보는데 엄청 뭉클했다. 내년에 보면 눈물 날지도 모르겠다.
올해 가장 기분 좋은 날 중 하나였던+_+ 5월 9일, 여의도 다녀온 날.
여의도를 혼자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날씨도 워낙 좋았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마포대교를 횡단했다.
이 길 위에서 최은영씨의 소설을 읽었다. 올해 손에 꼽힐 정도로 즐거웠던 산책의 기억. 내년에도 따뜻한 날 꼭 다시 걷고 싶은 길.
여의도 갔다온 다음날, 진짜 오랜만에 다녀온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폭력 교수 파면 요구를 지지합니다. 김실비아님과 특별위원회분들 건승하시길.
천년만에 페북 하다가 현대백화점에 맛있는 유부초밥집이 있다는 광고글을 보고 낚여서 현백 다녀옴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맛있었다흑흑. 사실 내가 먹기보다는 선물하고 싶었는데 이날 사온 유부초밥은 엄마가 반 이상 드셨으므로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힘들었던 6월, 걷고 싶었던 밤, 우연히 도착한 낙지집. 이 가게는 나에게 매우 각별한 곳이랔ㅋㅋㅋㅋㅋㅋ 늦은 밤이었는데도 사진을 찍고 싶었다.
봄에 직장에서 메리골드를 심었다. 봄이 다 지나서 꽃 보기는 틀렸나 했었는데,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자 여봐란듯이 꽃이 피었다. 아, 너무 좋았다 진짜. 이런 마음으로 식물을 기르는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기르진 않았지만-나는 씨만 뿌렸다 흑흑흑)
밤늦게 걸어돌아오던 퇴근길, 저 문장을 보고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무엇을 약속하는 사람인가, 무엇을 지키는 사람인가, 무엇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생일날 세음행에서 신청곡을 틀어주셔서ㅋㅋㅋ 와이씨 오라버니의 생일선물!!!! 하고 있었는데 제주당근주스까지 보내주셨닼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세음행ㅠㅠ
세음행에서 보내주신 것이므로 맛이 없어도 무릎꿇고 먹었을텐데 이거 진짜 맛있음…하나 먹어보고 고대로 다시 포장해서 오빠한테 보내드리고 싶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는 드셔보셨는지 모르겠네 흑흑흑흑
8월 7일날 세음행 오픈스튜디오 다녀왔음. 이날 포스팅도 음…언젠가는 하겠지……
동네 떡볶이집의 저 문구가 너무 애처로워서 찍었는데ㅠㅠ 지금은 저 떡볶이집이 아예 없어져서 손님과 상인을 함께 모집해야 하는 상태;;;;
8월 10일에 인디스페이스 다녀옴. 엄청 좋아하는 전 직장선배님도 아주아주 오랜만에 뵈었다. 함께 무엇을 봤느냐면,
김복동을 봤다!!!! 이 영화를 보며 내가 꽤 편협한 생각을 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김복동할머니의 용기에 경탄했고 김복동할머니를 기억하고자 하는 정의기억연대에 감사했다. 특히 세계의 전시성폭력피해자들과 연대함으로서 김복동할머니의 정신을 남기고자 한다는 데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사실이 널리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8월 13일에는 김연수소설가님을 뵈었고(아 진짜 너무 애정합니다 소설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지 않는다는 말을 오랜만에 또 샀고 오랜만에 사인을 받았다. 시절일기에도 사인을 받았다 으캬캬캬캬컄캬캬캬컄컄. 

 

올해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던 8월 14일, 아침부터 동네 한 바퀴를 (엄청 크게) 돌았다. 날씨가 엄청 쨍했다.
호수공원에서 만난 나비 한 마리. 나는 나비만 보면 '나비 하나가 떨어진다'가 생각나서 나비에게 좀 미안하다;;
8월 15일, 아빠 보고 돌아가던 길. 이때 시간이 오후 6시 54분이었네. 한 달 남짓 지났는데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져버린 것 같다.
8월 17일 아뮤하 바이닐 발매 기념 공연!!!! 이것도 언젠가는 포스팅하겠지…언젠가는…(지금은 줄드의 가위 EP를 두시간째 돌려듣고 있는 중ㅋㅋㅋㅋㅋㅋ)
휴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해서 하루하루 미친듯이 달리던 8월말. 안되겠다 스누피 커피우유를 먹어야겠어…하고 GS25에 갔는데 커피우유는 없고 스누피 주스가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_-???? 하고 나와야 했지만 저 말이 너무 눈에 박혀서 이날은 사과주스를 사마셨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야!
나의 2019년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왓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왓쳐 너무 좋아하며 봤다ㅠㅠ 보고싶어요 도치광팀장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중에는 드라마를 보기가 엄청 힘든데 왓쳐는 다행히도(????) 토일드라마라 챙겨볼 수 있었다. 주중이면 어쩔뻔했니 휴우…DVD 좀 내주셨으면 좋겠고(제발 안감독님 제발제발) 시즌2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간 왓쳐 너무 많이 좋아했었다. '좋았다'가 아니라 '좋아했었다'. 부족함이 없지 않은 드라마지만 그냥 내가 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좋아했었다. 왓쳐 포스팅도 나중에 언젠가는 해야지…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다. 정말 좋아했었으니까. 
8월 마지막날, 하늘.
이날 노을 너무 예뻐서 노을 찍는 사람 2389971명 봄…사진이니까 예뻐보이지 이거 찍는 내내 벌레가 4893419마리 달려와 숨막혔음-_- 게다가 한마리 먹어버렸음ㅠㅠㅠㅠㅠㅠㅠ
멀리 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였던 지난주, 아침 열 시에 올려다본 하늘.
어제 저녁, 노을. 가득 낀 구름 사이사이로 검붉은 하늘이 보여서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가을이 되면 하늘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