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리스트 (1)

2020. 1. 5. 00:11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2019년이 지났다. 2008년 이후로 이 말을 안 쓰는 해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긴 한데 2019년도 진짜 바빴다. 정신없이 바빴다. 승열오라버니가 공연은 안하시지만 세음행 진행은 계속 하시고 오디오클립도 개편됐기 때문에 포스팅할 내용은 꽤 많았는데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인생이 왜이래…하고 어느날 침대 위에 누워 생각하다가 그래도 2017년(현재 직장에서의 첫해)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2018년부터 뭔가가 개말렸다는 결론에 도달. 작년과 재작년은 진짜 최악이었던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블로그를 쓴지 워낙 오래돼가지고 옛날 글 중 링크 망가진 글도 꽤 많고(특히 vimeo 링크 걸려 있는 글들은 다 엉망진창ㅋㅋㅋㅋㅋㅋㅋ) 스킨이랑 에디터에 안 맞아서 엉망이 된 글도 많은데 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안쓴 공연 후기도 많고 정리 못한 사진도 많고…근데 진짜 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22 마음먹고 건드리려면 건드려야 할 글이 너무너무 많다. 나혼자산다에서였나 어디에서였나 누군가가 물건이 엄청 정리되지 않은 장면을 보고 '너무 많아서 정리를 포기했다'라고 하는 걸 보면서 엄청 공감했다. 저게 바로 내 블로그에 대한 내 마음…

 

하지만 어쨌든 2019년이 지났고. 올해부터는 진짜 포스팅을 자주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쓰는 글 중 쓸데없는 게 천만개겠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적을 것 같은 주제에 뭔 쓸데를 찾아. 후기 같은 것도 너무 밀리지 말고 빨리빨리 쓰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이 태블릿을 사기 위한 중고나라 검색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 닥치고 2020년 첫 글인만큼 2019년 정리를 우선 해보기로 한다. 2019년 12월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2010년대의 어쩌구저쩌구'들을 해대서 나도 저런거 해봐야 되나 하고 또 침대 위에 누워 생각했는데 이승열씨 말고는 특별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해서 우선 2019년 나의 베스트도 워스트도 아닌 리스트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는 뭐 당연 승열오라버니고 이거슨 인생의 진리 어쩔 수 없는 일…

 


1. 위에서 말했듯이 당연히 이승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년에 오라버니께서 공연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진부한 비유) 하셨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5일씩 생방하시고 책도 내시고(번역) 오디오클립도 하시고 오디오북도 내시고 하셔서 나에게는 오라버니가 뭔가를 되게 많이 하셨다는 느낌이 강하다. 생각난 김에 현재의 세음행 디제이소개 이미지 좀 가져와보자면…

 

볼때마다 대체 요새드림요새는 왜 빠져 있는가 진지하게 혼자 고민한다…요새드림요새는 없고 미생과 시그널이 있는 건 대체 뭘까………

물론 오라버니는 음악인이시니까 새 음악도 하시고 공연도 해주시면 좋겠지만 그거야 오라버니가 하고 싶으실 때 하시면 되는 거고…나에게는 이승열씨라는 존재 자체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압도적이고 독자적임) 2019년에도 오라버니가 잘 계셔 주셔서 살아낼 수 있었다 진짜로. 특히 작년 한 해는 감정적으로 엄청 힘들었고 나 자신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느끼는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오빠 덕분에 기운을 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9월에 아뮤하 공감을 보러 갔던 날인데 그날도 진짜 힘들었단 말이다? 지금 내가 공연을 올 때인가 남아서 일을 더 할 때인가 고민이 더 들 정도였는데 그래도 아뮤하 공연 보기가 쉽지 않으니까 갔다. EBS 도착해서 표 받고 아 승열오라버니는 퇴근하셨겠지 하면서 동행인과 밥먹으러 가는데 갑자기!!!! 오라버니를!!!!! EBS 밖으로 나가는 문 앞에서!!!!!! 운명적으로(내 입장) 마주쳐가지고!!!!!!!!! 와 진짜 얼마나 행복하던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달의 고통이 파사사삭 다 부서져버리고 나에게 남은 것은 기쁨뿐이었다흑흑흑. 공연 안뽑혔으면 어쩔뻔했어 안보러갔으면 어쩔뻔했어 그시간에 표받고 나가지 않았으면 어쩔뻔했어 역시 뭔가를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모든 의미에서 훨씬 좋다는 깨우침을 또다시 얻었었던 날이었다. 여튼간 내인생의 가장 큰 樂=이승열.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변함없이 이승열♥

 

 

2. 2019년에 나는 정말 평생 처음으로 드라마 전회를 정주행하는 데 성공했는데(그것도 본방으로!)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핏덩이 시절부터 인생드라마로 꼽아왔던 네멋대로해라가 밀렸다. 새롭게 인생드라마가 된 것은 (둥둥둥둥) OCN 오리지널 시리즈 왓쳐 >ㅁ<)////

 

그리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도치광>ㅁ<)//// 도치광미치광을 지난여름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어흑흑흑 말도못함 어흑흑흑흑흑흑

나는 드라마를 꾸준히 보는 타입이 아니다. 평일 드라마는 시간이 안맞아서 볼 수가 없고 몰아보는 것도 잘 못한다. 예능은 퍼질러 앉아서 쭉 봐도 별로 안 지치는데 드라마나 영화는 그렇게 잘 못 본다. 감정적으로 지쳐버린다; 미드나 일드는 물론이고 영화도 잘 안 봐서 넷플릭스나 왓쳐플레이 같은 것도 안 쓴다. 다들 미생 얘기를 하거나 시그널 얘기를 하거나 스카이캐슬 얘기를 할 때도 으응 저는 안 봐서 모르겠네요 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한석규아저씨는 여전히 매우 좋아하지만 아저씨의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어서 뿌리깊은나무비밀의문낭만닥터김사부도 다 못 봤었다. 아마 왓쳐도 주중 10시 드라마였다면 챙겨보기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너무 운이 좋게 왓쳐는 토일 드라마였고! 심지어 매회 본방 시작 전 전회 재방을 해줬고!! 덕분에 나는 토요일 1회 일요일 1, 2회 그다음주 토요일 2, 3회 그다음주 일요일 3, 4회…를 보는 식으로 1회부터 16회까지는 물고빨고핥았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도 완전히 선하지 않고 완전히 악하지 않아서 너무너무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역시 도치광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영군이에게 엄청 감정이입하며 봤다. 영군이와 도치광의 관계성이 정말 너무 좋았다ㅠㅠㅠㅠㅠㅠ 한태주와 재식이의 관계성도 너무 좋았고 조수연과 염청장님의 관계성도 너무 좋았고 도치광과 영군이아버지=김재명의 관계성도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화면에 인물이 둘 이상 들어가면 그 둘이 누구든간에 케미가 터지는 드라마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 내내 도치광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꼭 다시 보고 싶다. 오씨엔 올해 시즌2 반드시 내놔요 제발…

 

게다가 왓쳐 OST에 승열오라버니가 참여하셔가지고ㅠㅠㅠㅠ 와나 진짜 평생 처음 느껴보는 환상적인 경험ㅠㅠㅠㅠㅠ 한석규아저씨가 나오는 장면에 승열오라버니 목소리가 깔리니까 아니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고 온몸이 막 부들부들하고 어흑흑흑흑 말도 못하게 좋았고 말로 할 수 없게 좋았다. 낭만닥터김사부2 OST에도 오라버니가 참여하시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나는 좋아서 죽어버리겠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오래된 생각 수많은 질문♬

 

 

3. 2019년에 나는 인생드라마를 바꾼 데 이어 좋아하는 일드도 갖게 되었다. 그거슨 바로 고독한미식가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1과 2와 6과 7과 8 중 그 어떤 것도 정주행하거나 완주하지 못했지만 채널J나 UMAX나 채널W를 틀어놓고 고로상이 밥먹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2019년의 나에게는 참 즐거운 일이었다. 뭐랄까 월화수목금 5일동안 시달린 끝에 쪼그라들어버린 '나 1'이 토요일날 하루종일 행복한 고로상을 보면서 원래 모습대로 천천히 부풀어올라 '나 전체'에 다시 통합되는 듯한 기분…

 

일드도 영 재미없어하고 일본어 전혀 모르고 '도대체 먹방 같은 건 왜 보는 걸까'가 인생의 궁금증 중 하나이던 내가 이렇게 밥먹는 고로상 보는 걸 즐기는 인간으로 변할 줄이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유 같은 건 도저히 못찾겠고 그냥 2019년의 내가 힘들었나보다 하는 걸로 답을 대신함. 좋아하는 에피소드들은 이것저것 많아서 하나를 꼽기 힘들지만 가장 최근에 제일 맛있어 보였던 건 바로 꼽을 수 있다. 8시즌의 카스테라 팬케이크ㅠㅠbbbb

 

화면에 저 팬케이크가 나오자마자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 이거 정말 대박…고로상이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더 좋았다ㅠㅠㅠㅠ

 

 

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편중된 독서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다. 워낙 소설 중심으로 책을 읽는 까닭에 모든 분야의 지식이 얕고 좁은 게 고민이었다. 이제 소설을 작작 읽고 다른 책들을 좀 읽어야 하지 않을까(특히 과학)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작년 이후로 그 생각에서 자유로워졌다. 마사 누스바움 선생님의 시적 정의를 읽으면서 그래! 소설을 읽는 건 필요해!! 나는 계속 소설을 읽을거야!!!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었던 게 첫 번째 이유고(;;;) 실제로 좋은 소설들을 읽으며 좋은 기운을 참 많이 받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가장 좋았던 소설은 역시 윤이형소설가님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였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김초엽소설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송지현소설가님의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가장 아프게 읽었던 책은 장강명소설가님의 '산 자들'이었다. 그리고 마거릿 애트우드를 매우 좋아하게 되어서 '누스바움 선생님'이라고 부르듯이 '애트우드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분들이 나에게 수업을 해주신 적은 당연히 없지만 두분 다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셨기 때문. 멋있으면 언니고 가르침 주시면 선생님이지 뭐.

 

 

 

5. 작년에는 진짜 공연을 많이 안갔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도 챙겨 가려고 제일 노력했던 건 생각의여름이었다. 다섯 여름 전만 해도 내가 이렇게 생각의여름 공연을 챙겨 가게 될 줄 몰랐었는데 정말 사람 일 모른닼ㅋㅋㅋㅋㅋㅋ 3집 이후로 종현님 공연을 종종 찾고 있는데 가면 갈수록 좋다. 공연 앵콜 때 신청했던 습기칼날다섯 여름이 지나고 세 곡을 모두 다 불러주셔서 안그래도 좋아했던 저 노래들이 더 특별해졌다. 올해도 여러 곡들이 특별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건 생각의계절 공연들을 다 못 간 거. 심지어 1번으로 예매한 공연도 있었는데 정말 너무 아쉽고ㅠㅠㅠㅠㅠㅠ 올해는 반드시 갈 것이니 종현님 올해도 공연 종종 해주셨으면 좋겠음…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음.

 

종현님이 실제보다 좀 너무 딱딱해보이지 않나…시사평론가같은 느낌이지 않나 하는 감상이 조금 있습니다만 하하하;

 

 

 

아니 가볍게 쓰려고 시작한 글인데 왜이렇게 길어지고 있지…???? 아직 다섯개 더 써야 하는데;;;; 하지만 스크롤이 한없이 조그마해지고 있으므로 남은 다섯개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 쓰는 걸로…아무튼간 나새끼 글도 좀 짧게짧게 써버릇해야하는데 어디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는 버릇이 붙었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 갖다 버릴 수도 없고 참 답없다 나새끼 휴…2020년에도 여전히 답없으면 어쩌니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