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줄리아드림 2집 '생과 사' 발매.

2020. 11. 1. 01:53🌸/꿈속에 있네

11월 1일 0시 30분 현재 헤네치아 웹사이트 메인.
이제는 4인조 줄리아드림-왼쪽부터 박준형, 손병규, 염상훈, 훈조.
86 아시안게임 할 때 태어나신 네 분. 이 사진으로 줄리아드림을 알았다면 당연히(?) 상훈님이 막내신가보다! 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분들을 알던 입장이다보니 병규님이 제일 어려보이심 어휴…봐도봐도 머리짧은 병규님 너무 신비롭네.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계속 못 믿을 것 같은 느낌. 유니콘이나 해태 같은 상상 속 동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함;;;;;
이 사진도 맘에 든다. 준형님 너무 무채색으로 입고 계신 게 나는 좀 인상적이었다. 병규님의 옅은 민트색, 상훈님의 쨍한 청록색이 덕분에 돋보이는 느낌도 있고. 검정 가죽재킷의 준형님과 검은 체크무늬 셔츠의 훈조님도 대조적인 한편 자연스럽게 짝을 잘 이룸. 물론 이런 걸 생각하시면서 의상을 맞추시진 않았을 것 같지만;

우선 헤네치아 오피셜 인스타 계정에 올라온 글을 옮겨온다. 지난번에 문득 궁금해져서 앞으로 줄드 오피셜 계정은 누가 관리하시냐고 여쭤봤는데(예전처럼 준형님이 하실지 아니면 앞으로는 회사에서 맡아 해줄지 궁금했음) 준형님이 '박준형' 말고 '줄리아드림 오피셜' 정체성으로 글 쓰실 때의 말투로 답변이 돌아와서 묘하게 안심이 됐었다. 이 계정 글 역시 준형님 말투같은데 뭐 아닐 수도 있지; 줄바꿈 없애고 옮겨옴.

 


줄리아드림 정규2집 ‘생과 사’의 1차 발매가 되었습니다.

 

총 10곡 중 5곡의 청취가 가능하며 현재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해외 스트리밍은 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생과 사’는 모든 인간이 마주하는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여정을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꿈을 갈망하고, 때로 사랑하며, 이따금씩 무너지지만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인간의 의지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그 끝의 무게가 담긴 10곡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Track List-

 

1. Born

2. 자장가(Lullaby)

3. El nuevo mundo

4. Social

5. 구슬(Marble)

6. 말하지 못했어요(Couldn’t say)

7. Tell us who we are

8. 나를 데려가 줘요(Take me away)

9. 꽃비(Flower rain)

10. Flower Flower Flower


헤네치아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디스코그래피에 생과 사가 이렇게 추가되어 있고,

 

트랙리스트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는데, 타이틀이 세 곡이다. El Nuevo Mundo, 구슬, Flower Flower Flower. 오늘은 1차로 Born, 자장가, El Nuevo Mundo, 말하지 못했어요, 나를 데려가 줘요만 우선 공개되었음. 나는 Born이 너무 좋았다ㅠㅠ 아뮤하 좋지만 참 좋지만 준형님 기타치시는 모습 보는 거 정말 참 좋지만 그래도 나는 준형님 보컬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아뮤하 볼 때마다 좋으면서도 아쉬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단 말이다. 어리석은 말이라는 거 알지만 아뮤하를 보고 나면 줄드가 더 보고싶어지고 그랬다. 준형님 노래 듣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던 터라.

 

첫 곡인 Born이 초반부터 너무 좋아서 와 줄드다ㅠㅠ 줄드가 돌아왔다ㅠㅠㅠㅠ 이거는 연주곡이려나 하고 있었는데 준형님 목소리가 들려서 진짜로 눈물나버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은 지금도 듣고 있는데 너무 좋아가지고 육성으로 계속 신음하고 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 이노래 너무 좋네 진짜…내가 좋아했고 그리워했고 듣고 싶어했던!!!!!!! 그 묵직하고 날카롭고 웅장하며 예민하고 진지하고 다크하고 멋있는 그 줄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다섯 곡만 먼저 나올 줄 알았으면 죽어라 참다가 전체 다 공개된 후 들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이제 와서) 들기는 하지만, 어떻게 참았겠어. 참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얼른 나머지 노래들도 공개됐으면 좋겠다. 제목만 보면 Flower Flower Flower가 이채로워서(그래서 앨범 자켓을 저렇게 디자인하셨나 싶기도 함) 제일 궁금한 노래.

헤네치아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트랙리스트.
이 꽃 사진 자체가 생과 사 같다. 생이 왼쪽의 밝음, 사가 오른쪽의 어둠이겠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반대같기도 하고…삶이 어둠이고 죽음 후의 안식이 빛 같다, 나는.

헤네치아 웹사이트와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앨범 소개글도 옮겨와본다.

 


싸이키델릭 밴드 줄리아드림이 정규 2집 ‘생과 사’로 돌아왔다.

2014년 데뷔작 ‘Lay it down on me’를 발매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 줄리아드림이 정규 2집 ‘생과 사’로 돌아왔다. 많은 호평을 이끌어 냈던 1집 ’불안의 세계’로부터 4년, 무기한 활동을 중단했던 2017년 10월로부터 3년 만의 복귀이다.

줄리아드림은 1집 발매 이후, 많은 공연과 해외 투어로 지쳐가고 있었다. 비록 헬로루키 우수상과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분 노미네이트 등 의미 있는 결과들도 있었으나, 창작의 벽, 결성 이후 가족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멤버 간의 권태, 그리고 인디씬의 점진적 하락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없던 나날을 보내며, 그야말로 중단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던 것이다. 드러머 염상훈은 ‘그때는 멈춰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밴드는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기약 없이 멈춘 그들은 3년간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리더 박준형은, 사실 휴식을 선언한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앨범에 대해서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삶은 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끝없이 고통을 남김에도, 우리는 생을 이어가는 것일까]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 음악적, 인문학적 고민은 ‘생과 사’라는 대명제를 정한 뒤 이내 벽을 맞이한다. 각자의 삶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리아드림으로서의 시간보다 중요해졌고, 몇 번의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중단을 반복하곤 했다. 마치 뜻대로 되지 않는 생을 반영이나 하듯.

그럼에도 멤버들은 ‘돌아가야만 한다. 꼭 돌아갈 것이다’라는 뜻이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자신들에게 던지던 질문.

‘줄리아드림이 돌아간다면, 어떠한 음악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또 왜 돌아가야 하는가’

그들이 늘 잘해왔고 좋아했던 것과, 새로이 흡수하게 된 영감들은 때로 화합했지만 종종 부딪혔다. 오랜만에 만나 새로운 음악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멤버들은 이 다층적 영향을 어떻게 한 곳으로 모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베이시스트 손병규는 ‘지난 6년간의 활동보다 2년간의 갭이 더 큰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던 차에, 기존 세 멤버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친구인 훈조가 밴드의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분명 외부의 시선이 필요했다. 동시에 밴드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애정으로 바라봐 줄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훈조는 완벽한 멤버였고, 그동안 새로운 멤버에 배타적이었던 기존 멤버들도 마치 오래된 동료를 마주하듯 자연스럽게 4인의 체제로 전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창작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

사실 ‘생과 사’에는 더 많은 곡이 담겼을 수도 있었다. 만약 모든 곡들을 다 집어넣으려면 20곡이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을 만들고,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가며 모든 생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생은 어떠한 면을 이야기할 것인가. 줄리아드림은 ‘욕망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나의 인간은 타인의 의지로 태어나, 삶을 마주하게 되고, 작은 욕망으로부터 삶을 시작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분투하지만, 실패하고, 무너지는 과정을 분명히 마주한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끝이 있다. 나아가 어떠한 시대, 국가, 개념, 철학적 사조 또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러나 개인의 인간과, 철학과, 세대와, 사랑과, 가치가 끝을 마주한다고 시간이 멈추진 않는다.’

‘생과 사’는 멈추지 않는 세상의 흐름 속에, 그저 작은 개개의 인간들의 이야기, 가장 작게 태어나, 가장 큰 욕망을 품고 살아가다, 다시 가장 작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적으로 지난 앨범의 처절하고 어둡던 색채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훨씬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기 힘든 우리의 삶처럼, 줄리아드림의 음악도 여러 가지의 색깔로, 또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위의 글 읽다가 창작의 벽, 결성 이후 가족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멤버 간의 권태, 그리고 인디씬의 점진적 하락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없던 나날을 보내며, 그야말로 중단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던 것이다. 라는 부분에서 진심으로 울컥함; 멤버 간의 권태라는 말 왜이렇게 슬프지? 달라지는 것이 없던 나날이라는 말도 너무 슬프고. 그리고, 중단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하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많이 지치고 힘이 들어 더 이상은 '계속해나갈 수 없음'을 발견하면서도, 국내외에서 공연을 계속 '계속해가셨던' 2017년 여름과 가을이 생각나서, 그냥 좀 많이 서글펐다. 나에게는 줄드의 공연을 보는 게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으나 정작 공연을 하던 줄드는 더욱더 방전되어가고 더더욱 권태로워지고 있었던 것이 참…슬프다.

 

나는 그저 팬 혹은 리스너 중 한 명일 뿐, 줄드 멤버들의 개인적 삶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줄드의 음악이 내게 주는 영감과 위로가 줄드 멤버들이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보다 내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줄드 멤버들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그러한지 알 수도 없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는 게 훨씬 정확한 표현이겠구나. 그래서 저 글을 읽다가 슬퍼졌나보다. 리스너로서의 내가 향유하는 아티스트의 작품은 아티스트가 삶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을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새삼 와닿아서. 팬의 행복과 아티스트의 행복은 일치할 수 없다는 게 또다시 실감나서.

 

지금 내가 이렇게 벅찬 기분으로 듣는 줄드의 음악 역시 멤버들의 '분투'와 '실패'와 '무너짐'에서 기반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 분투와 실패와 무너짐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 혹은 해내야 할 책임, 혹은 마음대로 버릴 수 없는 시간이 있기에, 그 고통을 예감하고 직면하고 감내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기에 더 힘들게 겪으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내는 순간에 줄드의 음악처럼 '고통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들을 만날 수 있다면, 감사한 것이고. 줄리아드림이 집중한 ‘욕망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 공개될 다섯 곡에서, 또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한 일이고. 줄드의 음악으로 10월을 마무리하고 11월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개인적으로나 인류 전체에게나(!!!!!) 재난이었던 2020년을 줄드 덕분에 끔찍하기만 한 한 해로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 해가 뜨고 지네 봄이 오고 가네 모든 기쁨들을 나는 쥘 수 없네라는 Born의 가사를 들으며 지금의 시간들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에 알 수 없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 줄리아드림 네 분에게 '어떤 기쁨'들은 쥐어지기를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것 모두 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줄드 네 분 모두 건강하시고, 때때로 힘드시겠지만 종종 즐거우시기를. 줄드의 음악이 힘든 삶 가운데 즐거움인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우선 여기 한 명 있습니다ㅋㅋㅋㅋㅋ) 네 분에게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기를. 2집 내 주셔서, 계속 줄리아드림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더보기

그나저나 아까 새 프로필 사진 보다가 문득 생각나 예전 사진 찾아봤는데…(나는 줄드를 사진 이전에 실물로 먼저 접했고 이게 아마 내가 웹에서 처음 본 줄드의 사진일 것임) 으음…아니 왜이렇게 새삼스럽지…저때 진짜 너무 심하게 어려보이는 거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집 앨범 소개와 함께 미러볼뮤직 웹사이트에 (지금도) 올라와있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