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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있네

210322 먼데이프로젝트 줄리아드림 'For All Mondays' 후기 (진짜로) @웨스트브릿지 [2]

쓸데없이 말이 많아ㅠㅠ 길어져버린 공연 후기 흑흑. 앞 글에 이어지는 내용. 이 글에서 끝내자 흑흑흑. 공연 때 들었던 Tell Us We Are이 너무너무 좋았고 손병규염상훈최고였다는 말까지 했고…

 

 

내 입장에서는 왼쪽의 병규님, 오른쪽의 준형님. 무대에 오르신 분들 입장에서는 레프트윙 준형님, 라이트윙 병규님이시겠지 ;)

 

라이브로 보고싶은 곡 1위였던 Flower Flower Flower는 역시 좋았다. 아나 이거 누군가 분명히 영상 찍을 거라고 생각하고(찍으시는 분들이 있는 걸 본 것 같았는데?????) 마음 놓고 아무것도 안찍었는데 공연 끝난 지 5일이 됐는데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게 없어 나라도 찍을 걸 그랬나 후회 중임. 음원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우우웅. 다시 보고 싶다 아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아쉬우니까 뮤직비디오라도 링크함. 사실 공연 끝나고 Flower Flower FlowerTell us we are 두 곡을 계속 돌려 들었다. Flower Flower Flower는 (잠시 계산) 하루종일 이것만 들은 날도 있어가지고 지금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ㅋㅋㅋㅋㅋ 줄리아드림으로 덮였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줄리아드림-Flower Flower Flower

 

작년에 직장에서 '코로나19 시대의 공연예술'에 대해 팀원들과 얘기하다가 '단순한 동영상 스트리밍만으로는 공연장의 시/공간감이 확대되고 축소되는 경험을 주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러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VR 기술이 도입되어야 하는가? 그럴 경우 VR 장비를 공연예술 수용자들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VR을 활용한 온라인 스트리밍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장점-비용의 절약과 간편함-을 해치는 것 아닌가? 같은 논의를 하다가 말았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왜 공연장에 가는가? 공연장에 가지 않고 스트리밍을 보는 것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공연 보는 게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혹시나 하고 예매했던 공연들도 취소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 너무 가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아 요즘은 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못가겠어ㅠㅠ'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공연들도 여럿 있었다. 나같은 사람이 많다 보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연이 진행된다는 기사나 SNS의 공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엄청 많은 뮤지션들이 나오는 페스티벌이라면, 뮤지컬이나 연극이라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볼 의사가 있다. 나는 신체적 조건이 열악해서ㅠㅠ 스탠딩 공연의 경우 앞쪽이 아니라면 공연을 제대로 즐기는 데 어려움이 많고ㅠㅠㅠㅠ 뮤지컬이나 페스티벌에서 좋은 좌석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비록 내 오디오 환경이 그닥 좋지 않아 엄청 훌륭한 음질로 공연을 즐기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공연을 보는 것 자체는 즐거운 일이므로 관심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이라면, 내게 온라인 스트리밍은 최선의 선택일 수가 없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그 음악과 그 목소리와 그 움직임에 집중하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며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FLOWER FLOWER FLOWER 무대를 통해, 나는 내가 '줄드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봐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실감했다. 보통 나는 공연장의 시/공간감이 나와 뮤지션을 중심으로 축소되는 경험, 그러니까 다른 관객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 공간에 나와 뮤지션만이 존재하는 듯 집중되는 경험을 많이 하곤 했었는데, 이날 FLOWER FLOWER FLOWER 때는 공간이 확대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걸 온전한 글로 표현하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으음 어떻게 쓰면 좋을까……

 

두 눈을 감고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네 분의 연주를 듣고 있는데, 마치 내가 사방에 아무 것도 없는 아주 넓은 곳에 홀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있는 세계를 이 음악이 가득 채우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음악이 점점 더 멀리 퍼져나갈수록, 세계의 경계선이 점점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이 음악으로 인해 구성되는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가 점점 더 넓어지고 넓어지고 넓어져서, 그 세계의 가운데에 있는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지는 듯한, 그런 기분. 그래서 굉장히 쓸쓸해지는 동시에 내가 존재하는 세계가 비현실처럼 느껴져서 결국 내가 환상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경험을 했다. <몬스터>의 덴마가 요한에게 총을 겨눴을 때의 기분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고, <디디의 우산>의 박조배가 교보빌딩을 바라볼 때의 기분에 가가운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날 나에게 최고는 역시 FLOWER FLOWER FLOWER였다. Tell us we are 정말 좋았고 너무 좋았고 들으면서 새삼 줄드에게 다시 반해버렸지만! 지금의 줄드는 3년 전 줄드가 아니구나, 그때 줄드의 세계도 크고 지금 줄드의 세계도 크지만, 이제 다른 차원으로 넘어왔구나, 3년 전 줄드와 다른 줄드구나, 하는 걸 온전히 체험하게 해준 것은 단연 FLOWER FLOWER FLOWER였기 때문이다.

 

거의 사진을 찍지 않은 이날, 그래도 기억할 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리더님 멘트하실 때 찍어본 사진. 

준형님은 내게 돌아와줘요를 부르시기 전 나이에 대한 얘기를 좀 하셨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하시면서, 음악에 있어서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오히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준형님이 그동안 많은 경험을 하시면서 많은 걸 배우고 알고 익히게 되셨구나 싶었다. '모르던 때로 돌아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으려면, 우선 어느 정도 알아야 할테니까.

 

한편으론 그게 준형님의 '젊음' 또는 '열정'의 증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20대를 건너온 이후로, 내가 무언가를 잘 알고 능숙하게 잘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때가 거의 없다. 보통 잘 모르고, 부족하고, 더 알아야 하는 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딱히 대단한 노력을 하진 않는다. 내가 도달한 여기에서 내가 더 많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남은 생 동안 현재를 초월한 어딘가에 도달하지 않은 채, 지금과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특히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 어렸을 때가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아주 많이 사랑받던, 행복하고 즐거운 때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됐다, 그 과정을 절대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커서,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혹은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서 즐겁게 보내고 싶어'같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준형님의 나이 얘기나, '어렸을 때' 얘기나, '잘 모르던 때' 얘기를 들으며, 준형님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더 나아가고자 애쓰는 사람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기도 했고, 너무 쓸쓸하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이것은 나따위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어서 준형님의 실제 삶과는 큰 연관이 없겠지만…………………………(심지어 준형님의 의도를 완전히 잘못 파악한 거라면 아주 난감한 상황일 것-_-)

 

줄드 네 분은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시든 간에, 내게는 여전히 '네 청년들'인 것이다. 열정적이고, 의지적이라, 순수한.

말하지 못했어요 하실 때는 '줄드가 사랑 노래 한다고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셨는데 솔직히 나는 좀 뜨끔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내가 어디에 그런 얘기를 쓴 적은 없다만!!!!!!!!!!!!!) 그렇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줄드 노래에 비해서는 말하지 못했어요 때 덜 집중하며 들은 것 같긴 하다……………음 준형님 그동안 누군가와 헤어지고 아무 것도 못해줬다며 자책하셨나봐…하는 생각을 하면서 좀 편하게 들었고……………………(아나 너무 솔직하게 쓰고 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ocial꽃비를 듣지 못한 건 매우 아쉬웠다. 나는 앨범을 들을 때도 신대륙-Social-구슬 세 곡의 흐름을 좋아했고 꽃비의 처연함에 이어지는 Flower Flower Flower의 무게감을 애정했는데 이걸 공연에서도 느끼고 싶었단 말입니다ㅠㅠㅠㅠㅠㅠ Social이 앨범에서도 1번 트랙부터 8번 트랙까지의 딱 중간에 위치해 활기를 주는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연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꽃비는 앵콜에서 세 곡을 한다면 두 번째 곡으로 하기에 딱 좋은 곡일 것 같은데???? 본무대 때 꽃비 하고 하늘에서 꽃가루가 와라라락 떨어진 다음 Flower Flower Flower가 마지막 곡으로 이어지면 끝장날 것 같은데????? 만약 다음 공연이 있다면 Social꽃비의 라이브도 꼭 듣고 싶은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려면 마이퀸이나 만선이나 케이서스벨라이 중 무언가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지만…아 진짜 공연 시간을 네시간 다섯시간으로 늘리시라고 할 수도 없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포기할 수 없는 줄리아드림. 병규님, 훈조님, 상훈님, 준형님. 앵콜까지 다 끝난 후.
네분의 인사.

공연 다 끝난 후 네 분이 무대 위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좋으면서도 뭔가 엄청 짠했다. 특히 상훈님은 거의 몸을 반으로 접으시면서 깊숙히 고개를 숙이셨는데, 내가 함께 무대에 선 이분들을 보고 싶어했던 만큼 이분들도 서로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으셨겠지, 많이 긴장하시고 떨리시고 설레셨겠지, 한편으론 걱정하시고 불안해하셨겠지, 싶어서 고맙고 미안하고 또 고맙고…그랬다. 

 

셋이 아닌 넷이 함께 만들어갈 줄드의 무대가, 이제까지 셋이 만들어온 줄드의 무대만큼 아름답고 멋질 거라고 믿는다. 넷이 함께 할 줄드의 음악은 셋이 함께 했던 음악들과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제까지의 줄리아드림보다 앞으로의 줄리아드림이 더 많은 길을 더 자유롭게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계속 지켜볼 것이다. 응원하면서, 지지하면서.

 

고맙습니다. 또 만나요, 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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