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읽고(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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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외] 진보의 재탄생 (2010, 꾸리에)
진보의 재탄생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너무 오염됐다는 생각이, 얼마 전 문득 들었다. 아마도 지방선거 전이었을 것이다. 건전한 보수를 자청하고 나선 이들은 하나도 건전해보이지 않았고, 온건한 진보를 자청하고 나선 이들은 하나도 진보적이어보이지 않았다. 진보라는 호칭을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해야 할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빼앗긴 채 '너희나 쟤네나 똑같이 진보라고 하는 애들이니까 하나로 합쳐서 나와'라는 기막힌 요구에 맞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보고 있노라니 힘이 절로 빠지고 분노가 끓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그 생각을 했다. 진보/보수라는 말이 가진 원래의 의미는, 이 땅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같다고. 남은 것은 그 말의 껍데기와 그 껍데기에 실체를 감추고 자신을 가장하는 이들 뿐인 것 ..
2010.08.10 -
몬스터 주요 사건 정리!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들 중 가장 처음으로 전권을 모두 구입했던 만화, 몬스터. 처음 봤던 게 2000년이었으니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 이해가 덜 됐던 부분들-특히 요한의 심리에 대한 부분-에 대해 예전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아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 만화'라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다. 몬스터에 나오는 사건들이 워낙 방대해서...한번은 쭉 연표로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항상 '끈기 부족'으로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해보리라 결심, 진지하게 마음잡고-_- 전권을 파고들기에 도전! 한글 파일로 정리해 보았다 음하하하하하. 뭐 아주 자세히 파고들자면 빠진 것도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뿌듯하구나 ;)
2010.08.02 -
[커트 보네거트]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2010, 문학동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는 이제까지 읽은 보네거트 책 중 두 번째로 진도가 안 나가던 책이었다. 뭐 사실 내가 읽은 보네거트의 책이야 이 책 포함 다섯 권밖에 되지 않으니 순서를 매겨봤자 큰 의미 없겠지만-_- 그래도 초반을 읽을 때는 참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진도가 잘 안 나갔다. 그냥 읽지 말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죽어도 진도가 안 나가 결국 읽기를 포기했던 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결심 하에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 아이러니한 건, 초반에 진도 안 나가는 이 책을 힘겹게 다 읽고 나면 훈훈한 결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사실. 고생하며 읽었기 때문에 별 것도 아닌 결말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게 절대 아니다. 내가 읽은 소설들 중 가..
2010.07.28 -
[김종철, 정혜신, 김수행, 조한혜정, 박원순, 서중석 외] 거꾸로, 희망이다 (2009, 시사IN북)
거꾸로, 희망이다 김수행 외 지음/시사IN북 는 2009년 시사IN에서 개최한 신년강좌 를 활자화해 묶어낸 결과물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판한다는 편집인의 말처럼, 이 책은 현실이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는 진단으로부터 시작한다. 생태적 상상력이나 문화적 상상력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현재의 한국에서 위기의 심리를 극복하고 대안경제를 지향하며 자본의 미래를 전망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역사의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하는 것이 이 책의 지향이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그 강연자'에 맞춰 특별히 지명되거나 짝맞춰진듯 한 사회자(이면서 본인 역시 또 한 명의 강연자 역할을 한다)가 강연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보통의 강연집에서는 잘 보지 ..
2010.07.16 -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2009, 푸른숲)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푸른숲 처음 이 책의 광고를 봤을 땐 이렇게 생각했다 : 얘네는 인제 책까지 내?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보곤 이렇게 중얼거렸다 : 책을 너무 빨리 냈어. 이 책의 제목을 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 장기하가 쓴 책이야? 또다른 지인은 이렇게 투덜댔다 : 책 제목 하고는 참......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피소드들이, 이 책을 읽기 전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가질 법한 '붕가붕가레코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일천한 공연과 음악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능적으로 자신들을 알린 탓에 인디 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인제는 '우리 이렇게 성공했어요' 류의 에세이까지 출판하기에 이른 성공자들. 둘째, 이외에 딱히 내세울만한 대중적..
2010.06.23 -
[오가와 이토] 달팽이 식당 (2010, 북폴리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북폴리오 꽃무늬 앞치마가 중앙에 그려진 분홍색 표지의 책. 누가 봐도 '아, 말랑말랑한 일본 소설이로구나'라고 짐작할 만한 책. 나 역시 그랬고,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리 가오리가 번갈아 떠오르는, 감성적이고 보들보들하며 결이 고운 일본 소설. 순정만화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한, 그러나 엄연히 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책. 이 소설은 크게 두 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애인과 헤어진 후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연 주인공 린코(倫子)가 요리를 통해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 또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들은 사랑해도 엄마만은 사랑할 수 없었던 린코가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201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