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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호를 타고

220723 생각의여름 4집 코멘터리룸 후기 @재미공작소 [2]

지난 글에 이어지는 생각의여름 4집 코멘터리룸 후기 두 번째. (아주 정확히 따지면 세 번째지만 더 따지지 말자) 지난번에 불안에게에 대한 내용까지 썼으니 오늘은 남은 다섯 곡에 대한 종현님의 코멘터리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주절주절 늘어놔 볼 것이다.

 

4번 트랙: 착륙


불안에게에 대해 얘기하시며 이승준씨에 대해 설명해주셨던 것과 달리 착륙을 함께 만드셨던 김사월씨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을 붙일 게 없으셨겠지만ㅋㅋㅋㅋ 예전에 공연 뒷풀이에서 처음 만나셨고, 그때 샤리님이 종현님에게 팬이라고 했었다는 얘기를 수줍지만 약간은 자랑스럽게(내가 이런 사람이야 느낌ㅋㅋㅋㅋ) 덧붙이셨다. 지금은 샤리님이 오마이걸과 함께 공연하는 음악인이 됐다며 부러워하심. 종현님의 '진짜로 부러워함'이 느껴져서 오마이걸에게 누가 좀 종현님의 애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어짐. 원래 샤리님이 부르기로 했던 노래는 이 노래와 전혀 다른 노래였다고 하셨으니,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노래의 색깔이 혹은 노래 자체가 많이 바뀐 듯하다.

감독이 혹은 연출가가 배우를 통해 자신이 나타내고 싶어하는 무언가를 표현해내듯, 종현님 역시 자신의 표현 대신 다른 표현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박종현이 다해내는 음반' 말고, 종현님의 곡에 입힌 다른 뮤지션의 목소리, 종현님의 곡을 다른 뮤지션이 편곡한 것, 다른 이의 곡에 종현님의 목소리를 입히는 것, 다른 이의 텍스트를 종현님이 음악에 얹어 표현하는 것 등을 이번 앨범에서 시도하시면서 '생각의여름'이라는 음악/음악인이 기존에 지녔던 틀을 넓히고 싶으셨던 것 같다. 지난 EP에서 새봄언니가 종현님과 노래를 부르시면서 '나만 할 수 있는 내 것'으로부터 '타인과 함께함으로써 더 풍성해진 내 것'으로 생각의여름의 작업물을 확장하시기도 했으니 이번 앨범의 시도가 엄청 낯설거나 뜬금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1~4번 트랙에 종현님의 목소리가 완전히 빠져 있는 것도 아니다. 손과손, 녘을 제외한 모든 트랙에서 종현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게 나는 참 좋았다. 착륙에서도 종현님의 코러스와 샤리님의 보컬, 또 샤리님의 코러스가 겹겹이 쌓이면서 '우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참, 따뜻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멀어질수록 빛나는 섬과 나 사이'를 노래하던 종현님이 이번 앨범에서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뭍 사이에 있던 존재들이 뭍으로 향하는것, 그리고 서로의 품이자 숨인 '우리'에 대해 노래하신다는 사실이 경이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사랑이 넘치는 앨범이라는 생각도 들고...

종현님은 1번 트랙부터 3번 트랙까지의 이미지가 물이라면, 이 트랙부터는 뭍의 이미지라고 하셨다. 허공이나 바다 사이에 있던 존재들이 solid한 세계로 오는 이미지라고 하셨다. 노래를 들으며 나는 한 인간에게 아무 의미 없이 존재하던 타인이 '나'와 만나 '너'가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진짜 완전히 내 생각) '너'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특별한 '실재'로 나의 현실에 발을 디디게 되는 것. '너'가 '나'에게 팔을 벌려주는 존재가 되면서 나 역시 '너'에게 팔을 벌려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우리'가 되는 것...그것이 어쩌면 현실에 착륙해 시간의 정류장을 지나가며 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인간의 삶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5번 트랙: 너는 내가


너는 내가는 생각의여름 2집에 실려 있는 노래다. 이날도 종현님은 2집을 '괴작'이라 칭하시며(아 2집 얼마나 좋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의 작업들에 대한 소회를 잠시 밝히셨다. 생각의여름 1집과 2집의 노래들이 대부분 짧지만 2집은 정말 짧으니까. 가사도 굉장히 간결...이라기보다는 간단하다. 근데 그러면서도 복잡하다. 유사한 통사 구조가 반복되면서 의미를 형성하는데 그 의미가 굉장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이어서. 구체적인 장면도 없지만 쓸데없이 붙은 언어도 없다. 묘사도 없고 감정도 없이, 소리를 입은 마음이 수없이 조탁되고 또 조탁된 언어의 형태로 멜로디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노래들.

그 중 한 곡인 너는 내가를 들을 때마다, 나는 사랑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노래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그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기적같은 일인 한편, 너무나 어려운 일. 금세 없었던 일처럼 되어버릴 수 있는 일. 그래서 너는 내가를 들을 때마다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인 노래라고 느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종현님은 이번의 너는 내가는 예전의 너는 내가와 전혀 다른 노래라고 하셨다. 아주 미니멀한 구성의 너는 내가를 좀 다르게 작업해보면 어떨까 하고 예전부터 생각하셨고, 피아노 한 대로 가는 편곡을 하면 더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SNS 등을 통해 우연히 권월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셨고 작년에 유재하가요제에 입상하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분의 어떤 작업들을 접하시면서 이 곡의 편곡을 권월씨가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남해에 계신 권월씨께 부탁드리셨단다. (권월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당황스러우셨을 듯............) 종현님이 영감을 받으셨던 작업들을 알려드리면서 권월씨 마음대로 편곡해보시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 결과물이 4집에 수록된 것. 너는 내가의 뮤직비디오를 보라는 말씀도 함께 덧붙여주셨으니 지난번에 링크했던 뮤직비디오를 한 번 더 링크해 봄. 좋은 건 많이 보는 것이죠.

 

 

종현님 말씀처럼 4집의 너는 내가는 2집의 너는 내가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노래 같다. 둘다 아름다운 건 마찬가진데, 뭐랄까 이번의 너는 내가는 지난번의 너는 내가와 달리 '너'에 대한 사랑에 가득 차 있는 노래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때의 '사랑'은 연애 감정으로서의 사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너'가 이성애의 상대를 의미하는 것 역시 절대절대절대 아니다. 꼭 타인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바람에 날려가는 외투를 찾으려 사막을 뛰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내 눈 앞에 외투를 입은 '나'가 나타나 손을 내밀어 주듯이, 그냥 '나'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모든 것들이 다 '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너'가 있어서, 너의 하늘과 풍경 아래 '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노래 같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종현님의 목소리가 파란 구름 같다. 텅 비어 흰색으로 보이는 공간을 종현님의 목소리가 구름처럼 피어올라 결국은 가득 채우는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이 공간감은 건반의 힘일까, 종현님 목소리의 힘일까...둘다의 힘이겠지.

6번 트랙: 손과 손

손과 손 역시 착륙만큼 설명이 필요없는 싱어송라이터가 불러주신 노래 :) 아솔언니와 종현님의 만남이라니 끝장이네...라는 생각을 손과 손이 싱글로 나올 때 했었다. 종현님은 2012년에 제주에서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찍을 때 아솔언니를 처음 만나셨는데, 그때 아솔언니는 1집을 내시고 이제 막 음악을 좀 해볼까 하시던 때라서 '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같은 질문을 종현님께 하시기도 했다고 전해주셨다. 아솔언니의 목소리를 '부드러우면서도 담담하고 씩씩한 목소리'라고 표현하셨는데,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함. 특히 '씩씩함'이 아솔언니 목소리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아솔언니의 '언니스러움'이 비롯하는 듯.

이 노래는 곡 전체를 다 만들어놓으신 후 여자 목소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게 됐고, 아솔언니에게 부탁하게 되셨다고. 그때를 '노래하기 싫은 병에 걸린 때'라고 하셨는데 그런 병에 한번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생각의여름 이번 앨범이 지닌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발아됐을 테니까. 물론 종현님이 단일하게('유일하게' 말고 진짜로 '단일하게'ㅋㅋㅋㅋㅋㅋ) 전체의 곡을 불러주시는 것 역시 나는 좋다. 종현님의 목소리를 아주 좋아하므로 어쩌면 그걸 더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종현님 역시 자신의 목소리와 연주가 지닌 고유함을 (재)확인하실 수 있으셨을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앨범은 생각의여름의 음악이 더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게 하는 모먼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싱글로 냈던 손과 손을 새로 마스터링해 앨범에 실으신 거라 싱글과 비교해 들어보면 다른 느낌일 거라고도 덧붙여 주심.

 

 

7번 트랙: 녘


을 부른 김일두씨를 종현님은 목소리천재라고 하셨다. 압도적인 목소리라고. 대전에서 열린 야외 페스티벌에 김일두씨와 함께 나가신 적이 있는데 그때 김일두씨 목소리를 듣고 저런 사람이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단다. 하지만 종현님이 부르신 을 들어본 내 느낌은 종현님 버전은 종현님 버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방식도 좋다는 것...!!! 여튼간

제주에서 공연을 하시고 여행을 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분과 느낌이 그대로 가사에 들어 있다고 하셨다. 이날 가사 얘기를 많이 안하겠다고 초반부에 밝히신 바 있고 실제로 가사 얘기를 많이 하시진 않았는데, 녘은 종현님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가사가 구체적인 장면과 연결되어 있어서 안 하실 수가 없으셨던 듯. 숙소에서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보시고, 마당이 있는 곳에서 내가 지내본 적이 없었구나-하는 걸 느끼셨다고. 그때의 모든 요소들이 생생하게 다큐멘터리처럼 기억나신다고 한다.

김일두님의 목소리는 인생의 굴곡이 굉장히 극적으로 느껴지는 목소리이기도 해서(뭐랄까 약간 구깃구깃한 목소리랄까... 비슷한 결로는 백현진씨 김대중씨 같은 분들을 댈 수 있으려나......) 어떤 곡이려나 궁금했는데, 듣고 나서 깜짝 놀랐다. 너무 밝고 희망차고 행복감이 느껴지는 노래라.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따뜻한데, 이 노래가 그 따뜻함의 정점을 찍는 노래 아닐까 싶다. 삶에 대한 여유와 낙관까지도 느껴진달까. 근데 그 '여유'나 '낙관'이 청춘의 느낌은 아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푸릇푸릇한 아오리 사과 같은 느낌이 아니라 푹 익은 홍시가 되어 가는 과정의 주홍색 감 같은 느낌의 여유와 낙관...같은...느낌...(이라고 쓰긴 쓰는데 너무 이상한 비유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리네 내참나)

실제로 종현님도 노래를 다 들려주신 후 '내가 이렇게까지 밝은 가사를 쓴 적이 있나 싶어서 놀랄 정도'라고 하셔서ㅋㅋㅋㅋㅋ 나는 많이 웃었다. 생경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종현님의 라이브로도 들려 주셨다. 뒷쪽에 링크할 것임.

8번 트랙: 소리들


소리들은 생각의여름 음악 중에서는 아주 예외적으로, 박종현 작곡이 아닌 노래. 이 노래의 작곡자인 홍갑씨를 종현님이 엄청 좋아하신다는 거야 여러 번 자주 말씀하셨기 때문에 익숙했던 터지만, 이날 소리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도 또다시 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종현님이 홍갑씨의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들이댔다고 하시지를 않나(남에게 들이대고 질척이는 종현님이라니 상상이 안됨;;;;;) 불세출의 기타리스트라고 하시지를 않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예전에 '저보다 노래를 열배는 잘하고 기타는 천배 만배 잘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지. (제가 홍갑씨 공감 공연도 갔던 사람인데요 기타는 몰라도 노래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 과연 홍갑씨와 오마이걸 중 누구를 더 좋아하실까... 홍갑씨겠지..... 송재경씨와 홍갑씨 중에서는 누구를 더 좋아하실까......... 아 이상한 생각 그만 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홍갑씨가 노래를 부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셔서 가사를 주고 곡을 써보라고 하셨다고. 근데 홍갑씨가 아유 너무 좋다 내가 잘 해볼게!! 같은 식으로 반응하신 건 절대 아니곸ㅋㅋㅋㅋ '네가 써' '네가 써' '나도 쓸게 너도 써'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갑씨가 곡을 쓰시고 나서도 '너 썼냐' '나 썼지' '나도 썼는데 네꺼 써' 같은 식이었었다고 하셔서 나혼자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종현님의 이런 설명 너무 웃긴데 종현님은 안웃기시겠지 자기 말이니까..............................

이 곡의 이미지를 10년 정도 가지고 있으셨었는데, 그 이미지가 '박종현의 곡'이 아닌 '홍갑스러운 곡'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종현님 말씀으로는 '신기하고 즐거웠다'고. 나에게는 '홍갑의 곡'이라는 구절 앞에 '박종현 맞춤곡 같은'이란 관형어구가 붙지만 :)

 

이날 종현님의 자리. 이 사진 지난번에 올렸던 것 같은데... 그냥 한번 더 올려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 4번 트랙까지 듣고 나서 + 마지막 트랙까지 들은 후에는 간단한 Q&A 시간도 있었다. 궁금한 걸 질문하라고 하셨는데 내가 궁금한 건 '8월에 또 공연하세요?'밖에 없었던지라 하지 않았음. 너무 칭얼대는 것 같아서;;;; 어떤 질문에든 답변하시는 종현님의 태도에 음악인으로서의 자신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존중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생각의여름 작업을 후려치는 글을 쓰는 블로거나 종현님이 동의할 수 없는 글을 쓰는 평론가들에 대한 불만을 공연 때 말씀하시는 적이 가끔 있는데, 이날도 '안녕'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시면서 혼잣말처럼 '네가 만들어'라고 하셔서 나혼자 엄청 웃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현님 자신은 이 앨범의 곡들을 만 회는 들었기 때문에 '인이 배긴' 상태이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확신이 있다고 하셨다. 나쁘게 들었다면 안타깝다, 가 아니가 '나쁘게 듣든 말든 어때 내 알 바 아니지'의 태도에 가까운 느낌이라 나는 좋았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작업해 자부심을 가지고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누군가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거나 존중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는 식으로 팔짱 끼고 엣헴하며 트집잡는 것부터 하려 든다면, 나는 수긍할 수도 없고 수긍하지도 않겠다는, 꼿꼿한 자존심이 느껴졌달까요.

뮤지션이 새로운 음악을 내어놓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새로운지, 익숙한지, 좋은지, 나쁜지, 의미 있는지, 가치 없는지, 대중의 취향에만 부합하는지,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지, 널리 이해될 수 있는지, 많이 공감받을 수 없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말을 얹는다. 나 역시 음악을 듣고 '아 이거 좋네' '아 이거 별로고 내 취향 ㄴㄴ' '아 이건 좋지만 내 취향 ㄴㄴ' 같은 판단을 비교적 빨리 내려버리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므로 그들을 비판만 할 수도 없다...만, 때로는 내가 타인의 귀한 작업물에 대한 판단을 너무 쉽고 빠르게 내리는 건 아닌가 싶다.

나는 표현론적 관점보다 효용론적 관점에 더 치우치는 사람이라, 어떠한 '작품'이든 그것이 '수용자들' 앞에 나오면 생산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이 수용자들과 만나 어떤 맥락을 형성하는가, 수용자들이 그 작품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정서를 환기해내는가에 따라 작품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생산자/아티스트가 어떤 사람인가, 라는 문제는 늘 중요하다. 그의 삶의 맥락은 어떤 의미로든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신을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종현님이 좋아 보였다.

누군가가 어떠한 의도를 지니고 어떠한 메시지를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특정한 형식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있다면, 그것을 정성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수용자의 태도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니까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쉽게 판단내리지 말고. 더 친절하게,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만들라고 훈계하지 말고. 뭐 나는 이번 앨범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찬 앨범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음악감상회 후 질의응답 후 간단한 라이브 시간, 건반 앞에 앉으신 종현님.
그동안 종현님이 건반 두고 공연 여러 번 하셨던데 나는 한 번도 못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망알롬의 코로나


그리고 공연을 마무리하기 전에 종현님이 불러주신 세 곡은 너는 내가, 손과 손, 녘이었다. 이날 공연 보러 가면서 너는 내가손과 손은 진짜 꼭 듣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손과 손은 지난번에 포스팅했으니 오늘은 너는 내가 영상만 올려봄. 아름다운 생각의여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각의여름 - 너는 내가

 

생각의여름 - 녘




이번주 토요일에는 GAGA77PAGE에서 앨범 발매 공연이 있으니 신곡의 노래들을 종현님 목소리로 더 많이 들을 수 있겠지+_+ 홍갑씨가 오셔서 기타를 쳐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안그래도 괜찮다ㅋㅋㅋㅋㅋㅋ 8월에는 빵에서 공연도 있을 거라니 나는 공연을 보고 공연을 기다리면서! 종현님이 건강하시기를 바라고 있어야지!! 아 그리고 이날 못 산 CD도 이번주 토요일에는 꼭 살 것이다. 엘피나 카세트테이프보다 씨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종현님이 씨디를 만들어주신 것 너무 감사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변에서 뭐하러 피지컬 씨디를 만드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함) 리스너 여러분 스트리밍을 오백번 하는 것보다 씨디를 하나 사는 것이 뮤지션을 돕는 길이라고 합니다...씨디 사세요 씨디. 씨디가 없으면 엘피를 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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