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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듣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악어떼 & 석봉아 (유희열의 스케치북)

지지난주에 생각의여름 코멘터리 룸에 다녀왔었고, 지난주에 후기를 썼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생각이 나 버렸다. 이것은 종현님이 양현모씨=유미님을 언급하셨기 때문이고 내 머릿속에 양현모=유미=발가락양말이 자동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며 이 연결고리가 생긴 이유는 2009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유미님이 발가락양말을 신고 출연하셨던 걸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내 오래된 웃음버튼을 찾았고 반복해 보며 미친듯이 웃었다. 하 진짜 이 클립은 안 본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악어떼도 참 대곡이지만(진심) 4분 15초의 멤버 소개부터 시작된 토크가 이 클립의 백미인데 주요 포인트를 요약하면

1) 조카를로스-김간지-유미-까르푸황-후르츠김의 이름을 듣고 자지러지는 유희열씨
2) 유미님의 발가락양말과 시종일관 무표정한 후르츠김
3) "저희도 사람인지라 좀 챙피해요. 평상시 생활에 지장이 없게..."
4) "저희는 그 밴드를 몰라요."
5) "밴드들은 자아가 없어요 자아가. 자아가 있으면 해고예요. 억울하면 리더를 해야지 뭐."
6) "저희는 이제 번복을 하는 거죠 나중에."
7) "그러니까 내말이."
8) 민속 그루브가 부활했다는 조카를로스의 설명에 마지막으로 자지러지는 유희열씨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1집 앨범, 고질적 신파.

그 시절에 이 앨범 진짜 많이 들었지...물론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네'나 '사이보그 여중생 Z' 같은 노래의 가사를 직설적으로 보면 욕할 구석이 많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는 이 노래가 노래 속 화자를 연민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노래라기보다는, 전형적으로 폭력적인 주제에 자신의 삶을 '연민받아야 할 무언가'로 바라보며 연민을 강요하는 자의 구차함과 비루함을 폭로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 자체가 노래 속 화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고 보는 거. 그래서 이 노래의 화자가 소설에 등장하는 '신뢰할 수 없는 1인칭 서술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들먹이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 운운하는 화자의 말 그 자체가 '고질적 신파'라고 느꼈었고, '내가 이렇게 불쌍한 사람이야', '나는 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타인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합리화하는 '가해자'의 '유치함에 대한 비웃음'이 노래에 담겨있다고 나는 느꼈다. 마치 20세기의 공중파 토크쇼에서 '이렇게 애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나를 (지금은 내 아내가 된) 여인이 차갑게 거절해, 어쩔 수 없이 강한 구애(는 댁의 입장이고 누가 봐도 폭력 범죄)를 할(=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떠벌리고 자빠진 남자들을 보는 기분으로 들었달까...뭐 그래도 특정한 구절이 계속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내가 주저리주저리 적은 말 자체가 '핀트가 어긋난 평론'과 가깝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폭력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 노래는 폭력을 미화하는 노래야! 라고 누가 말한다면 그 말에 내가 딱히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첫 앨범이 세상에 나왔던 그 시절, 2010년대가 열리기 이전의 그 세계에서, 내가 그들의 공연과 퍼포먼스 덕분에 많이 웃었던 건 사실. 그 정도의 의미로, 저 영상을 링크해 둔다. 그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 이외의 것을 옹호하지는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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