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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듣고

[선우정아] 순이, 그러려니 + '이 중에 한 곡이라도 네 취향이 있겠지' 플레이리스트

선우정아의 유튜브 채널에 이런 콘텐츠가 있다.

 

고양이/ 쌤쌤/ 순이/ 뱁새/ 그러려니/ 주인공의 노래/ 뒹굴뒹굴/ Invisible Treasure/ 비온다/ 구애/ 봄처녀/ 남/ 씨티 선셋/ 퍼플 대디/ Life/ 삐뚤어졌어/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백년해로/ 도망가자/ 클래식으로 이어지는 한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인데 기본적으로 좋고 특별히 좋은 곡들도 쏙쏙 들어가 있어 한 곡 한 곡 듣다 보면 아 선우정아 앨범을 처음부터 다 다시 들어야겠어 하는 생각이 아니 들지 않을 수 없는(이중부정이므로 긍정) 영상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고양이뒹굴뒹글이나 구애삐뚤어졌어도망가자는 역시 들어도 들어도 좋고, 특별히 아끼는 순이씨티 선셋 순서가 되면 마음이 뭉개졌다가 뭉글뭉글해졌다가 한다. 정말이지 순이는 휴...... 덕질하는 온 인류가 들어야 하는 곡............................... 말 나온 김에 링크 한번 걸어보면,

선우정아 - 순이


널 만나지 않아도 좋아 아니 아예 안 만나는 게 좋겠어
만약 널 코 앞에서 마주치게 되면 내 표정은 무너지게 될 거야
Because I'm just out of control 네 눈도 못 쳐다볼 게 뻔한 걸
내 자린 그냥 여기 이렇게 멀찍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 는 순 이
순전히 너만을 네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이유 같은 거 없이 널 좋아하는 이
나 는 순 이
순순히 너에게 내 시간과 마음을 바쳐 너를 아는 데에 몽땅 써버릴 이
정말 좋아

사실 난 바빠 정말이야 일 분 일 초가 모자라는 workaholic
그런 내가 생판 남인 너 때문에 하고 있는 이 짓들을 봐
Because I'm just out of control 한심하다 해도 이 맘을 어쩔 건데
지친 내 일상 속에 유일한 에너지 욕을 먹어도 난 좋아
나 는 순 이
순전히 너만을 네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이유 같은 거 없이 널 좋아하는 이
나 는 순 이
순순히 너에게 내 시간과 마음을 바쳐 너를 아는 데에 몽땅 써버릴 이

네가 정말 좋아 어쩔 줄 몰라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네가 정말 좋아 어쩔 줄 몰라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망가져도 귀엽게 봐 줄게 나쁜 짓만 하지 마
많은 걸 바라지는 않을게 손 한 번만 흔들어 줄래
나 는 순 이
순전히 너만을 네가 어디에서 무얼 하든 이유 같은 거 없이 널 좋아하는 이
나 는 순 이
순순히 너에게 내 시간과 마음을 바쳐 너를 아는 데에 몽땅 써버릴 이

네가 정말 좋아 어쩔 줄 몰라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네가 정말 좋아 어쩔 줄 몰라 나는 네가 정말 좋아

하 정말 저 노래는 그냥 내 인생 그 자체다............(읭) (하지만 진실) 언제 봐도 공감의 파도가 쓰나미 크기로 밀려오는 저 가사😭😭😭😭😭 서인국배우가 한국문화산업에 세운 공 중 절대 빼먹을 수 없는 공로는 선우정아님의 뮤즈가 되어서 이 노래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 아닐까... (이 말 역시 농담 아니고 진심. 물론 이 이외에도 많은 공이 있으시겠지만...) 하지만 사실 오늘 포스팅을 하는 진짜 이유는, 순이 때문이 아니라 그러려니 때문이다. 순이를 들으면서 지난 일요일 아뮤하 공연이 끝난 후 잠시 고민하다가 공연장을 빠져나왔던 이유가 가사에 서술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역시 세상 덕심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던 중 귓가에 들리는 그러려니가 너무 슬퍼서, 마음이 더 세게 뭉개졌다. 아마 작년에 이 노래를 들었어도 서글프다고 느꼈을 듯. 그리움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토로하던 노래가 지금은 코로나 시대의 주제곡처럼 되어 버렸다. 이 가사 때문에.

선우정아-그러려니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 그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그러려니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그리운 마음은

 


2016년 선우정아, 그러려니.

나는 원래 만나는 사람도 많이 없고 끊어진 연에 미련이 없어 그리운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을 일 년 단위로 만나고 헤어지는 직업을 십년 넘게 계속하고 있었더니 만나고 헤어지는 데 대한 기대나 아쉬움을 너무 크게 갖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같다. 헤어진 후에도 나를 오래 기억해주겠지? 혹은 나를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기대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순간이 서로에게 너무 힘들지 않고 괴롭지 않고 조금은 즐겁거나 재미있거나 따뜻하기도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으로 현재를 살 뿐.

근데 생각해 보면 그리운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저 기분은, 진짜로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립다는 뜻이다. 특별히 엄청나게, 막 가슴 아리게 그리운 사람은 거의 없으나(뭐 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승열오라버니 정도...) 한번 만났던 사람들은 보통 다 그리움의 대상이다. 엄청 즐겁게 누군가와 어울리는 어떤 순간에 문득, 아, 이 순간이 내게는 계속 기억되겠지만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싶어, 웃고 있는 이들을 아련한 기분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끊어진 인연을 억지로 이으려고 하지 않고,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대하는 내 마음은 딱 이 정도의 느낌이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지만 코로나 시대 2년차를 살아오다 보니, 안그래도 '많이 없는' 만나는 사람이 더 줄어들어 '그리운 사람'이 늘어버렸다. 위험하니까 다음에 보자, 좀더 나아지면 보자, 하고 나중을 기약했던 이들 중에는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 사람도 있다. 더이상 잘지내냐는 내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는, 누군가도 생겼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더 그리움이 커지고, 그리운 사람이 더 늘어간다.



사실 이번주 내내 이 이유 때문에 꽤 가라앉아 있다. 별로 에너지가 안 생긴다. 근데 또 빨리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지금 느끼는 미안함이나 후회를 충분히 느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다.

앞으로도 몇번씩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에게 안부를 묻던 때를 기억해내겠지.
잘 지낸다는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해지겠지.
그러려니 하며 쓸쓸한 마음의 입구를 동여매겠지.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래도 이 노래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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