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8. 22:36ㆍ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한동안 음악을 정말 안 들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끊고 살다가 11월부터 플로를 다시 쓰고 있는데 2월까지 쓰고 그만둘 예정이다. 그러든 말든😶 지금은 오늘 나왔다는 현아의 새 노래를 듣고 있다.
I’m Not Cool이라는 앨범 타이틀과 I’m Not Cool, GOOD GIRL, Show Window라는 노래 제목을 보고 기대했는데 좋다! 나는 내가 예쁜데/ 어쩌라고 예쁜데/ 너는 누가 예쁜데/ 나는 내가 예쁜데/ 나는 나를 예뻐해/ 너도 너를 예뻐해라는 I’m Not Cool의 가사나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춤을 춰/ 두 눈 꼭 감은 채로/ 날 더듬는 시선들/ 작게 말해줄래 너무 잘 들리거든/ 이럴 땐 어떤 표정을/ 말해봐 잘 안다며 나를/ 난 몰라 내 감정 어차피/ 가면 속에 살아가는 피에로라는 Show Window의 가사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제일 인상적인 건 Good Girl이다. 이 곡의 가사는 현아가 혼자 썼다고 함.
현아-Good Girl
나는 말해 I don’t care 주위 신경 쓰며 살지 마
난 마릴린 먼로처럼 나를 꿈꾸니까
얼마나 달콤하니 My 데칼코마니 날 더 나답게 만들어
다 내 멋대로 Make it pop 내 멋대로 Make it pop
불만 있으면 떨어져 다 제멋대로 Make it 합
죽이 돼도 뜻대로 가 Gotta keep up 할수록 기뻐
무서워 무서워 마라 하기도 전에 뭘 겁이 나
거울 속에 비춰진 내가 차갑게 보여 내가 나쁘게 보여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늘 높이 나답게 노는 거야 I’m not bad
I’m not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I do what I like
다 어울리지 난 이게 내 오리지널
Won’t be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that everyone likes
나답게 구는 게 왜 나쁜 거야 Wut
나를 위해 지독해져 눈치 보며 살지 마
빨주노초 파랗게 네 맘대로 살아봐
화려한 내 도화지 내일은 뭐 하지
솔직해진 나를 봐 다 내 멋대로 Make it pop
거울 속에 비춰진 내가 차갑게 보여 내가 나쁘게 보여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늘 높이 나답게 노는 거야 I’m not bad
I’m not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I do what I like
다 어울리지 난 이게 내 오리지널
Won’t be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that everyone likes
나답게 구는 게 왜 나쁜 거야 Wut
Good girl Don’t be a Don’t be a Don’t be a good girl
Good girl Don’t be a Don’t be a Don’t be a good girl
자유로운 새가 되고 싶지만 Can’t fly
어디서든 피는 들꽃이 될 거야 나답게 노는 거야 I’m not bad
I’m not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I do what I like
다 어울리지 난 이게 내 오리지널
Won’t be that good girl that good girl that everyone likes
나답게 구는 게 왜 나쁜 거야 Wut
Ye ye ye ye Good girl Ye ye ye ye Don’t be a Don’t be a
Don’t be a good girl
Ye ye ye ye Good girl Don’t be a Don’t be a Don’t be a
I’m bad girl
현아의 이 노래나 있지의 달라달라나 워너비나 낫샤이같은 노래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케이팝(!)의 'BE YOURSELF' 'BE FREE' 'LOVE YOURSELF' 류의 메시지가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변혁적이거나 참신한 게 아니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같은 케이팝(!!)이어도 장미 말고 더 감동적인 이벤트를 준비해보라는 따위의 노래나 네 여자친구가 싫다는 노래나 나는 너무 수줍으니 네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어휴 문장으로 쓰면서도 스트레스😫😫😫😫😫) 같은 걸로 내 정신을 혼란하게 만들 시간이 1초라도 있다면 자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음악 소비자로서의 내 욕구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씨엘의 나쁜 기집애 같은 걸 들을 시간에 이효리의 배드 걸을 듣는 게 나는 더 좋고, 나쁜 기집애 같은 노래 대신 배드 걸 같은 노래가 더 많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렸으면 좋겠는 것. 그리고 더 나가서는 아이들의 라이언 같은 노래가 자주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얘기를 굳이 쓰는 것은, 창작자의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곤란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 참 자주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기본적으로 창작자와 창작물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거싀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학 때까지도 갈 수 있겠지만 그거슨 너무 까마득한 옛날이므로 거기까지는 가지 말고 비교적 오랫동안 나를 심란하게 했던 것들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ㄱㅈㅊㅁ.
그러니까 나는 ㄱㅈㅊㅁ의 1집을 너무 좋아했단 말이다. 그해 ㅈㅎㅇ과 ㅈㄱㅎ가 데뷔해서 인디갤 같은 데 가면(세상에 그 시절엔 디씨도 갔었어 나새끼…) ㅈㅎㅇ과 ㅈㄱㅎ 중 한 명을 고르라는 투표가 자주 있었음. 좋아해줘 처음 듣고 완전 빠져버렸고 안티프리즈를 너무너무 아꼈다. 너무너무 힘들던 때 안티프리즈를 하루종일 들었었다.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라는 그 부분을 듣다가 따라부르다가 울다가 막 그랬단 말이지. 하아. 그때의 안티프리즈에 대한 내 감정은 너무 진심이라 지금 떠올려도 창피한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강아지의 가사가 굉장히 아주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개 같은 인간에 대한 노래, 라는 식으로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거지같은 가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체가 거지같지는 않고, 그 부분만 거지같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이 얘기를 하는 부분은 좋았다. 그래서 찝찝함을 억지로 치워버렸다.
그러다가 2집이 나왔고, 러브샤인과 인터내셔널 러브송과 젊은 우리 사랑이 너무 좋았지만, 음악하는 여자가 있었다. 더이상 쉴드를 치기엔 음악하는 여자가 너무 솔직했다. 그리고 안티프리즈와 좋아해줘만큼 러브샤인과 인터내셔널 러브송이 좋진 않았다. 더이상 ㄱㅈㅊㅁ를 좋아할 수 없었다. 헐리우드와 내고향 서울엔까지는 찾아 들었지만, 3집부터는 들을 수가 없었다. 또 무슨 소리를 할까 겁난다는 심정이 너무 컸닼ㅋㅋㅋㅋㅋㅋ 그래서 thirsty가 논란이 됐을 때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사람 변하기 쉽지 않으니까.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가끔 안티프리즈를 흥얼거린다. '우린 오래 전부터 어쩔 수 없는 거였어 우주 속을 홀로 떠돌며 많이 외로워하다가 어느샌가 태양과 달이 겹치게 될 때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나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부분을 주로 흥얼거리다가 내가 또 ㄱㅈㅊㅁ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걸 깨닫고 또다시 고통에 빠진다. 이토록 좋아했던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죄책감이 들게 된 지금이 너무 슬프다ㅠㅠ 하는 생각이 5%, 왜 나는 아직도 이 노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이 95% 정도 된다.
그뿐인가. 얼마 전에도 언급했던 ㄱㅌㄱ. ㅁㅁ. ㅁㄴㅌㅈ. ㅇㅂㅎ. 다 마찬가지다. 아예 처음부터 싫어했거나 관심이 없었던 밴드가 문제를 일으키면 에라이 하고 인생에서 삭제해버리는데(대표적 사례: ㅆㅇㅍ) 한때 음악을 좋게 들었거나 공연에 갔었던 창작자의 경우엔 가해자에 대한 분노+피해자분에 대한 안타까움+그자의 창작물에 내가 들인 시간의 아까움+나의 인간 보는 안목이 왜 이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고통이 겹쳐져 아주 심란해져버린다. 작년엔 가을방학의 모든 노래들이 내마음속 '더이상 들을 수 없는 노래 목록'에 추가됐었고. 그당시 오랜만에 나온 새앨범의 '사랑 없는 팬클럽'을 너무 인상 깊게 들어서 '아 정ㅂㅂ는 별로지만 가을방학은 좋고 계피언니는 역시 최고다ㅠㅠㅠㅠㅠ'하는 심정이었는데 두달만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ㅂㅂ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스트레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여성뮤지션의 음악을 정말 많이 안 들었다. 10대 때의 취향이 평생의 취향을 결정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는데, 그렇게 치면 그때 내 취향을 결정한 건 유앤미블루와 공일오비와 넥스트일 듯🙄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음악의 창작자들을 떠올려보면 거의 다 남자다. 10대 때 내가 좋아했던 여성뮤지션이라면 음…이상은, 강수지, 이소라, 박정현, 이 전부였던 듯. 세상에 삭막해라. 억지로 더 떠올려보니 자우림과 핑클도 있긴 했네. 나중에는 롤러코스터도 있었구나.
대학생이 되어서야 여성뮤지션들을 서서히 알게 됐다. 3호선버터플라이와 허클베리핀, 스웨터와 푸른새벽을 1집부터 공부하듯이 찾아들었다. 장필순씨와 양희은씨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어 역시나 공부하듯이 찾아들었다. 그렇게 10*n년이 지난 지금은 여성의 창작물을 주로 찾는 사람이 됐다. 물론 예전부터 알던 밴드/뮤지션의 신곡은 듣기도 한다. (오늘 현아 노래를 듣기 전에는 규현 노래를 들었는데 현아 노래가 훨씬 좋았다.) 하지만 잘 안 듣는다. 처음 보는 밴드/뮤지션일 때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확인한다. 이렇게 쓰니까 남자 노래 안들어! 같아보이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이걸 듣고 좋아하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자가 몰카를 찍었거나 N번방에 들어갔었거나 성구매자거나 성폭력 가해자거나 리얼돌을 집에 두고 살거나 스토킹 가해자거나 데이트폭력 가해자거나 입만 열면 미소지니거나 하면 나는 또 좋아하는 걸 잃게 되겠지…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책은 훨씬 예전부터 그랬다. 특히 한국문학은. 남자소설은 수업 시간에만 읽고 그 외의 시간에는 여성소설가들의 작품을 주로 읽었다. 지금도 비슷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소설가님들 이름을 보면 윤이형 황정은 배수아 정세랑 김금희 최은영 편혜영 김애란 구병모 임솔아 송지현 한강 윤성희 권여선 정한아 정이현 조경란 공선옥 천운영 오정희 박완서 김세희 장류진 조우리 최진영 김려령 손원평 등등…
근데 웃긴 건, 이런 취향을 지닌 내 페이보릿은 남성뮤지션들이고,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 역시 남성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리스너/독자로서의 내 취향은 저렇게 변했는데, 덕질하는 나는 이모양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한번 덕질하면 완전히 무비판적이어져서 마음이 변하지도 않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가 따라다니는 소수의 분들(다섯 손가락 안쪽)에 대해서는 꽤 강한 신뢰가 있어서 전술한 걱정 같은 걸 하지 않지만, 사람 또 모르는 일…………(이라고 쓰기만 했을 뿐 진짜로 걱정 거의 안함)
그래서 가끔씩 덕질하는 스스로가 좀 한심하게 느껴지다가(너무 전형적인 여성팬같지 않니? 하는 기분이 든달까) 때로는 이렇게 창작자가 누군지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어 어리석게 느껴지다가(예술은 예술로서 즐겨야 수준 높은 감상자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달까) 결국은 나 하나가 듣거나 안듣거나 하는 게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그냥 대충 내맘대로 듣자 싶어지는 것이다. 물리적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계속 좋아하고 내가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면서 살고 싶은 것. 누군가에게는 강박적으로 보이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 그 누군가가 내 인생에 또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음.
그리고 여성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것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소비가 더 많은 여성 창작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나 하나가 소비하거나 안소비하거나 하는 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소비는 소비니까, 어차피 할 소비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 여성의 목소리가 있다면 여성의 목소리에, 여성의 서사가 있다면 여성의 서사에, 여성의 창작물이 있다면 여성의 창작물에. 그 창작에 들어간 자본은 무성이야! 어차피 다 자본주의인데 무슨 여성이야! 라는 말을 누군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초점은 '자본'이 아닌 '사람'인 것을. '여성'의 이야기가 사람의 목소리로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빛이 나는 솔로를 들을 시간에 아임어퀸을 들을 것이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알게 된 뮤지션의 음악을 하나 더 붙여본다. Kali의 Back to the start인데, 이 곡을 듣자마자 아ㅋㅋㅋㅋㅋ 뭐야 이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좋아하라고 만든 노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웃었다. 목소리도 분위기도 너무 제 취향이에요.
처음 듣는 이름이니까 누군지 찾아봤었는데 플로에는 여성으로 나오고 딴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남성으로 나와서 잠시 혼란에 빠졌었음. 아니 남자라고????? 라며 뮤직비디오 계속 돌려 보다가 그냥 구글링을 했고 이 문장들을 발견한 후에야 안심함: Kali is a 16-year-old singer, multi-instrumentalist and producer who began writing and recording her brand of glistering, catchy indie songs and assembled her first band Big Wednesday. Her debut single Back To The Start is a captivating, heartwarmingly lush and intuitive indie-pop tinged banger. Speaking about the introspective process that led to her solo project, she said: “As I got older, I started to have experiences that were much more emotional and personal, and songwriting became an actual necessity instead of something that was fun for me to do.
16세라니 역시 예술은 재능이야🙄🙄🙄🙄🙄라고 감탄하며…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예술혼을 불태우고 계실 여성창작자들에게 경의를 표함. 여러분이 만들어주시는 창작물로 인해 제 보잘것없는 인생이 조금이나마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많이많이 만들어주십쇼. 다음에 시간나면 우다님의 재벌과의 인터뷰 얘기나 한번 포스팅해봐야겠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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