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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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선언 - 이것은 사람의 말.
우리는 너와 같은 사람이다. 너 때문에 견딜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제발 좀 들어라. 듣고 좀 따라라. 이것은 사람의 말이다. 너의 말과 같은, 사람의 말이다. 이것은 사람의 말 작가 188인 '6.9 작가선언' 전문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본래 문학은 한계를 알지 못한다. 상대적 자유가 아니라 절대적 자유를 ..
2009.06.09 -
090531, 이즈음에.
이젠 이 정권 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 2009년 5월. 누군가는 재가 되었고 누군가는 계속 눈물흘렸고 누군가는 술과 담배를 찾았고 누군가는 노란 비행기를 접어보냈고 누군가는 국화꽃을 영정 앞에 놓던 그 때에 누군가는 방패를 들었고 누군가는 시민들을 밀쳐냈고 누군가는 외국에서 희희낙락했고 누군가는 광장에 버스로 벽을 쳤고 누군가는 무혐의 확정 판결을 받아냈고 누군가는 PC방에서 벌건 눈으로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마구 지워댔고 누군가는 전립선 수술을 유감스럽게도 성공적으로 받았고 또 누군가는 시민들의 야유에 멈칫했으나 곧 싱긋 미소지었으며 분향소를 부수게 하고 경찰들을 용산으로 보내 사람들을 짓밟아댔다. 나, 잊지 않겠다. 너희들의 폭력성..
2009.05.31 -
090525, 이즈음에.
일요일, 일산 미관광장 분향소에 다녀왔다. 또 대한문에 다녀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행사'에 대비해 살수차까지 준비해놓으신 경찰님들의 꼼꼼한 태세를 좀 보고 싶었달까 - 집에서 도보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밍기적대다가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미관광장을 찾았다. 전경도, 방패도, 닭장차도 없는 광장의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아이들, 저녁을 먹고 산책하던 가족들, 손을 잡고 온 연인들, 휴일을 즐기던 친구들, 운동복 차림으로 호수공원에 다녀오던 사람들, 저녁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사람들...조용히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분향을 마친 후에는 추모의 의미를 ..
2009.05.25 -
2009년 5월 23일, 긴 하루.
열 시, 엄마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앵커가 전하는 뉴스를 5분쯤 지켜보았다. 멍한 기분으로 방으로 돌아와 읽다만 을 펼쳤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 머리 위로 내 청춘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뒷장의 표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첫 장을 읽던 때의 세상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 장이 끝났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 시간인가 더 잤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대한문으로 갔다. 시청역 입구부터 전경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표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앞세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밀어댈 뿐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의 목..
2009.05.23 -
090517, 이즈음에.
* 지난주 목요일, EBS 스페이스 공감 에 다녀왔다. 멋진 여성 뮤지션과 열광적인 여성팬들이 함께한, 훈훈한 자리였다. "제가 테레비 나온다고 해서 멋 좀 부렸어요"라는 황보령의 멘트는 어찌나 신선하던지. 뉴요커 입에서 '테레비'가 웬말이란 말이냐. '식물펑크'를 부른 후엔 후렴 부분에서 반복되는 '식물펑크'를 어떤 사람이 '싱글벙글'이라고 들었다고 했다며, 그 생각 때문에 노래할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 때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는데 지금은 나도 식물펑크가 싱글벙글로 들려서 참 곤란하다 흑흑. Smacksoft는 기타가 한 발 뒤로 빠지고 베이스가 전면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베이스와 진중한 리드기타랄까. 리드미컬한 동작으로 베이스를 연주해 엄청 터프한 언닌가보다 했더니만..
2009.05.17 -
090506, 이즈음에.
휴일을 맞아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졸업한) 학교에 갔다 왔다. 집을 나설 때의 목적은 아니었으나 겸사겸사(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일이 있어서 학교 근처에 갔다가 들렀다'고 해야겠지). 졸업하고 나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도서관과 대강당까지는 많이 왔다갔다 했으나 이렇게 깊숙이-_- 들어가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냥 뭐, 조금은 반갑고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새삼스러웠다. 학교 건물을 보면서 묘한 감정에 잠기는 스스로를 바라보면 머쓱한 기분도 들고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서 이래, 쯧. 암튼간 나들이의 흔적. 귀찮아서 보정이고 뭐고 하나도 안하고 크기만 줄였다. 그리고, 안 보고 넘어갈래야 넘어갈 수가 없었던 PC들. 어찌나 예쁘던지! 역시 PC는 손글씨가 진리.
2009.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