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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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생활자 (유성용, 갤리온, 2007)
여행생활자 - 유성용 지음/갤리온 ...그 때 생각하면요, 바보같아요. 왜? ...그 때는요, 그 사람이 마냥 멋져보였거든요. 하하, 그 때 애들 다 마찬가지였을걸.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었어요. 설명하기가 힘든데...음. 다른 사람 같았어요. 저나, 애들이나,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사람이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어요. 저는 그냥 보통 세상에서 살아가잖아요,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가끔은 똑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바보같고 질척질척하게 사는 세상이요. 근데 그 사람은, 그런 감정의 배설물들은 다 저 아래에 두고, 지상으로부터 10cm쯤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한 것들을 향해 가끔 웃어주는 것만으로 ..
2007.07.15 -
[장철문] 어머니에게 가는 길
김승희선생님이 첫 수업 시간에 읽어 주신 시. 두번째 연을 읽으시는데, 왈칵 눈물이 날 뻔 했다. 꾹 참았다. 김승희선생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으셨다. 귀여우시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러 번 웃었다. 수업을 듣기로 마음먹었다. 여성 시인의 시들도 좀 읽어봐야겠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머니에게 가는 길 장철문 아이가 지하철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들고 입가에 소스가 묻을 때마다 닦아낸다 아이는 햄버거를 먹는 것이 세상일의 전부다 어머니는 침 한 번 삼키는 일 없이 마냥 성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얼굴이다 어머니는 저 성스러운 것에 이끌려 무화과같이 말라간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착취자들이다
2007.03.08 -
[리스트] 2006년 11월, 읽은 책들.
지난 한달 컴퓨터 상태가 매우 안좋았던 관계로(지금 웬일로 인터넷이 5분 이상 문제없이 지속되어 점점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중) 본의 아니게 책을 많이 읽었다. 보고서들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이 많았던 이유도 있고; 뭐 그러그러하여. 한달동안 읽었던 책들 중 학교 수업과 관련 없는 것들을 빼놓고 나열하자면 *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심윤경 * 나는 공부를 못해, 방과 후의 음표 -야마다 에이미 * 빅 슬립,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 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미유키 * 여성 문학을 넘어서 -김미현 *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태혜숙 과 를 빼고는 모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더불어 지금 읽고 있는 건 (생각날 때 단편 하나씩 찔끔찔끔, 왠지 팍팍 진도가 안나가..
2006.12.01 -
노튼 3부작 (피터 게더스, 미디어 2.0, 2006)
그리고 노튼은 점프했다. 문짝 꼭대기에서 노튼의 몸은 흔들리고 들썩거렸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잡고 제대로 섰다. 지금 되돌아보면, 노튼이 점프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정말 중요한 게 아니다. 점프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노튼은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아주 행복해했다. 그래서 나는 노튼처럼 하려고 한다. 뛰어오르고 그 사실에 대해 행복해할 것.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노튼에게서 배웠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교훈이다. 고마워, 친구. -늦었지만,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어. 고마워. 인간보다 훨씬 완벽한 고양이, 부디 행복하렴 :) (사진출처 : www.nortonthecat.com) + 도서관에서 를 빌려 읽다가, 이건 빌려 읽을 책이 아니라 소장해야 할 책이 아닐까 하는 생..
2006.10.22 -
핑퐁 (박민규, 창비, 2006)
못. 나는 못이다. 그렇게 불린다. 쿵 쿵. 치수가 내 머릴 때릴 때 멀리서 보면 꼭 못이 박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야, 못! 하면 이상하지만, 그외의 별명은 가져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좋거나 싫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지 않는다. 쿵 쿵. 하지만 정말 못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벽에 기댄 채 머리를 맞다보면, 절대로 그렇다, 기도한다. 다음엔 못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못이라면, 일생에 한번만 맞으면 그만일 테니까. 알파벳의 가장 긴 단어가 무엇이었더라? 나는 생각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단어가 있는데, 또 산소통을 지지 않고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 누구였더라, 게다가 인류가 도달한 심해의 최저 수심은 과연 몇미터인가, 라이트 형제는 몇번의 실패 끊에 시험비행에 송공..
2006.10.04 -
060808 공일오비 전자악단 리사이틀!!!!!! +_+
지난번 Final Fantasy 때보다 좀 덜 울었고, 좀 많이 웃었고, 아주 많이 정석원중심이었던 시간. 그나마 지난번엔 오랜만에 보는 이장우, 조성민, 김태우에 대한 반가움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공연 세시간 중에서 두시간 35분 정도는 오로지 정석원'만' 보고, 15분 정도 윤종신 보고, 5분 정도 장호일 보고, 나머지 5분동안 조성민, 김태우, 케이준, 신보경, 조유진을 본 듯 하다. 스스로도 참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그래, 보는 거야 뭐 자리 때문에 더 그랬다고 하자. (내 자리는 오른쪽으로 아주 치우친 자리였고, 바로 앞쪽에 정석원의 악기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근데 이번엔 귀까지 석원중심이었다. 딴 소리들은 정말 한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귀로 나가 버리고, 키..
200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