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드는 바람

[이제니] 거의 그것인 것으로 말하기 2022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실린 시. 너무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해 한 자 한 자 베껴왔다. 함께 실린 '빈칸과 가득함'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이 시는 다음에 올려야지. 거의 그것인 것으로 말하기 오래전 너는 내게 시 한편을 번역해 보내주었다. 언어의 죽음 혹은 언어와 죽음에 관한 시였고 나는 오래도록 그 시를 사랑하여 소리 내어 읽고는 했다. 이후 나는 내가 모르던 그 언어를 익히게 되었고 그 시를 번역하게 되었고 오래전의 내가 그 시를 오독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몇년 뒤 어느날 나는 네가 머물던 도시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너는 기꺼이 나의 동행이 되어주었는데. 이전에 나는 그 도시에 가본 적이 있었지만 어떤 연유로 말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 도시는 처음 방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20827 몇년만이야 마이앤트메리ㅠㅠㅠㅠ @부평아트센터 - 뮤직플로우페스티벌😭😭😭😭😭 [1] 2000년대에 '인디음악' 듣던 사람들 중 마이앤트메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다 마이앤트메리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나역시 마찬가지라서 락앤롤스타를 들으며 Rock The heaven Future!를 주문처럼 외웠고, 파도타기를 들으며 어딘가에 내가 내려질 곳도 있을 거라 믿었고, 원을 들으며 한번만 한번만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줘 부분에 맨날 이유도 없이 감정이입했고, 페어리테일을 들으며 새벽 2시 7분이 얼마나 특별한 시간인지 매번 기억하고 또 기억했고, 공항가는 길과 골든글러브와 럭키데이를 들을 때는 아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을 수 있는가ㅠㅠㅠㅠㅠㅠ 하고 매번 감격했다. 백번을 들으면 백번이 좋고 천번을 들으면 천번이 다 좋았으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 1 정주행 완료 (1) 넷플릭스 드라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 1. 생각보다 정주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1, 2회 때 특히 진도가 잘 안 나갔다. 책도 시리즈도 여러 편을 동시에 보는 내 나쁜 습성 때문이기도 하고;; 정주행을 마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초반에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공인 미키 홀러는 정신없어 보였고 초반에는 막무가내처럼 보이기도 했다. 1회 앞부분에서 매기와 로나가 통화를 할 때는 '전 남편을 두고 전 부인 두 명이 싸우는 얘기인가...그러면 안 보고 싶은데😑'라는 기분이었고(다행히 전혀 그렇지 않았음) 매기가 이지를 견제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좀 으읭 했었다. 기본적으로 여자가 다른 여자를 싫어하는 서사를 좋아하지 않고 여자가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여자랑 싸우는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악어떼 & 석봉아 (유희열의 스케치북) 지지난주에 생각의여름 코멘터리 룸에 다녀왔었고, 지난주에 후기를 썼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생각이 나 버렸다. 이것은 종현님이 양현모씨=유미님을 언급하셨기 때문이고 내 머릿속에 양현모=유미=발가락양말이 자동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며 이 연결고리가 생긴 이유는 2009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유미님이 발가락양말을 신고 출연하셨던 걸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내 오래된 웃음버튼을 찾았고 반복해 보며 미친듯이 웃었다. 하 진짜 이 클립은 안 본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악어떼도 참 대곡이지만(진심) 4분 15초의 멤버 소개부터 시작된 토크가 이 클립의 백미인데 주요 포인트를 요약하면 1) 조카를로스-김간지-..
220722 라이브클럽데이 - 해서웨이hathaw9y @벨로주 홍대 (1) 2022년 7월 22일, 54번째 라이브 클럽데이. 나에게도 오랜만의 클럽데이고 클럽데이 자체도 오랜만이었다. 솔직히 이젠 많이 늙어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대에 가면 '아 사람 너무 많음 지치고 힘듦...'하는 기분이 절로 들긴 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뭘 딱히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길에서 큰소리로 듣기 싫은 소리를 주고받고 허세를 부리고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때로는 싸움을 하고(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등의 행동을 하는 생명체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죽죽 빠지는 기분이 들어버린다. 따라서 저 '생명체'가 '젊은이'를 가리키는 건 아님. 그냥 '놀러 나온 사람들' 특유의 그 분위기가 점점 견디기 힘든 것 같다. ..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3) 이 책의 1장에서 누스바움 선생은 '소크라테식 교육'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는데 1. 모든 인간을 위한 것: 성찰하는 삶을 위해서는 비판적이면서 철학적인 특정한 종류의 교육이 모든 인간에게 필요함. 선택된 소수를 이론적 명상의 삶으로 이끌거나 특별한 정신 능력을 갖춘 엘리트를 고등교육과정에 진입하게 하는 것을 지양함. 2. 학생의 상황과 맥락에 어울리는 것: 철저히 개인의 조건에 맞추어져야 함. 개별화된 가르침을 목표로 해야 하며, 학생들의 환경과 배경은 물론 지식과 믿음의 현재 상태, 자기성찰과 지적 자유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까지 고려해야 함. 3. 다원적인 것: 상이하고 다양한 규범과 전통에 관심을 가져야 함. '어떤 생활방식이든 똑같이 좋다'는 문화상대주의와는 구별됨. 인간이 이성적으로 ..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 (1) - 정주행 완료🧟‍♀️ 넷플릭스의 장점이자 단점은 계속 뭔가를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한번 찾아볼까 싶네) 내 취향과 x퍼센트 일치하는 콘텐츠라며 낯선 제목과 썸네일을 자꾸 보여준다. 굿 플레이스는 99%,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98%, 힐 하우스의 유령은 97%, 모던 패밀리는 96% 등등. 찜해놓은 작품 리스트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하나를 다 보고 나면 또다른 하나를 바로 또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A 다 보면 B 보고 B 다 보면 C 보고 C 다 보면 D 보고 하는 식으로 보고 보고 또 보고… 이렇게 영상매체중독자가 되는 것. 숫자를 아주 믿을 수도 없다. 정직한 후보가 85%인데 극한직업이 71%라고 매겨놓은 걸 보면 맞는 것 같다가도, 내 인생 최고의 영..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2) 지난번 포스팅에서 이런저런 문장들을 많이 옮겨 적었는데 사실은 겨우 머리말의 내용만 기록한 것이었다. 그때는 1장까지 읽은 직후였고 지금은 4장 중반 정도를 읽고 있다. 책의 차례가 아래와 같으니 한 40퍼센트 읽은 걸까. 그보다 적은 것 같지만. 오늘은 제1장 '소크라테스식 자기성찰' 부분부터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기록해보도록 할 것임. 라디오 전화토론 프로그램을 들으며 논리를 받아들이고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정서에 기초에 투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좋지 않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이야기는 나누지만 진정한 대화는 절대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가 생겨난다. 하, 이건 정말이지 너무 내 얘기 같아서ㅠㅠ 엄청 찔렸다ㅠㅠㅠㅠ 사실 나도 어떤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판단과 정서가 정해놓고 있다.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