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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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갑작스런 구매 후) 크레마 카르타G 4일 사용기
4일째 카르타G를 사용하고 있다. 아직 새로 구입한 전자책은 없는데 예전에 구입했던 전자책이 있고(단말기도 없는데 대체 왜 한 거지…) 전자도서관 이용이 가능해서 한 권을 완독할 수 있었다. 종이책만 살 때는 몰랐는데 전자책을 사려고 살펴보니 생각보다 없는 책들도 꽤 있다. 사실 내가 전자책 단말기를 산 데는 세계문학전집을 종이책으로 그만 사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 터라. 민음사, 을유문화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책들은 아주 신간이 아닌 한 전자책이 넉넉히(?) 있는 것 같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문예출판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창비는 없지 않으나 많지도 않다. 열린책들은 200권 세트가 15만원으로 나와 있던데 꽤 매력적이다…!!!!! 별글에서 나온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
2020.02.28 -
[전자책] 갑작스러운 크레마 카르타G 구입기 :P
나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갑작스럽게 크레마 카르타G를 구입하게 되었다. 원래는 이맘때 내가 태블릿을 살 줄 알았는데 전자책 단말기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간 거지…여전히 스스로도 좀 얼떨떨함. 책장 위에 카르타G가 잘 꽂혀 있는데도 저게 내 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저걸 갑자기 왜 산 건지도 좀 헷갈리고-_- 전자책 단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다. 사실은 좀 오래 전부터 했다; 출판사들에서 한창 세계문학시리즈들을 막 기획해서 출판하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민음사 꺼 말고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문학과지성사 등등이 갑자기 와르르 쏟아지고 있을 때 이북 단말기를 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전자책보다 이북이 짧으니까 이북으로 써야지). 세계문학을 다시 읽고 싶긴 한데 그걸 ..
2020.02.27 -
[문태준] 옮겨가는 초원
나이를 먹을수록 좋아지는 시인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문태준씨. 어제는 갑자기 문태준씨 시에 꽂혀서 이 시 저 시를 찾아읽어보며 너무 좋다는 말만 계속했다. 그 말 말고는 뭐 할 말이 없더라; 그 많은 '좋은 시들' 중에서 블로그에 옮겨보고 싶은 시는 바로 이 시, 「옮겨가는 초원」. 매년 새로운 팀원들과 팀을 이루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보니, 전 팀원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애틋함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 이 시가 약간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내 상황에 빗대기에는 너무 애틋하고 아름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초원 양편으로 멀찍멀찍이 물러나 외면할 듯이 살자'라는 구절의 의미가 가슴이 찌릿할 정도로 와닿아서, 많이 뭉클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더랜다. 역시 시인이란 아무나 되는..
2020.02.25 -
200117 천용성의 밤 - 중학생 & 분더바@ 재미공작소
올해 두 번째 공연은 재미공작소에서 열린 천용성씨 단독공연. 덕분에 목요일 저녁은 홍대에서 금요일 저녁은 문래동에서 보냈다. 오랜만에 금요일 저녁 2호선을 탔더니 압사의 위협이 느껴져서 아 그렇지 이것이 퇴근길의 2호선이지 하지만 신도림 지나면 괜찮을거야 하하하 하다가 신도림에 가기 전에 내려야 한다는 걸 깨닫고 큰 회의감이 들었음……하지만 어찌저찌 잘 도착해서 일등으로 들어갔다하하하. 작년에 천용성씨 공연하실 때마다 뭔가 타이밍이 안맞아서 계속 못갔었는데 제일 처음으로 가 본 공연이 단독공연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중학생이 듣고 싶어서 간 공연이라! 중학생을 불러주셨을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분더바도 좋았고 김일성이 죽던 해도 역시 좋았고 상처도 좋았다. 우선은 분더..
2020.01.21 -
살다, 읽다, 쓰다 - 세계 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민음사, 2019)
'책에 대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 감상에 대한 책'은 더더욱 그랬다. 남이 쓴 책 감상문을 읽을 시간에 그가 읽은 그 책을 그냥 읽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다. 뭐, 한 달에 책을 열 권 이상 읽던 때의 이야기다. 몇 살 이상이 되면서부터 앞으로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보다 짧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데도 건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해지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책을 읽다가 눈이 뻑뻑해져서 더 많은 페이지를 읽을 수 없을 때, 허리가 아파서 집중이 흐트러질 때, 너무 피곤해서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을 때면 아, 앞으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더 될까,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라도 다 읽고 죽었..
2019.10.09 -
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2019)
아바에 돌아가면 오렌지 나무도 새로 심고, 오빠가 보라색 히비스커스도 심고, 저는 익소라꽃을 심어서 나중에 꿀을 빨아 먹을 거예요." 나는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내가 팔을 뻗어 어머니 어깨에 두르자 어머니도 내게 몸을 기대며 미소 짓는다. 머리 위에 염색한 목화솜 같은 구름이 낮게 떠 있다. 너무 낮아서 손을 뻗으면 물기를 짜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곧 새로운 비가 내릴 것이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364-365쪽) 마지막 장을 읽고,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잠시 건너뛰었다. 표지를 덮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이제 된 걸까. 구름 아래 갈라져 있던 킴발리와 자자와 베아트리스의 삶이, 새로 내릴 비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을 수 있을까.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감옥에 보낸..
20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