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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

[김소연] 추억은 추억하는 자를 날마다 계몽한다 추억은 추억하는 자를 날마다 계몽한다 -김소연 추억은 짐승의 생살 추억은 가장 든든한 육식 추억은 가장 겸손한 육체 추억은 추억하는 자를 날마다 계몽한다 추억은 실재보다 더 피냄새가 난다 추억은 도살장 추억은 정육점 붉게 점등한 채 싱싱한 살점을 냉동보관한다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게 없구나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라
알라딘 트랙백 이벤트 [10문 10답] -_-)//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소설이라면 국적이나 길이 가리지 않고 대중 다 읽는다(물론 내용은 좀 가린다). 일본 소설은 신간 위주로 읽는 편인데 예외적으로 중고등학생 때부터 쭉 읽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소설이고 에세이고 가리지 않는다. 중국 소설이나 영미유럽 소설은 느낌이 오는 대로. 추리소설은 매우 즐겨 읽고 성장소설은 매우 좋아한다. 멋진 여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여자주인공의 여자친구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도 좋다.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피서지에서는 은근히 세계문학고전 뭐 이런 게 땡긴다(이상한 취향인가;). 올해는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고골리 체홉 푸슈킨 같은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을 차분하게 재독하고 싶다..
퀴즈쇼 (김영하, 문학동네, 2007) 퀴즈쇼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어릴 적의 나에게 소설이란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의,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러다보니 소설을 읽을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오른손에 신기함, 왼손에 낯섦의 추를 들고 둘 중 무엇이 더 무거운지 비교해가며 미래의 내 삶을 미리 맛보는 느낌. 아, 불륜이란 이런 것, 회사 생활이란 이런 것, 성숙한 연애란 이런 것, 어른들의 인간 관계란 이런 것,......기타 등등. 대학에 가고, 졸업하고, 일을 하고, 다시 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다시 일을 하고...이렇게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어느 새 나는 일반적인 '어른'의 카테고리에 속해도 아무 문제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씩..
[진은영] 청춘1 아름답고 처연하고 슬프다. 진은영선생님 시를 오래오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청춘 1 -진은영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맛을 알지 못했다 절여진 생선도 조려놓은 과일도 아니었다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서성거렸다, 꽃이 지는 시간을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를 가랑비에 젖은 자들은 옷을 벗어두고 떠났다 사이만을 돌아다녔으므로 나는 젖지 않았다 서성거리며 언제나 가뭄이었다 물속에서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타오르지 않는 자 짙은 어둠에 잠겨 누우면 온몸은 하나의 커다란 귓바퀴가 되었다 쓰다 버린 종이들이
에그뮤직 레이블공연 <해피앤드> & 블루스피릿 공연. 이번달에 다녀온 두 번의 공연. 짧게 쓰는 후기. * 1월 5일, @클럽 쌤. 우선 하이 미스터 메모리 - CD보다 라이브가 이백배쯤 좋았다. '이런 날, 이런 나를' 부터 '숙취'까지 모든 곡이 CD보다 훨씬 좋더라. 이래서 공연을 봐야 하는 거구나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 시간이자 이 날 공연 중 가장 노래가 마음을 울리던 시간. 선한 인상에서 나오는 끝장 쌩쌩한 보컬!! 처음엔 그닥 웃기지 않았는데 두성브라더스를 시작으로 이날 공연 끝날 때까지 계속 나오면서 웃겨주어서 가산점 플러스. 아무튼 기억씨 그동안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아 미안해요. 앞으로 눈여겨볼게요. 아이러닉 휴 - 노래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좋다는 말만 잔뜩 듣고 갔는데 처음엔 확 안 들어왔다. 가사 전달이 잘 안 되었던 게 가장 큰..
[리스트] 2000-2007년까지 읽은 책(중 일부) 2007년까지는 책을 읽은 후 제목과 작가 이름 정도를 공책에 기록해뒀었다. 귀찮아서 하다말다 하다말다 했기 때문에 정확한 기록은 솔직히 없다. 솔직히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책도 많다.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나는 책들도 있고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들도 있고; 그래도 적어둔다. 기록의 목적은 따로 없다. 기록 그 자체가 목적이랄까. 강석경 * 숲 속의 방-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4(1985, 민음사) 강경애 * 인간문제 외(2005, 범우) 고정희 * 지리산의 봄(1987, 문학과지성사) 공지영 *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1989, 풀빛) * 인간에 대한 예의(1994, 창비) * 봉순이 언니(2004, 푸른숲)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5, 푸른숲) 권지예 * 꿈꾸는 ..
[영화] 다시, 여기보다 어딘가에. 2007년 12월 29일, 시네마 상상마당 상영 - 음악영화제 "음악, 영화를 연주하다" 인제 다섯 번 쯤 보는 거니까(한 영화를 '극장에서' 네 번까진 본 적 있는데, 다섯 번 본 적은 처음이다)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조금 했는데 다행히 전혀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 곧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리 기대감이 들어서 괜히 더 피식피식 웃고. 준석님 대사는 거의다 외웠고; 특히 내가 많이 좋아하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가사도 외워 버렸다. 수연이가 "너 꺼져, 다 쓰레기야" 하고 소리지르며 나가는 장면 다음부터는 - 어떻게 얘기가 흘러갈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혼자 "수연아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하고 되뇌게 되더라. 그러고 있다 보니, 에이, 또 눈물나 버렸..
[나희덕]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삶은 왜 내가 던진 돌멩이가 아니라 그것이 일으킨 물무늬로서 오는 것이며 한줄기 빛이 아니라 그 그림자로서 오는 것일까 왜 거스름돈으로서 주어지는 것일까 거슬러 받은 오늘 하루, 몇개의 동전이 주머니에서 쩔렁거린다 종소리처럼 아프게 나를 깨우며 삶을 받은 것은 무언가 지불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지불한 것일까. 그리고 나희덕선생님은 어떻게 20대에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으셨던 것일까. 그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