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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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2010, 문학동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 는 이제까지 읽은 보네거트 책 중 두 번째로 진도가 안 나가던 책이었다. 뭐 사실 내가 읽은 보네거트의 책이야 이 책 포함 다섯 권밖에 되지 않으니 순서를 매겨봤자 큰 의미 없겠지만-_- 그래도 초반을 읽을 때는 참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진도가 잘 안 나갔다. 그냥 읽지 말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죽어도 진도가 안 나가 결국 읽기를 포기했던 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결심 하에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 아이러니한 건, 초반에 진도 안 나가는 이 책을 힘겹게 다 읽고 나면 훈훈한 결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사실. 고생하며 읽었기 때문에 별 것도 아닌 결말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게 절대 아니다. 내가 읽은 소설들 중 가..
2010.07.28 -
[짙은] Save
오늘 짙은의 Wonder Land EP를 찬찬히 다시 듣다가, 가슴에 확 들어와버린 노래가 있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한동안 그 곡만을 돌려 들었다. 더운 기운이 남아 있는 여름밤이 갑자기 싸늘하게 느껴졌다. 가을, 혹은 겨울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쓸쓸하지만 담담한 가사에 잠시 멍해졌다. 아, 모두들 TV Show가 좋다 하는데, 나는 Save가 더 좋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노래가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날씨가 좀 추웠을 때 짙은의 새 노래를 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도 괜찮다. 짙은-save 어제는 오늘을 살고 다시 오늘은 하루를 잃고 거울 속 모습만 비추던 날들 내 것이 아니던 기쁨 이젠 기억나지 않는 이름 아마도 날 사랑했을 사람들 부서지던 햇살처럼 눈물이..
2010.07.27 -
[김종철, 정혜신, 김수행, 조한혜정, 박원순, 서중석 외] 거꾸로, 희망이다 (2009, 시사IN북)
거꾸로, 희망이다 김수행 외 지음/시사IN북 는 2009년 시사IN에서 개최한 신년강좌 를 활자화해 묶어낸 결과물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판한다는 편집인의 말처럼, 이 책은 현실이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는 진단으로부터 시작한다. 생태적 상상력이나 문화적 상상력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현재의 한국에서 위기의 심리를 극복하고 대안경제를 지향하며 자본의 미래를 전망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역사의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하는 것이 이 책의 지향이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그 강연자'에 맞춰 특별히 지명되거나 짝맞춰진듯 한 사회자(이면서 본인 역시 또 한 명의 강연자 역할을 한다)가 강연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보통의 강연집에서는 잘 보지 ..
2010.07.16 -
[고정희] 사십대
사십대가 되면 정말 저런 기분이 들까. 정말 저런 마음이 될까. 읽을 때마다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는 고정희선생님의 시. 고정희선생님 같은 분보다 내가 오래 살 수도 있다는 게 때로는 괜히 죄스러워진다. 나따위가. 사십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
2010.07.10 -
100626 엘르걸페스타 - 옥상달빛, 데이브레이크, 이지형
참 일찍도 올리는 그날 공연 사진. 맨 처음에 등장하신 승열오라버님의 무대를 너무 감명깊게 본 탓에 힘이 빠져서; 뒷쪽 무대들은 차분하게 감상했다. 솔직히 공연 시작 전에는 '체력 딸리면 적당히 보고 쉬어야지' 생각했는데 그건 또 좀 그렇더라. 다른 것도 함께 봐야지. 덕분에 끝나고 엘르걸에서 주는 기념품도 챙겨올 수 있었다. 켁. 우선 오라버니 다음 순서로 나온 옥상달빛. 옥상달빛은 기대보다 좋았다. 이날 오라버니 다음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판을 친 이날 유일한 여성뮤지션(...뭐 몽니의 베이스 이인경씨가 있긴 했으니 백퍼센트 적절한 표현은 아니군)으로서 기가 죽진 않았을까, '잠깐 쉬어 가는 느낌' 같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공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너무 오바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조..
2010.07.07 -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2009, 푸른숲)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푸른숲 처음 이 책의 광고를 봤을 땐 이렇게 생각했다 : 얘네는 인제 책까지 내?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보곤 이렇게 중얼거렸다 : 책을 너무 빨리 냈어. 이 책의 제목을 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 장기하가 쓴 책이야? 또다른 지인은 이렇게 투덜댔다 : 책 제목 하고는 참......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피소드들이, 이 책을 읽기 전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가질 법한 '붕가붕가레코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일천한 공연과 음악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능적으로 자신들을 알린 탓에 인디 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인제는 '우리 이렇게 성공했어요' 류의 에세이까지 출판하기에 이른 성공자들. 둘째, 이외에 딱히 내세울만한 대중적..
201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