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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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그동안 고마웠어, 프런코2.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가 어제 드디어 끝났다. 열두시 땡 되자마자 본방을 본 후 재방을 한 번 더 봤는데도 아직 아쉽고 서운하다. 그동안 덕분에 즐거웠어! 하고 쿨하게 굿바이하기가 힘들다. 아아, 앞으론 재방만 보란 말이니? 라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다. 뭐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이라고 하기엔 좀 웃기기도 한데ㅎ 첫 회를 봤을 때부터 우승자는 정고운이 될 것 같았다. 그녀의 독특한 아우라, 다른 참가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 심사위원들의 극찬, 거기에 '시즌1 출연자들이 꼽은 시즌2 우승후보'라는 미디어의 입놀림까지 더해진 탓이었을 게다. 2회 때 그녀가 우승을 연이어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예감은 더욱 강해졌고, 강력한 우승 후보라 생각했던 윤세나가 4회 때 탈락하는 모습을 보며 예감은..
2010.04.18 -
[문태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으면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을 품고 있는 개개비의 둥지가 나의 못다 한 말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너무 애틋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시집에 수록된 다른 시들은 아래와 같음.
2010.04.15 -
[오지은]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가제)
벌써 열흘 전, 2월 27일날 '9와 숫자들' 단공의 게스트로 출연한 오지은의 라이브. 정중엽의 불꽃같은 연주도 멋졌고 오랜만에 (보고) 듣는 신동훈의 드럼도 참 좋았다. 덕분에 우리 오퐈들 또 생각났다. 흑. 예상 외의 첫곡(진공의 밤!!!) 이후 오랜만의 공연이라며 예의 만연체 독백만담을 선보이던 그녀는 올 여름을 목표로 새로운 작업물을 준비하고 있다 하였다. 꽤 재미있고 시끄러울 듯. 기대된다. 뮤지션이 여름으로 계획한다면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쯤 되겠지ㅎ 이 노래는 그 작업물 중 하나. 제목이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가르쳐줘' 였는지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젠 가르쳐줘' 였는지 좀 헷갈리는데-_- 이제까지 들은 그녀의 노래들보다 많이 락킹하고 신나고 활기있다. '인생론'과 '24'를 합..
2010.03.09 -
[브로콜리 너마저] 울지마 (100220)
스왈로우 단공에 게스트로 와서 온갖 난처한 질문에 수줍게 대답하(여야만 했)던 덕원. 정말이지 이기용선생님은 너무 짓궂기도 하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에 비해 온갖 질문들을 능숙하게도 잘 피해가던 조휴일을 생각하면...덕원과 조휴일은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캐릭터가!) 1집에 실린 노래들만 들려주겠지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새 앨범에 실릴 신곡을 들려 주었다. 가제는 '울지마'라는데 바뀔수도 있겠지?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고, 심지어 계피도 없는 브로콜리 너마저라서 어떨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락킹하고 '밴드'다운 힘이 느껴져서 맘에 들었다. 그냥 CD로 들을 땐 서정적인 팝밴드라고 생각했었는데 무대에서 보니 훨씬 락밴드 같아 좋았다. CD보다 더 맘에 들었다. ..
2010.02.23 -
[김혜순] 한 잔의 붉은 거울
도망갈 곳이 한 곳도 없어, 나 역시. 한 잔의 붉은 거울 -김혜순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씨들 반짝이지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고독이란 것이 알고 보니 거울이구나 비추다가 내쫓는 붉은 것이로구나 포도주로구나 몸 밖 멀리서 두통이 두근거리며 오고 여름밤에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이 길에선 따뜻한 내면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이 거울 속 추위를 다 견디려면 나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할까 저기 저 비명의 끝에 매달린 번개 저 번개는 네 머릿속에 있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네 속에는 너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 너는 ..
2010.02.21 -
[박 상] 이원식 씨의 타격폼 (2009, 이룸)
이원식 씨의 타격 폼 박상 지음/자음과모음(이룸)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을 대할 때는 설렌다. 지인의 추천이나 인터넷 서점의 설레발, 호평 일색의 신문 서평에 이끌려 약간은 강요받는 기분으로 책을 집어든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의 의지로 어떤 소설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라면 더더욱 설렌다.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을수록 설렘은 더 크다. 이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긴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면, 설렘에 반가움이 더해진다. 이 사람도 나처럼 이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작가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것까지 비슷하다면 호감은 더 커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
201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