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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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물속에서
물속에서 -진은영 가만히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내가 모르는 일이 흘러와서 내가 아는 일들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떨고 있는 일 나는 잠시 떨고 있을 뿐 물살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 일 물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푸르던 것이 흘러와서 다시 푸르른 것으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투명해져 나를 비출 뿐 물의 색은 바뀌지 않는 일 (그런 일이 너무 춥고 지루할 때 내 몸에 구멍이 났다고 상상해볼까?)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딲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 점점 부풀어오르게 잠이 잠처럼 풀리고 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지는 그런 상상 속에서 물속에..
2010.01.27 -
100119-20 EBS 공감 <그 남자의 노래, 싱어송라이터 스왈로우>
올해 첫 공연의 테이프는 스왈로우로 끊었다. 생각해 보면 작년에 처음으로 본 공연도 스왈로우였다(정확히는 루네, 스왈로우, 허클베리핀이 함께 했던 레이블마켓의 샤레이블-Sha Label-편이었다만). 올해는 작년보다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의 공연을 더 자주 보게 되려나. 그러고 보면 공감을 이틀 보는 데 성공한 것도 처음이다. 난 이틀 다 떨어졌는데ㅎ 양도해주신 김아무개님, 보여주신 ㅇㄱ언니 감사합니다. EBS 공감은 관람객들의 사진촬영을 워낙 강력하게 제지하는 걸로 유명하여 공연 사진은 당연히 없다ㅋ 공감 홈페이지에 올라오진 않았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안올라오네. 스왈로우 이후에 했던 갤럭시익스프레스나 G3 공연 사진은 있는데 스왈로우는 없는 걸 보니 안찍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티켓과 프로그램..
2010.01.25 -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
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와 붉은 버찌, 푸른 토마토의 붉음, 흑단 상자와 시큼한 오렌지…아찔하도록 강렬한 이미지들. 푸른 토마토로 하루를 시작한 아침의 나는 매일 오후 다섯시 쯤이면 붉게 흘러내리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매일 실패한다. 매일 넘어진다. 눈처럼 하얀 셔츠를 늘 더럽힌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이 처연하면서도 선명한 기록이, 서글프고 아름답다. 우리는 매일매일, 아마 내일도 매일매일. ..
2010.01.19 -
091212 허클베리핀 2009 Yellow Concert @상상마당 라이브홀 :)
이건 뭐 너무 늦게 올리는거라 부끄럽기 짝이 없으니 그냥 사진 중심으로 좌르륵 올려야겠다ㅠ 이날 매우 많은 팬을 동원하신 김박사님. '윤태오빠'를 부르짖는 수많은 팬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메이크업도 굳ㅋ 허클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 밝은 표정의 소영언니. 록스타 이소영님의 열창! 닥치고 멋지신 1부 때의 기용님. 이날 나는 운좋게도 기용님 바로 앞에 서있었다. 으하하하하하하. 시종 밝은 표정으로 노래하고 멘트하던 소영언니의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이 참 보기 좋았다. 아흣. 개인적으로는 '기타치는' 소영언니의 모습이 참 좋다. 노래만 부를 때보다 더. 2부 때, 블랙으로 차려입으시고 나타나신 기용님. 모델 포스에 교주 포스까지. 캬아. 이기용의 일렉기타, 그 형언할 수 없는 감동ㅠㅠ 앵콜 직전, 생일을..
2010.01.11 -
2009년 9-12월, 읽은 책들.
참 빨리도 정리하는-_- 작년 막판 네 달 간 읽은 책들. 우선 리스트 업. (책 링크는 스프링노트에서 만든 표를 구글문서에서 수정하는 과정에서 다 없어졌다. 이게 더 좋은건가, 흠)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1에도가와 란포/ 두드림 뮤스가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깨어진 거울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열 세 가지 수수께끼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회랑정 살인사건히가시노 게이고/ 랜덤하우스 별에서 온 아이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코리아 나를 기억하고 있는 너에게윤상 글, 김기홍 사진/ 엘컴퍼니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아지즈 네신/ 푸른숲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밝은세상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장영희/ 샘터 슬럼독 밀리어네어비카스와루프/문학동네 요노스케 이야기요시다 슈이치/ 은..
2010.01.11 -
2009년, 나를 살게 해 준 음악들.
새해가 시작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작년 말에 '나의 2009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 아쉽다가도 이 심플한 인생에 뭐 딱히 짚고 넘어갈 게 있을까 싶어 머쓱해지곤 한다. 하지만!! 딴 건 몰라도 이건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바로 2009년에 나를 살게 해 준 음악들. 내가 구질구질하게나마 2009년에도 겨우겨우 연명할 수 있게 도와준 '뮤지션들'이 적지 않았으니. 삶이 너무 보람없을 때 나를 붙잡아주고 괴로움을 잊게 해 주고 에너지를 주었던 그 음악들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피폐해졌을까. 누군가는 '인디 부흥의 해'였던 2008년에 비해 초라한 해였다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아이돌 음악 외의 음악을 찾아볼 수 없는 한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1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