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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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후회
내일은 나에게 없다고 생각하며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모든 것을 정리해야지 사람들에겐 해지기 전에 한 톨 미움도 남겨두지 말아야지 찾아오는 이들에겐 항상 처음인 듯 지극한 사랑으로 대해야지 잠은 줄이고 기도 시간을 늘려야지 늘 결심만 하다 끝나는 게 벌써 몇 년째인지 또 하루가 가고 한숨 쉬는 어리석음 후회하고도 거듭나지 못하는 나의 미련함이여 이 시 보고 진짜 충격받았다. 내일은 나에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제발 좀 잠을 줄이고 기도 시간을 늘려야되지 않나 생각하는 것, 맨날 후회하고도 거듭나지 못하는 것, 모두 다 내 얘기인데 사람들에겐 해지기 전에 한 톨 미움도 남겨두지 말아야지라니…………………내가 내일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굳이 내일 보고 싶은 사람..
2012.12.01 -
121117 시와 커피, Plan C + 시와 <랄랄라>
11월 17일, 합정역 근처에서 있었던 시와 커피, plan C. 공연설명은 위드시와닷컴의 이 웹자보(=_=)로 대신ㅋ 저 예약 접수 메일을 보내야 했던 시간...나는 수능 감독 중이었으므로-_- 보낼 수가 없었으나, 시와덕후인 여동생(친동생 아님) 덕분에 11명 한정 공연에 당첨!! 토요일 저녁에 아늑하고도 따뜻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망할놈의 자유로가 토요일 오후 일찍부터 꽉꽉 막히는 바람에 공연의 앞부분 30분 정도를 홀라당 날려먹었으나(엉엉엉 화양연화 엉엉엉ㅠㅠㅠㅠ 화양연화 신청해버린 아저씨 미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듣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시와언니의 '착한 공연'은 이날도 여전하여 공식적인 마지막 곡을 불러주시고 나서도 거의 30분 이상 앵콜을 계속 해주셨다아하하하하. 작업 들어가실..
2012.11.23 -
나는 치즈다 (로버트 코마이어, 창비, 2008)
나는 치즈다.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건 김연수 작가님 때문이다. 작가님의 신간을 기다리며 번역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ㅋ 작가님의 번역서를 세 권 읽어 봤는데, 맨 처음 읽은 은 괜찮았고, 은 정말 좋았고, 는 그저 그랬다. 그래서 2승 1패의 상황. 이 책이 승패를 동률로 만들지 아니면 승패간 격차를 벌릴지 혼자서 흥미진진해가며, 라는 책 제목을 빤히 응시해본 다음, 아무 생각 없이 책 표지를 넘겼다. 그건 내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나는 치즈다'라는 제목은 책을 읽는 데 아무 힌트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이 가진 '패'는 표지에 펼쳐져 있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건대, 나는 표지의 그림을 제목보다 더 응시했어야 했다. 자전거를 타고 뒤를 돌아보며 가는 소..
2012.11.18 -
[피터팬 컴플렉스] 모닝콜
인디애프터눈 공개방송의 여파...머릿속을 당최 떠나지 않는 이 노래, 모닝콜. 원펀치도 흐른언니도 칵스의 어쿠스틱 무대도 강산에밴드도 옐몬의 강렬한 에너지도 다 참 좋았는데 클로징을 장식했던 피터팬 컴플렉스-정확히는 전지한의 퍼포먼스가 너무 강했다ㅠㅠ 예전에 피컴 공연 봤을 때는 그냥 괜찮다 정도였지 이렇게 여파가 오래 가지 않았는데 이게 웬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n't let me down이나 너의 기억은 참 좋아했지만 3집 이후로는 피컴 앨범을 특별히 공들여 듣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3집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었나? 모닝콜이나 첫사랑, 자꾸만 눈이 마주쳐 같은 4, 5집의 '타이틀급 싱글'들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피터팬 컴플렉스라는 밴드 자체의 역사(!)가 길다 보니 신선한 느낌이 별로 없었던 ..
2012.10.31 -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김연수, 자음과모음)』속 '점들'.
좋아하는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건 어렵지 않다. 책을 혹은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쓴다는 '노동'을 즐겁게 할 마음 자체가 들지 않으니까. 이야기를 읽고, 그것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이야기 속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 보는 작업을 자진해서 하고 싶게 하는 책. 그런 책과의 만남은 참 기쁜 경험이다. 하지만 매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건 어렵다. 주인공이 어떤지, 배경은 어떤지, 내용은 어떤지,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오직 작가 이름만으로 선택하는 책을 읽기 전에는 불안함과 싸우게 된다. 이 책이 내 기대보다 못하면 어떡하지? 그 작가가 맨날 또는 자주하는 그 얘기를 반복하는 데 불과한 책이면 어떡하지? ..
2012.10.01 -
[김연수] 강화에 대하여
강화에 가고 싶다. 작년 이맘때부터 그랬는데. 강화에 다녀와야겠다. 머지 않은 때에. 강화에 대하여 김연수 1 이제야 나는 강화에 대해 쓰기 시작한다 강화에 대해 디어헌터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 그 들판에 대해 잘 만들어진 소품인 양 참세떼들 몰려앉은 강화의 전신주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 흑백으로 빛나는 모니터를 한번 본다. 「아직도 그것에 강화는 있는가?」 (혹은 언제나 내용이 궁금한 영화제목처럼 강화는 불타고 있는가?) 그리고 존재하였다라는 사실은 참으로 가소로운 기억의 장난이 아닐까 하는, 제기랄 과거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하나 없는 가난한 현실에 무슨, 다시 강화에 대해 쓸 것이다. 강화에서 느꼈던 공기의 맛에 대해, 그리고 날씨의 변화에 따라 안색을 바꾸던 들국화에 대..
2012.09.27